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카피라이터로 일하는 박현주(가명, 여 28세)는 회사동료들과 회식자리에서 참치회를 먹고 등과 가슴에 두드러기가 심해 다음날 피부과를 찾아왔다. 피부과에서 알레르기 검사를 해봤으나 아무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박 씨는 평소 아무렇지도 않다가 가끔 음식을 먹은 뒤 한 차례씩 홍역을 치를 때마다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음식 내 히스타민이 두드러기 유발

피부과를 찾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 중에는 박 씨처럼 특정 음식을 먹으면 가려움 증상이 악화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일반적인 알레르기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은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히스타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이다. 히스타민은 피부에 있는 비만세포와 호염기 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화학 매개체로 두드러기 외에도 천식,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한다.

심하면 호흡곤란, 심혈관계 문제 유발

히스타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음식을 섭취할 경우 알레르기 반응과 유사한 재채기, 두드러기, 홍조, 두통, 메스꺼움, 구토, 설사, 심지어는 저혈압, 호흡곤란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음식물이 흡수되기 전에 장(腸)에서 음식물 내의 히스타민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일어난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은 이러한 분해 효소가 정상인보다 낮다. 따라서 분해 효소가 적은 만성 두드러기 환자들은 히스타민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 식단 분석, 히스타민 함유량 측정 결과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팀은 한국인의 식단을 분석하여 어류, 육류, 과일·야채군, 유제품, 카페인 포함 음료, 주류 등 30종의 음식을 선정하고, 이들 음식에 포함된 히스타민 함유량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히스타민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음식은 어류, 육류, 가공육류, 시금치, 녹차 등 이었으며, 히스타민이 적게 포함된 음식은 소주, 우유, 맥주, 달걀 등 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참치(2,927mg/kg), 고등어(2,467mg/kg), 삼치(2,118mg/kg), 꽁치(1,391mg/kg) 등 주로 등푸른 어류에서 전반적으로 히스타민의 농도가 높았고, 소시지(3,572mg/kg), 돼지고기(2,067mg/kg) 등 육류와 가공육류에서도 히스타민의 함유량이 높았다.

과일·야채 군에서는 시금치(1,358mg/kg), 껍질 깐 오렌지(743mg/kg), 땅콩(635mg/kg), 토마토(557mg/kg) 등이 히스타민 함유량이 높았고, 바나나(495mg/kg), 귤(429mg/kg), 포도(315mg/kg), 딸기(257mg/kg), 파인애플(158mg/kg), 피클(23mg/kg) 등은 대체로 500mg/kg 이하의 낮은 함유량을 나타냈다.

유제품 군에서는 발효 음식인 치즈(533mg/kg)가 히스타민 함유량이 가장 높았고, 달걀(136mg/kg), 우유(38mg/kg)는 낮았다.

카페인 포함 제품군에서는 커피(282mg/kg), 코코아(177mg/kg), 초콜릿(162mg/kg) 비해 녹차(878mg/kg)는 높은 히스타민 함유량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주류군에서는 적포도주(287mg/kg), 백포도주(162mg/kg), 맥주(118mg/kg), 소주(16mg/kg) 등은 전반적으로 낮은 히스타민 함유량을 보았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히스타민 함유 음식 피해야

박천욱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에게는 히스타민 농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회 섭취 기준으로 20~50mg/kg의 히스타민이 두통을 야기 시키고, 100~150mg/kg의 히스타민이 홍조를 일으킨다. 그 외 재채기, 두통, 오심, 구토, 설사, 두드러기, 호흡곤란, 심혈관계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 100~225mg/kg의 히스타민이 치명적인 중독을 나타낸 보고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농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60kg의 성인 남자가 6,000mg의 히스타민을 섭취할 경우 약하게는 홍조 반응에서부터 심하게는 중독 증세를 보일 수도 있다.

만성 두드러기 환자의 치료는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시키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며, 가능하면 히스타민이 함유량이 많은 음식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박천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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