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5개 야당들이 약속이나 한 듯 ‘무상급식실시’를 최대공약으로 내세우며 격렬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급식비 부담을 덜게 되는 학부모들이나 가난한 학생들이 싫어할 리 없고 자존심에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후보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딱 잘라 반대를 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야당은 헌법 31조를 들어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은 권리라고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무상 급식이 각 가정과 학부모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조 8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이 같은 무상급식은 1970년대 핀란드의 무료급식을 둘러싸고 세계적으로 이미 논란이 마무리된 사안이다. 현재 일부 북유럽국가들이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반면 미국, 일본, 영국 등은 저소득층 학생을 중심으로 30~50%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지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논쟁도 이처럼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따라서 모든 지역이 무상교육과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실시되어야 한다. 이에 따른 예산도 확보되어야 한다. 무상급식을 하자면 지역마다 그만한 재원이 필요한데 후보자들이 그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에 설득력이 없다. 계획이 없다. 달콤한 선심성 공략으로 국민을 우롱하며 표만 얻으려고 하고 입으로만 할 수 있다고 공약(空約을 마구 남발하고 있다.

진정 무상급식을 실시하려면 아이들이 주말과 휴일, 그리고 배고픈 방학까지도 사라져야 한다. 현 급식 제도 하에서는 수 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가지 않는 날은 여전히 배를 곯는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급식의 질 좋고 균형 잡힌 식단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만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특정지역에서 실시할 제도가 아니라 국가 정책으로 가야한다.

우리는 해방이후 반세기를 선심성 공약들의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과 배신을 겪을 만큼 겪은 사람들이다. 친 서민을 표방한 야당들이 왜 부담능력이 충분한 중산층의 자녀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제공하겠다고 나서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돈을 따지는 건 말도 안 된다. 얼마나 썼는지 헤아려보느라 멈출 순 없다” 빈자(貧者)들의 성녀로 추앙 받던 아르헨티나의 전설적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이 남긴 말이다. 그녀의 이름을 딴 재단을 통해 빈곤층을 위한 학교와 병원, 양로원이 수없이 세워졌고 천문학적으로 지출되는 예산은 모두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되었다.

남편인 ‘후안 페론’ 대통령 역시 통 크게 베풀면서 노동자들에게 12달 일을 하고 13달치 봉급을 받도록 했고 기나긴 유급 휴가 등 공공서비스 수준이 복지천국인 북구(北歐) 수준에 달할 정도였다.

그 결과 집권 5년 만에 나라 살림은 거덜나버렸고 국고 마저 바닥이 나버렸다. 뒤이은 정권들이 그 씀씀이를 줄이려 했지만 한 번 선심 정책에 맛들여진 국민은 정부 정책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남미 최초의 경제대국이던 아르헨티나는 다시는 그 같은 영광을 되찾지 못하는 빈국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태국의 ‘탁신 친 나왓’ 전 총리도 페론과 마찬가지다. 거대한 표밭인 농민과 도시 빈민자들의 마음을 사고자 낮은 수가의 의료개혁조치를 단행했고 농민들의 채무를 동결하는 가운데 국영은행을 통해 싼 이자로 신규대출을 해줬다. 모두가 빈곤층을 위한답시고 무책임한 정치로 망국의 위기를 조장했던 것이다.

요즘 여야를 불문하고 지역단체장으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공약을 쏟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자칫 한국의 페론, 한국의 탁신 소리를 듣게 되는 정치인들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워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먹이겠다는데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학교무상급식’ 공약은 그런 점에서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만한 재원을 어디에서 확보 할 수 있으며 또 그 재원이 마련된다해도 아르헨티나나 태국처럼 지방 살림을 바닥나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위해 무상급식이란 달콤한 정치적 공약을 고수한다면 정말 뻔뻔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천안함이 피격된 지 두 달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북규탄 결의는 커녕 이마저 지긋지긋한 정쟁(政爭)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야당의원들은 한 결 같이 외국인 기술자들도 포함 된 ‘민ㆍ군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못 믿겠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야당의원도 찾아볼 수 없다. 미 상원이 천안함과 관련,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하원도 초당적 대북 규탄 결의안을 제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일본, 인도를 비롯해 25개국과 유럽 연합등 국제기구가 일제히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심지어는 러시아와 중국까지도 북한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국 인 우리의 국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야당은 현 정권 심판을 주장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지난 10년간 안보실책을 저지른 과거 정부가 재심판을 먼저 받아야 마땅하다. 햇볕정책의 잘못으로 인해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가해자에게는 한 마디 말도 없이 피해자에게 허점을 보인 책임을 지라는 말은 모순이다.

아무리 6.2 지방 선거에서 승리해야하겠지만 안보문제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도리다. 그러나 명백한 결론을 놓고도 정치적 목적으로 이를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다.

국가가 있어야 내가 존재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국가의 존망이 걸린 안보문제는 어떤 정치적 이해 보다 우선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 같이 국가관이 없고 애국심 없는 정당이라면 반공국가인 이 나라 정권을 맡을 자격이 없다.

심지어 적의 도발로 우리의 무고한 대한의 남아들 46명이 전사한 것과 관련한 대통령 담화를 ‘대통령의 선거방해’ ‘안보장사’ ‘선거용 담화’로 몰아붙이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유권자들은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자칫 투표를 잘못해 그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얼마 전 뇌물사건으로 물의를 빗은 전직 고위지도층 인사가 무슨 유세장에라도 나가는 듯 전직 장관. 국회의원을 떼로 모아 법정에 나오는 것을 보았다. 특히 천안함 구조 실패로 온 국민이 비통함에 빠져 있을 시각에 재판장을 나서며 함께 웃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가히 역사에 기록될 만큼 가관이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진실이 코 밑에 다가와도 ‘아니다’ ‘모르쇠’로 일관하다가도 세가 불리하다싶으면 ‘침묵’ 하고 시간 벌기 위한 술수를 부리는 저들. 그리고 비리의 꼬리가 잡혀 조사라도 받을라 치면 ‘정치보복’ ‘정치적 탄압’ 주장하는 이 나라 정치꾼들. 국민 우롱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친 것 같다.

너무 많은 후보들의 난립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지도 모를 정도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자리 창출 등 공약(空約)을 남발하거나 북한을 비호하는 듯한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참 교사를 자처하며 학생들을 혼란에 빠트린 거짓 교사들만이라도 구별해 내 귀중한 한 표가 나라를 위기에서 벗어나는 한 표가 되기를 희망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