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굵고 털털한 정치를 한다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 대표와 치밀하고 꼼꼼한 정치를 한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목포와 부산 막걸리를 나누며 담소의 시간을 가졌다.

흔히 정치권에서 곰(김무성)과 여우(박지원)로까지 비유되는 양당 원내대표들이 임기를 끝내면서 마련된 자리다. 이들 두 사람은 정적(政敵)이자 원내 사령탑으로서 지난해 12월 예산안 정국에서 핏대를 올리며 싸운 사이고 또 지난달 29일에는 북한 인권법 처리를 놓고 언쟁을 높이며 낯을 붉히기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그냥 다투기만 하지는 않았다. 타협을 기치로 어느 선까지는 협상 정치를 복원시키기는 재치도 있었다. 이들 두 정치인의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닮은 점이 있다. 그것은 타협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타협이라는 공통점 말고도 닮은 게 많은 것 같다. 지난 2008년 총선 때 그들은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그 후 그들은 아무 조건 없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입당했고 똑같이 원내 대표가 되었고 또 똑같이 비상대책위원장직도 맡았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양당의 차기 대표 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곰과 여우로까지 비유되면서 그렇게 싸움질을 했던 이들 두 정치인은 상대를 칭찬해주는 지혜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지난 4일 한ㆍ유럽연합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두 정치인이 보여준 소신은 매우 인상적이고 본받을만했다.

그런데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듯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여야 정부합의안을 파기 시켰다. 이미 협상 결과를 보고 받고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손 대표가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내 FTA 반대론자들과 차기 대선 때 야권 연대를 의식하면서 모처럼 여야가 합의 한 비준안 합의를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당 안팎에서 국가지도자인가, 정파지도자인가 라며 그에 정체성까지 묻는 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는 손 대표가 그때, 그때 자신에게 유리한 게 무엇인지 따지는 ‘안테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분당을’ 지역주민은 “손 대표가 약속과 신뢰 그리고 국익보다는 정파적 편의주의에 더 초점을 맞추는 ‘주판알 정치’를 하는 것 같아 뽑아준 게 후회가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그에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이런 현상이 S대학원 총동창회에서 일어났다. 가까운 지우(知友)의 이야기다.

며칠 전 총동창회 총회 직전 회장 후보자가 밤늦게 부회장인 지우에게 찾아와 자신을 추천해달라며 차기 사무총장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지우보다 후배기수지만 연령으로 따져 회장 후보자에게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의 막연한 사이다.

예상대로 총회에서 회장 후보자의 자격논란이 격돌했지만 지우의 발언으로 회장 후보자가 추대형식으로 당선이 되었고 일부 임원들 앞에서 그 지우가 사무총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장 당선자가 자기 동기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어 보건복지부 공무원 출신인 회원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지우가 입게 될 상처는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입장에서 지우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기별 회장으로서 자신을 도와달라는 문자가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회장의 직업이다. 그 회장이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보건복지부하고 업무가 연관된다는 점이다.

아마 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보건복지부공무원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선임, 자신의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기 위한 것 같다. 특히 동문회장이 되면서 동문회 일보다 그 자리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시체 말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감정이 다르다는 식이다.

이 사회가 어찌 이런 일뿐이겠는가. 오히려 이용당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 아니던가. 그 지우는 배신당했다는 허탈감에 빠져 그저 실없이 웃기만 한다. 인간성을 잘 알면서도 정(情)에 이끌려 그를 추천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배는 떠나간 뒤다. 그래서 사람은 항상 무슨 일이든지 정에 말리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가 다수는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 원칙이라고도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다수에 묻혀 편안해지려는 욕구와 집단 따돌림을 피하려는 게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객관적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판단을 맹목적으로 따라간다. 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동조(Conformity)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는 다수의 의견보다 소수의 의견이 더 지배적이고 관철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흔히 말해 지도자의 역량이나 힘 있는 체계에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동창회의 경우도 그렇다. 몇 사람의 나쁜 말이 그의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쁘게 비춰졌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시각에서 본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게 평가를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올바른 지도자라면 그런 것에 대해 판단을 잘하는 지혜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정치계나 사회나 세상 사람들의 만남에 관계를 끈끈한 유대관계로 이어 줄 대화의 장, 약속이 필요에 따라 한 번 쓰고 버려지는 1회용 컵 같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일은 침묵으로 흘려보내라”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이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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