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 말도 바뀌게 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말은 새로 널리 쓰이는 가하면 또 어떤 말은 잊혀져간다. 한 예로 우리 주변에서 우물을 잘 볼 수 없게 되면 우물이란 말은 물론 물을 푸던 두레박이라는 말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반대로 컴퓨터나 인터넷이 크게 유행하면 그와 관련된 말들이 널리 자주 사용된다.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고라는 말이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대형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말이다.

물론 예의도 있다. 언론 자유나 환경보호 같은 말은 그것이 지칭하는 뜻이 사회에서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어떤 말의 사라짐을 뜻하고 어떤 말의 유형은 그것이 지칭하는 대상의 유행을 뜻하는 것이다.

어떤 덕목을 지칭하는 말로서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열심히’ 란 말과 ‘사랑’ 이라는 말이 아닌가 싶다. 특히 방송에서 가수나 탤랜트의 인터뷰 장면을 가끔 볼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공통적인 말은 “계속 사랑해 주세요. 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이란 것이다.

가끔 학생들과 대화를 해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랑과 열심만이 그들이 추구해야 하는 덕목의 전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것은 소중한 덕목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사랑이라는 말을 남용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랑타령이 너무 많은데 그 대부분은 이기적이거나 맹목적 또는 추상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성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모교나 고향에 대한 사랑 등등이 환상적으로 포장되어 있거나 구체성을 상실하고 추상적 이념으로 강요되고 있음을 종종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한다는 말 또한 의심스럽다. 그것은 무엇을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거의 없다. 목적의식도 없이 무조건 아무거나 열심히 하면 좋다는 식이다.

물론 어떤 일을 열심히 하게 되면 대개 그 일을 잘 하게 된다. 그러나 쓸데없는 일, 보람 없는 일도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힘은 물론 시간마저도 낭비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하는데 이 때 마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호하게 들릴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 말은 어쩜 경쟁에서 무조건 이기기, 또는 자기 욕망의 최대충족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것은 피곤하고 살벌한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이 열심이란 말에 맹목적인 경의를 보이는 것은 어쩜 기성세대들의 강요 때문인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사회나 부모들이 학생들에게 다른 덕목을 가르치기에 앞서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강요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되기에 앞서 기계적인 지식의 산물로 교육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다보니 버릇이 나빠도 되고 자기 생각이 없어도 좋고, 인격도야 같은 것은 더욱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그냥 무조건 암기만 잘 하면서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지금부터 50여 년 전 국민학교 다닐 때가 생각난다.

그 무렵 교훈은 근면, 성실, 정직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서 이런 교훈을 아직까지 갖고 있는 학교들이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잊혀져가고 있다. 그게 슬프고 안타깝다. 적어도 일상생활 속에서 근면, 성실, 정직 같은 말이 별로 자주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아서다.

아울러 어찌하다보니 용기 절제 희생 절약 인내 의젓함 숭고함 등과 같은 말들이 잊혀져 가는 것만 같다. 이 같은 현상은 그런 덕목들이 우리 사회에서 경시당하고 잊혀 지면서 사회가 더욱 각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중 정직이라는 말 하나만 잠시 생각해보자. 우리는 정치인들이나 청문회 같은데서 그들이 숱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로 감추고 있는 나쁜 짓에 대해서는 크게 흥분하면서도 거짓말하는 자신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못하는 뻔뻔함을 갖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정직’ 이라는 것을 그렇게 대단한 덕목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만큼 의식 사고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학교교훈이던 근면, 성실, 정직의 덕목을 무시한 채 좋은 삶,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는 없다. 사랑이라는 말도 좋고 열심이라는 말도 좋다. 그러나 잘못된 교육으로 인해 근면, 성실, 정직, 용기. 절제, 희생, 절약, 인내, 의젓함, 숭고함 등등 좋은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말들을 잊고 사는 불행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뉴스를 보니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의식사고로 상당수의 여성들이 향락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그런 정신이 되다보니 순간적인 물질적 여유는 생길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삶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이루면 된다. 라는 것이다. 얼마나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말인가?

가치관이 건강해야 사회가 밝아지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윤리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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