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붐비는 충무로 한 복판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해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자부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가게에 원인 모를 불이 나면서 값비싼 물건들이 모두 불에 다 타버리고 말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차며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 검게 그을린 가게문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붙어있었다. “이 상점의 모든 것이 불에 다 타버렸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 -주인 백-”

거리를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주인의 용기와 끈기와 당당함에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기백과 끈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금방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십시일반으로 그 상점 주인을 도와주었다. 돈도 빌려주고 심지어는 물건까지도 외상으로 대주었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 그 주인은 금방 재기할 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가게가 몽땅 불에 타버린 후 남들처럼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점 주인은 남들이 다 포기 할 수밖에 없는 그 바닥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다고 결단했다는 것은 실로 위대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타고 남은 잿더미 위에서 모두가 절망하고 있을 때 거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실로 위대한 사람이 분명 하다. ‘처칠’ 이나 ‘에이브라햄 링컨’ 같은 이들만 위대한 것은 아니다. 꺾일 듯 꺾일 듯 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사람들, 다른 사람 같으면 절망하고 포기했을 그런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위대한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다 어렵고 힘이 든다. 어렵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도 없다. 그러나 똑같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사람은 희망의 길을 찾게 되고 반대로 아무리 좋은 여건과 환경이라도 어두움만 바라보는 사람은 어두움 밖에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가능성을 보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다 가능해 보이지만 불가능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다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진정 위대한 사람은 눈에 보이는 모든 장애물들을 뚫고 앞으로 나가는 희망의 사람들이다.

7년 동안 지방에 있는 모 대학에서 ‘사회윤리학’을 강의 해왔다. 그런데 2학기 초 모 교수로부터 ‘교양과’가 폐과됨에 따라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니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한 학기씩 계약을 하는 시간 강사 처지에 별다른 항의를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 같은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순간적으로 이제 대학 강의는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자 60이 넘은 나이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발명가 에디슨이 평생 모은 재산인 뉴저지 주 웨스트 오렌지에 있는 공장과 연구실이 모두 불에 탄 적이 있다. 이때 낙담과 실의에 빠진 채 아버지의 불탄 연구실을 바라보고 있는 아들에게 “아들아, 연구실에 불이 난 것은 기존 건물과 묵은 시설이 아까워서 뜯어 고치지 못하는 아빠의 좁은 마음을 책망하기 위해 창조주 하나님께서 이런 방법을 쓰셔서 바꾸려 하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도 언급 한 바 있지만 언제든지 상황보다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교양과가 ‘폐과’ 될 것이라는 소문에 몇몇 강사들은 이제는 열심히 강의를 할 필요도 없게 됐다며 낙심한 표정으로 술렁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의 경우 에디슨이 아들에게 들려준 말처럼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게 하나님이 변화를 주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일은 염려하지 말고 구할 것이 있으면 두드리라는 성경 말씀을 믿는다.

그런 마음에서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명언처럼 비록 학과가 없어질지라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학기의 강의는 더욱 더 열심히 했다. 강의 할 때마다 난 그들을 제자로 보기보다는 자식으로 보았다. 그래서 더 열정적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을까. 이번 학기에도 한 여학생이 감사함을 표하는 편지를 살짝 전해주고 가기도 했다. 또 어떤 학생들은 문자로, 또 어떤 학생은 건강식품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학교에서는 모르겠지만 그런 학생들 덕분에 보람을 느끼며 희망을 잃지 않게 된다.

우연일까,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외손녀가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를 부르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덩달아 웃는다. 난 하나님이 우리에게 하신 약속을 믿는 사람이다. 그 믿음의 힘이 나를 놀라운 인생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믿음은 불가능 한 것을 꿈꾸게 하는 희망’이다. 그래서 다음 새 학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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