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권혁수 차장

"문학은 시대의 반영이며 시를 쓰는 것은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내년 4월 시집 '세렝게티의 아이들'을 발간할 예정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권혁수 차장이 바라보는 문학의 역할은 이와 같다. 

권 차장은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로 당선됐으며 2002년 계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했다.

꾸준히 창작활동을 펼쳐 온 권 차장은 창작 작업을 "자아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표현했다.

하나의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는 것이 구도자들이 자아를 찾아가는 길과 일맥상통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사막을 가다가 오아시스에 발을 담군 것 같다"며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아시스에서 충분히 쉬게 되면 떠나가야 한다"며 "지금의 나는 자아를 찾아가는 길에 서 있다"고 밝혀 내년 4월에 출간할 시집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창작활동을 펼쳐 나갈 것임을 내비쳤다.

'세렝게티의 아이들'을 대표시로 내세운 것에 대해 "세렝게티의 초원은 치열한 동물간의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라며 "사회라는 정글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렝게티를 다녀왔던 지인이 그곳 아동들의 착취에 대한 말을 듣고 영감을 얻어 써내려간 시"라며 "어려움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의 착취에 대한 고발과 함께 치열한 경쟁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꿈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순수 문학의 자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 차장은 "과거에는 시대상을 담아내는 작품들이 많았고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순수 창작물이라고 해도 문학의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과 관념을 담아내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렝게티의 아이들
권혁수
1.
나무에 갇힌 코뿔소를 꺼내놓아야 해
망고와 바나나를 먹으려면 코뿔소를 먼저 완성해야 해

세렝게티의 아이들

나무토막이 코뿔소가 되기 전까지
굶어야 하는 아이들

2.
국제우편으로 배달된 상자를 여니
검은 코뿔소가 나왔다
훅훅 더운 콧김 내뿜을 때마다
풀 냄새를 풍겼다

세렝게티 아이들의 손에서
태어난 코뿔소

아이들에게 망고와 바나나를 주고
적도 지나오느라 까맣게 그을린,

초원을 달리다 태양을 뿔로 찌르고
진흙 물웅덩이 휘젓던 그 근육질 뚱보가
아이들의 손에서 태어났다니!
배고픈 아이들의 노동으로 숨을 쉬다니!

3.
세렝게티 아이들이 코뿔소를 사냥한다

별이 보이는 초막의 지붕 밑에서
조각칼을 들고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