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식상할 만도 하건만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기구들이 다시 회생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매년 수백 억 원의 국고를 낭비하는 공적 기관이지만, 스스로 무엇인가를 창출하지 못하는,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당의 기구일 뿐이다. 여러 번 나온 이야기지만 지난 30여년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 정당사는 두 정당의 오랜 독과점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인물은 그대로인데, 철마다 당의 이름을 바꾸고, 국민 앞에 무릎 끓고 호소하고 천막 당사를 치기도 하고, 단식을 하는 모습도 보이기도 하지만 변치 않는 본질은 양대 세력의 독과점이다. 단식을 한다며 지팡이를 짚고 걷는 이재명의 모습이 역겨움에 앞서 서글픔을 느끼게 한다. 저렇게까지 추태를 부리면서 정치를 하고 싶을까하는 측은한 생각이 드는 건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 누구도 양대 세력의 아성을 허물지는 못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태섭-양향자 신당, 이준석 신당 등 여러 움직임이 꿈틀거리지만, 생각대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로는 양대 정당들이 쳐놓은 진입 장벽이다. 정당법 17. 18조를 보면 모든 정당이 중앙당 이외에 다섯 개의 이상의 시‧도당을 유지하고 각 시도 당마다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구성해야한다. 결국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엄청난 자금이 없으면 정당 정치를 할 꿈조차 꾸지 못한다. 이게 기성 정당 담합체제의 참모습이다. 경쟁 없는 담합체제는 반드시 곪게 마련이다. 스스로 변하기가 어려우니 그럴듯한 외부 인물을 간판으로 내세워 골치 아픈 이슈를 떠맡기는 것이 담합체제의 정당들이 이제껏 살아온 방법이었다.

선거철이 가까워져 기구들이 우후죽순 머리를 들고 있다. 매년 백억 원의 국고를 축내는 위원회. 스스로 뭔가를 해볼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게 우리 정당의 위원회다. 그런 위원회가 무대 위에서 주연으로 설친다. 흔히 종교인, 법조인, 원로정치인 등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 등판되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요즘 상당한 인기인으로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권력의 삼각지대 안에 외롭게 갇혀있는 듯하다.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지지세력, 당내 기득권 세력, 여당의 궁극적인 리더십. 이 삼각지대 안에 서있는 것이 인요한 혁신의 위태로운 위상이다. 아무튼 당장의 관심은 인 위원장의 강폭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궁금하고 우려된다.

특히 당 안팎의 관심을 얼마나 끌고 갈지도 걱정된다. 또한 5.18 사태나 4.13재주 사건 등에 대해 마치 정당 대표성을 띤 발언은 참으로 위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혁신위에 불과한데, 국민의 의사도 묻지 않고 결정권자처럼 발언하는 건 자칫 당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직접 듣지는 못했어도 대통령실을 통해‘소신껏 하라’는 말씀을 들었다”며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정치 혁신의 본질이 물갈이라는 점에서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다만 어떤 물갈이여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혁신의 칼자루를 쥔 사람이 가장 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청년이나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한다고 언성을 높이는 거다. 기존 정치판이 고루하고 때가 묻어있어 참신한 피를 수혈하겠다는 취지는 공감이 가고 반대할 명분은 없다. 당연한 귀결이고 잘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지만 솔직히 지금 정치판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여성이나 젊은 청년들의 면모를 보면 과연 그들이 연식이 많은 정치인과 어떤 차별성이 있으며 과연 선명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어떤 측면에서는 이들이 훨씬 더 교활하고 안하무인이고 탐욕적이다. 종편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현란한 말장난 치고, 시위에 나섰다가 갑자기 줄을 타고 정치에 공식 입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정치 현장에서 막말을 하거나 추태로 꼴 볼견을 연출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청년이나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씁쓰레하다. 대안이 그것밖에 없는 지. 한심스럽다. 지구촌 어디에도 정치에 나이를 갖다 대거나 성(性)비율을 공개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싱싱한 배추를 절인 겉절이가 맛있어도 김치찌개를 하려면 익은 신 김치가 있어야 제 맛을 낼 수 있듯 경륜이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도 필요하다. 말할 것도 없이 그보다는 지적 능력과 전문성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국가의 녹을 먹는 월급쟁이 중 최고의 직업이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이들이 받는 세비와 특혜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러다보니 금배지달기위해 너도 나도 뛰어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정년은 물론 횟수조차 제한 없으니 이만큼 수지맞는 직업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정치판이 이런 추악하고 몰지각 행태로 전락한 이유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흔히 정치의 최고 덕목으로 전문성을 꼽는다. 특히 국회의원은 국민의 재산과 이익을 책임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평균 수준보다 못한 짓거리를 하며 수준이하의 도덕성을 가진 이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설치는 모습을 보면 실로 후안무치하다는 생각뿐이다.

최근에 일어난 민주당의 막말 사건. 송영길(한동훈 어린 놈) 민형배(한동훈 같은 XX들) 김용민(대통령에게 ‘그만두시라’ 하고 한동훈을 ‘탄핵’하겠다) 유정주(나이도 더 어린데 한동훈을 너라고 부르며 반성하지 않는) 모두가 인격 결격자로서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당연히 국민의 심판에 앞서 공천에서 탈락 시켜야 할 인물이다. 시시각각으로 위협받고 있는 국가 상황에서 국익을 지켜내고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그럼에도 패거리를 만들어 진영논리를 부추기거나 오히려 악법을 만들어 기업이나 국민들을 못살게 만드는 이런 저질 무능한 정치꾼들이 더 많다보니 늘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한국 상황을 두고 신조어가 나돈다고 한다. ‘피크 코리아(peak Korea)’다. 얼마 전까지 ‘피크 재팬(peak Japan)’만 돌아다는 줄 알았는데 빠르게 한국에 전이(轉移)된 것 같다. 성장률 둔화와 세계 꼴찌 출산율 등으로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국민은 이 같은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정작 정치권은 연일 밥통이나 챙기고 무늬만 혁신한다고 술렁인다. 기업은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이 변하려면 그리고 판 갈이에서 길을 찾으려면 청년이나 여성보다도 국가 당면 과제를 풀어나갈 객관적인 전문 식견과 자질을 갖춘 인사의 영입에 초점을 맞추는 게 맞다. 이에 부합하지 않거나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는 자는 주변을 기웃거리지 못하게 과감하게 방벽을 쳐야 한다.

인위원장이 잘 한다는 평가가 40%가 넘었다. 국민의힘 혁신 위가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기대와 여당의 궁극의 리더의 지지를 모두 끌어 모을 때 비로소 국민은 여당에 대해 무엇인가 실질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윤 대통령에게도 절실하다. 여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면 윤 대통령도, 여당도 아울러 변해야만 한다. 그래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혁신 위는 5.18 광주사태와 4.13제주 사건 관계자를 만나 논의할 위치가 아니다. 인위원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 자칫 당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당의 혁신에만 주력하면 된다. 정치인 흉내는 내지 말아야 한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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