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권신인 대부 ‘계씨(季氏)’가 ‘공자’의 제자 ‘민자건’에게 지역의 읍재(邑宰. 현 읍장)를 맡아달라는 서찰을 보냈다. ‘민자건’은 서찰을 갖고 온 사자에게 “나는 읍재 벼슬에 뜻이 없으니 그대가 돌아가서 내 뜻을 전하시게, 그래도 다시 나를 청한다면 나는 노나라를 떠나 제 나라의 문수(汶水)물가로 가 은거해 버릴 것이오.” 부정한 권력자 밑에서는 어떤 벼슬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어지러운 나라에서 부귀를 누리는 사악한 권력의 부름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강직하게 거절하면 화를 입을 수도 있었고, 약하게 대하면 욕됨을 당할 수 있다. 이에 ‘민자건’은 차라리 다른 나라로 가서 은거할 각오로 벼슬 제안을 거절하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권력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줄을 서는 지금의 우리나라에 ‘민자건’같은 인물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인물을 찾는다는 자체가 이상 하리 만치 어색하다. 정치꾼들을 보면 특히 더 그렇다. ‘직(直)’한 사명감은 없고, 오로지 ‘직(職)’만 탐하는 무리가 화를 당할지, 욕을 당할지에 대한 가늠도 없이 그저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향해 불나비처럼 몰려서 덤비고 싸우는 흉한 추태를 보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팎이 요동을 치는 것 같다. 안에서는 정치테러(?)로 정치에 대한혐오와 저주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민들을 선동하기에 바쁘다. 밖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더 확대될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다시 확전 양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갑진년 새해가 열리자마자 일어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이다. 다행히도 피해가 크지 않아 퇴원을 하고 일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피습사건 이후의 전개과정은 볼썽사납게도 한국의 정치의 부끄러운 수준을 국내외에 드러냈다. 상처가 위급하다며 부산대병원을 뿌리치고 더 좋은 병원으로 가야한다면서 서울대 병원으로 서둘러 떠나는 바람에 부산과 지방 의료에 대한 무시와 불신의 의미를 띠면서 부산과 민주당, 전국 지방 의료기관과 민주당의 대립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기에 무리한 헬기 사용과 위압적 행태까지 삐져나오면서 특권의식과 이중성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특권적 발상은 서울대병원에 들어간 후 이 대표의 치료경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제 1야당 대표의 국가 의전 서열이 높으니 병원 헬기를 써도 된다는 야당 모 의원의 당당함의 주장도 특권적이며 허무맹랑하거니와 치료를 담당한 서울대병원 당국의 태도 또한 부당하고 석연치 않았다. 전 국민이 주시하는 사건의 성격상 최소한 기자들 앞에서는 정확한 경과를 설명해야 마땅했는데, 마치 주눅이 든 것처럼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민주당이 끼어들어 정략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 되었다.

더욱 더 의심스러운 건 이재명 피고인의 ‘위증교사 사건’ 재판기일이 연기됐다는 것이다. 공판기일 변경은 당사자 신청이나 재판부직권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서울대병원의 공식 설명이 있기 전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무엇을 근거로 이 대표의 재판기일을 연기한 것인가. 이 대표나 변호인 측은 기일 연기신청을 한 바 없다고 한다. 재판부가 임의로 기일 연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절차에 따라 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했어야 한다. ‘서열 8위’인 야당 대표가 아니라 갑남을녀인 우리 같은 서민에게도 그런 특혜가 가능했을까. 또한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을 맡고 있던 판사가 돌연 사표를 낸 것 역시 공교롭다. 재판을 끌만큼 끌다가 결국 선고할 시기가 되니 더 이상 피하지 못하고 사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양자 모두 갖가지 명분으로 법원을 농락하는 피고인의 앞에서 눈치를 본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터라 그리 놀랍지는 않다. 이 모두가 국민을 무시하는 상식이하의 짓이며 특권적 발상에 기인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을 둘러싼 해프닝을 보면서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필자만의 마음일까. 과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기습 테러를 당해 큰 상처를 입었을 때 병원 당국이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자주 브리핑했으면 아무 일도 없을 텐데, 끼어든 사람들이 유난을 떠는 바람에 의심이 증폭됐다. 여기에 경찰도 문제가 있다. 이렇게 떠들썩한 사건임에도 국민의 알권리는 아랑곳없이 몸조심 위주로 깜깜히 수사를 하는 바람에 정보 부족으로 유언비어 발생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극심한 정치 불신까지 겹쳐 배후설, 자작설 등이 터져 나왔다.

이 대표의 경우 그동안 대장동 사건 등 10여개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오면서 의심 받을 언동을 너무 많이 했다. 그는 대표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압력이 가중되던 지난 해 8월 말 구속 위기에 몰리자 돌연 단식을 선언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더욱이 유창훈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또 한 번의 위기를 돌파하고 재판 연기 효과도 봤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도 우연치고는 발생 시점이 아주 절묘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등판 이후 선거 판세가 바뀌고 법원에서 결정적으로 불리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곧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또 일주일에 두어 차례 재판 출석에 따른 정치적, 개인적 부담, 특히 이낙연 신당으로 인한 당내 동요 등 부담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면에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평소 신뢰를 상실한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억측을 막기란 어렵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화급을 다투는 민생. 경제 법안을 방치한 채 정치권은 ‘쌍특검’ 공방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툭하면 탄핵 폭주에 이어 국민들은 관심조차 두지 않는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법을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김 여사 의혹은 이미 문 정권시절 서슬 퍼런 검찰이 오래 기간 수사를 벌였음에도 혐의를 찾지 못해 종결된 사건이다. 그러니 ‘총선 민심교란용 악법’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선동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 대표의 헬기 수송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의료진을 포함한 지역 의료시스템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위중한 상태이면 부산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헬기로 이송하지 않았어도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의료전달체계를 스스로 유린했다는 것이다. 또 서울대병원에서도 진료순서를 무시하고 곧 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권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앞지른 새치기다. 이에 시민단체와 의료계에서 줄줄이 성명 발표와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수술 후 15일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 되니 칼로 죽여 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라고 말했는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말처럼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 누가 죽이겠다고 했는가. 그런 허황된 사고를 갖고 있는 이 대표는 아직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사실상 필수의료나 지역의료 붕괴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공공의대와 지역의제’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주역이다. 많은 의료인들이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안을 폐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으면서 실소를 자아냈다. 지금이라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남 탓 하지 말고 의료인과 시민들의 한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국민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4월 총선 참여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국회의원 수도 줄이고, 보좌관 수도 줄이고, 비례대표도 폐지하고, 특권도 없애고, 세비도 낮추어야 한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후보자에게만 표를 주자. 무늬만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고, 당면 국가 현안해결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정당, 혹은 후보자에게 표를 던져야한다. 혁신 경쟁이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되도록 국민적 감시가 그 어느 때 보다 시급한 때다. 북한의 김정은이 혀를 날름거리며 군침을 삼키고 있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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