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분(本分)은 무엇일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또 그 근본이 되는 일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내가 어떻게 해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왜 살아가고 있는 건지? 이런 것들을 모른다면 나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모를 것은 당연하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그리고 왜 살아가고 있는가? 직업을 갖고 일하기 위해? 아니면 그 일을 통해서 성취감을 맛보고 인정 받기 위해서? 그도 저도 아니면 그저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남는 게 있으면 남에게 베풀며 선행이나 하려고? 천만의 말씀이다.

불가에서는 흔히 우리가 업(業) 때문에 중생(衆生, 업식 덩어리)으로 태어났지만 동시에 그 업을 소멸하고 부처라는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중생)가 태어난 이유이고 살아가는 목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말하는 나의 본분은 무엇이겠는가. 물론 자신의 업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의 근본 되는 일은 바로 수행(修行)이다. 즉 마음을 성장시키는 일, 마음의 차원을 높이는 일말이다. 이 같은 자신의 본분에 늘 충실하다면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자리에 있든, 내 마음을 진화시키는 수행이 될 수 있지만 그 같은 본분을 앞세우지 않는다면 어느 일을 하든 어떤 성과를 거두든 그것은 단지 또 다른 업을 쌓는데 머무르고 말게 될 것이다.

자신의 본분을 모르면 얼마든지 어리석어질 수 있는 게 인간이기도 하다. 얼마 전 어느 분이 사업을 하다 많은 재산을 잃고 괴로워하던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망하긴 했어도 아직 웬만큼은 재산도 남아있고, 가족도 있었고 건강한 육신을 갖고 있었는데 말이다. 육신은 건강했을지 몰라도 정신은 건강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돈과 명예에 목숨을 걸고, 사업에 목숨을 담보로 하다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목숨을 경시하는 것. 생각할수록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그 분이 수행에 목숨을 걸었다면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목숨을 그리 쉽게 끊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본분이 사업이 아니라 수행하는 것임을 철저히 알았던들, 자신의 목숨을 그렇게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 같은 어려움이 자신에게 시련을 가져다주는 축복이라고 생각했더라면 그 마음은 훌쩍 성장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업을 다시 일으키고 돈도 다시 벌고 명예도 찾았을 것이다. 만약 도(道)를 추구하는 수행자였던들, 설사 잃어버린 재물과 명예에 대한 미련 때문에 괴롭고 죽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 할지라도 그러한 중생심(心)을 잘 다스려 욕심, 집착, 괴로움 등 모든 번뇌를 잘 다스릴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일이 있어도 근본을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서는 수행(修行: 꼭 종교적인 것만 아님)을 해야 한다. 뿌리를 해치고서 어찌 가지와 잎이 무성하기를 기대 할 수 있겠는가? 요즘 같이 더욱 살기 어려운 때일수록 내면을 향해 갈고 닦으며 우리 스스로가 자문자답해보자.

‘나는 왜 태어나고, 또 왜 사는 건지?’ ‘나의 진정한 본분은 무엇인지?’ 모든 업과 습을 녹이면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보자. 마음을 닦으며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게 나의 본분이라고, 오직 그 하나의 깨달음 때문에 그 하나의 목적 때문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거라고, 진아(眞我)! 너만이 이 고(苦)를 녹일 수 있고 너 만이 가아(假我)를 이끌 수 있는 거라고, 마음을 내려보자. 이것이 바로 수행이다.

내 마음을 내려놓고 다스리는 일을 근본으로 삼을 때, 이 생 에서 내 몸이 맡고 있는 역할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고 인간관계까지도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얼마 전 감투와 명예 때문에 모 종교단체들이 법정에까지 가고 다투는 것을 보았다.

겉으로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같아도 이 또한 수행이 부족한 탓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종교의 권위가 실추되는 것이다. 아무리 생존 경쟁, 약육강식의 세상이라지만 종교인들까지 이런 추태를 부리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간은 조직에서 공생공존하며 살 수 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혼자는 살 수 없는 게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인간관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이기에 의리가 있어야 하고 신뢰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첫 만남 또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남에게 남긴 첫 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없앨 수도 없다.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결국 모든 만남과 모든 순간이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행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은 인간관계에서 '다리를 놓을 것인가? 높은 담을 쌓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오직 자신의 생각에 달렸다. 정직과 성실함을 최선으로 하지 않으면 놓았던 다리도 높은 담이 되고 만다. 서로 간에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성공적인 인간관계가 잘 이루어지려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