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는 슈퍼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 전 세계 대유행 우려를 낳고 있다.

도쿄 데이쿄(帝京)대 병원은 중증 입원환자 가운데 46명이 원내에서 슈퍼박테리아인 아시네트박터균에 감염돼 27명이 숨졌으며, 이 중 9명은 이 균이 직접 사망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초 감염자는 지난해 8월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나, 감염 경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병원 쪽은 밝혔다

슈퍼박테리아는 보통의 면역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침투해도 병을 유발하지는 않으나 면역력이 떨어진 중증 환자에게는 폐렴과 패혈증 등을 일으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약 10년 전부터 유럽 일대에서 발견되기 시작,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책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슈퍼박테리아에는 1961년에 발견된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1996년 일본에서 발견된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VRSA) 등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였다.

그러나 이번에 일본에서 발견된 슈퍼박테리아는 특정 항생제가 아니라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 아시네토 박터 바우마니’(MRAB)이다.

WHO는 지난 3월 여러 종류의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결핵(MDR-TB)과, 이보다 훨씬 강해 치료가 더 어려운 광범위 내성 결핵(XDR-TB) 등 다제내성의 위험성을 특별 경고한 바 있다.

항생제가 내성 슈퍼박테리아의 위험성은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아시네토박터균도 국내 대형 대학병원 등에서 이미 검출되고 있지만, 아직 사망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도 병원에서 나타난 내성균이 다른 환자나 의료진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병원에서의 감염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기존의 관리 대상인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과 더불어 아시네토박터균, 녹농균 등 5종의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을 오는 12월부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떤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대유행할 것이란 경고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슈퍼박테리아를 퇴치한다고 해도 새로운 슈퍼박테리아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국과 의료진, 환자, 병원 등 전방위적인 감염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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