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시교육청이 논쟁이 정당 정책으로 확대 된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주사위가 24일 던져졌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대로 민주당과 일부 진보시민 단체들의 투표 불참 운동이 조직적으로 전개되면서 저조한 투표율로 아예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어찌하다보니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은 뒷전이 되어버리고 보수대 진보의 투표참여와 거부 싸움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주민투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지자체의 중요 결정 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투표불참운동으로 본래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빚으며 유권자들의 권리까지 박탈해버리는 결과를 초래 했다.

특히 현행법 허용범위를 뛰어 넘는 길거리 촛불 시위마저 직접 민주주의로 미화 시키는 민주당이 합법적 절차에 의한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로 매도 한 것은 일종의 자가당착이다. 이미 끝난 일이지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민의를 수렴하기위해 실시되는 주민투표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건 민주주의 정신에서 볼 때 정도(正導)가 아니다. 평소 참여민주주의의 가치를 주창한 민주당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물론 투표거부 자체도 의사표시의 한 방법이겠지만 그 보다는 반대표를 던질망정 투표장으로 가서 투표를 권하는 게 더 성숙된 민주주의 의사표시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참여 민주주의를 외치는 진정한 야당이었다면 투표에 참가해 서울 시장의 안(案)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당당히 나섰어야 했다.

그동안 참여정치를 줄기차게 외쳐온 야권의 투표거부, 이번에는 어떻게 설명하고 또 무슨 변명을 할 것인가. 자신들은 대대적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투표거부 운동을 하면서도 대형교회목사가 투표독려 한 것을 놓고 불법이니 운운하는데 주민투표란 주민이면 당연히 참여해야 할 투표가 아닌 가. 이는 강요가 아니라 국민의 당연한 권리와 의무로서 권유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주민투표법 28조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쁜 투표라며 투표를 거부하는 것은 비록 선거법에는 저촉 되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신들은 나쁜 투표거부를 공공연하게 하면서 투표독려를 문제 삼는 것은 참으로 이기적이고 속 보이는 짓거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당 조직을 총동원한 투표거부 운동을 벌려왔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민주당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어정쩡한 태도, 헌신적인 지원이 없었다, 더구나 지난 번 신도시와 관련 ‘원안+α’를 말해 한나라당을 당혹하게 했던 전 대표가 내년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지역문제라는 입장을 고수 하면서 이번에도 원론적인 답변으로 넘어간 것은 참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민주시민의 권리인 투표는 해야한다는 말을 했었어야 했다.

특히 오 시장이 조급하기도 했겠지만 청와대와 당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시장 직을 내 건 것은 커다란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 아쉬운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민심의 흐름에 따라 민심을 얻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뜻에 따라 민심을 바꾸려는데 있다. 또한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거시적 안목보다 한시적 안목에서 당장의 이익을 계산하며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한 민주시민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내 귀중한 한 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그 결과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며 내게 어떤 결과가 오게 될지를 왜 깨닫지 못한단 말인가. 물론 전면무상급식의 경우도 그렇다. 무상급식대상자로 된 학부모 유권자들은 굳이 투표에 참여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투표를 거부 할 수 있다. 단지 자녀들이 성장한 고령층의 경우 추후 자신이 부담해야 할 세금문제의 부담 등을 의식, 투표에 참여 할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유권자들이 정치 투표와는 달리 투표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예견된 패배였다. 야당은 한 목소리를 내는데 반해 보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은 내분과 무기력으로 보수적 가치를 지켜내지 못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25.7%이상 투표율을 보인 것은 그 나름대로의 커다란 성과로 볼 수 있다.

현재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리스나 몇몇 나라의 경우 섣불리 펼친 복지정책으로 국가재정이 바닥이 나 파산지경에 이르기도 한 사례를 볼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사회복지정책이 일시적 포퓰리즘에 빠져서는 결코 안 된다.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국가의 재정이 바닥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무기보다 더 무서운 게 분열이다.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임을 감안하자. 비록 투표율이 33.3%에 못미처 개표도 못해보고 파기가 되었지만 야당과 교육감이 승자로서 들뜬 기분으로 경고망동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 민주당서울시의원, 서울 교육감이 ‘오 시장 국민의 심판’ 운운하며 승리자로의 자만은 진정으로 서울 시민의 진의를 바로보지 못하고 착각을 하는 것이며 듣기도 거북하다.

투표를 한 25.7%의 유권자의 진의를 알고 자숙하며 겸손함을 보여야 한다. 이는 이번 부진한 결과가 대다수 사람들이 보통 자신의 이해관계에 직결된 근시안적 사안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일반적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기 때문이지 야당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 밥그릇을 볼모로 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당과 교육감에 대해서도 이참에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면 한다. 일시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나라를 망칠수도 있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야당과 편파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사, 국민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들어야 한다.

벌써부터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 시장자리를 놓고 시끄럽다. 어둡고 긴 밤이 두렵기만 하다. 이래저래 민주시민이기를 포기한 많은 유권자들은 피곤하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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