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 무척 심각하다. 아니 더 정확히 지적하자면 갈등이 심각하다보기보다는 제대로 갈등하지도 못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이해관계가 다르고 생각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갈등은 항상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하게 표출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에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 특히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유사 종교 수준의 ‘진영논리’에 맹목적으로 휩쓸리다 보니 입장에 따라 말과 주장이 바뀌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우파냐, 좌파냐로 스스로와 상대방을 낙인찍고 편을 가르고 있다. 각자가 사안마다 판단하고 결정하는 스스로의 권한과 능력을 진영에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양극단의 보수에게 맡기고 종교처럼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인, 초선의원들을 두고 하는 소리다.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을 보니 이제 정당 권력의 알짜배기인 공천권을 행사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여야 당 대표는 각기 다른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여당 대표는 껄끄럽게 물러난 모양새를 보였지만, 야당 대표는 공천 잔치 상을 앞에 놓고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대전 유성 출신 5선의 이상민 의원이 당권 독재를 강화해온 이재명 대표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오다 개딸들의 희생자가 되어버렸다. 이상민의원의 탈당은 민주당과 이재명이 뼈 속 깊이 가격한 강펀치로 여러모로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진다. 이낙연 전 총리도 오랜 침묵을 깨고 포문을 열었다. 유난히 입이 무겁다는 그의 공격적 어조는 이재명 퇴진 운동과 신당 추진 등 결단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는 지금 대표 취임 이후 가장 안전하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 물론 퇴진을 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이재명 대표와는 달리 사법리스크 같은 원죄는 없지만, 불과 1년 전의 전국 지방선거 대승의 흐름을 이어 가지 못하고 정권 지지율을 겨우 30%대에서 허덕이게 만든 책임을 저야 한다. 총선 결과가 100석 이하로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언이 나돌고 있는 것을 보고도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한심스럽다. 역대의 모든 정권이 불행의 징조를 보고도 설마 설마하면서 쓴 소리를 외면하다가 안 좋은 일을 당하지 않았던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약삭빠른 정치인들 특히 여. 야에서 내홍이 이는 가운데 21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의원들이 벌써부터 자신의 보따리 챙기려고 술수를 쓰면서 꾀를 부리는 행실이 가관이다.

70년 역사와 전통의 민주당은 이제 ‘이재명’이라는 다중 범죄 협의자의 허상에서 벗어나 공당(公黨)의 본령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한다. 친 명계 의원들은 왜 ‘이재명 대표 검찰 소환과 민주당의 위기’라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장동.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등 이 대표와 관련해 구속된 인물만 무려 21명에 달한다. 이러한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 대표 본인인 게 불 보듯 뻔한데, 정작 정범인 이 대표만 빠지면 먼저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 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구조다. 더구나 놀라운 것은 자신이 법원에서 내뱉은 50년 징역, 그래서일까 ‘옥중공천’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권위주의 시절 ‘옥중출마’는 들었어도 ‘옥중 공천’은 황당한 막말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친명 당권 파들은 총선 공천권을 틀어쥐고 개인적 영달을 위해 싸운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것은 이번 국회에도 초선 의원들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신 있는 정치를 약속했지만 지도부 눈치 보랴, 공천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 기존 정치권과 다르지 않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직후, 국회의원 현황이다. 전체 의원 300명 가운데 초선 의원은 151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는 초선 의원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후 지방선거 출마와 비례대표 승계 등으로 3년이 지난 현재, 초선 의원은 155명으로 늘었다. 이들 대부분이 각 당에서 정치를 혁신하겠다며 전문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영입했던 인재들인 만큼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2/3가 넘는 초선 의원의 출석률은 90%를 웃돌았고, 대표 발의한 법안은 전체 대표 발의 법안의 53%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지금, 이들의 사정은 녹록하지 않는 것 같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민주당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가 무리한 법안 강행을 주도하더니 최근에는 신당 창당을 내건 이낙연 전 대표를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민주당 의원 167명 가운데 117명(70.1%)이 서명을 했다. 이른바 조. 추. 송(조국. 추미애. 송영길)신당에는 침묵하던 민주당이 이 전 대표를 향해선 유독 격한 비난을 퍼붓는 모습에 당내 일각에서 조차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그간에 사법 리스크의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 정당’의 전위대 역할을 해 왔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가 정작 통합을 위해 가장 쉬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민의힘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김 전 대표에게 희생을 요구한 중진 의원들에게 ‘자살 특공대’로 몰며 ‘제 2 나경원 연판장을 연상하는 추태를 재연했다. 의원 대화방을 통해 일제히 글을 올리는 식으로 중진의원들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던 그들이 김 전 대표 사퇴 이후 돌연 침묵 모드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구 출마와 대표직유지를 놓고 시간을 끄는 김 전 당대표에게 격노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다. 어찌 보면 뒤늦게 ‘윤심’을 눈치 보며 김 전 대표를 옹호했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꼴이다. 더구나 일부 최고위원(초선)도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띄우며 조변석개 중이다. 개혁을 외쳐도 부족한 판에 신예들이 용산에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공천과 보신의 줄서기에만 바쁘니 ‘영혼조차 없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 구도에서 초선 의원들이 집단 비판 성명을 낸 걸 두고 초선 줄 세우기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정치적 입지가 좁은 초선 의원의 경우, 당내 갈등 상황에 휩쓸리기 쉽고 제 목소리 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공천과 관련해 지도부 입김이 세지는 선거철엔 목소리가 더 작아질 수밖에 없음을 이해한다. 나름, 각 당마다 시스템 공천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하향식으로 밀실이나 계파 공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든 야든 일종의 주류의 뜻에 맞추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하더라도 제 3세력들이 그들과 연대할 경우, 윤 정권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사람은 바로 윤 대통령이다. 영광도, 책임도 그의 몫이다. 역대 국회에는 구태를 공격하며 쇄신을 촉구한 여. 야 초선의원들이 있었다. 범죄 협의자인 당 대표로부터 ‘떡고물’을 얻어먹고 그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자 정상배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대도(大道)를 걸어야 마땅할 것이다. 권력의 홍위병을 자처하는 초선의원들이 또다시 당선이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 정치에 기여할 리도 없다. 따라서 내년 총선 퇴출 1순위는 바로 이들 초선의원들이다.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이재명 허상’에서 벗어나 안보와 경제 등 산적한 현안 처리를 위해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길 촉구한다. 이 와중에도 총선에 나오려고 출전 준비를 하고 있는 데, 정답은 국회 해산이다. 비상체제로 가야 이 나라가 산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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