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가슴을 졸이게 했던 새만금 세계 잼버리 대회가 K팝 공연과 함께 막을 내렸다. 초반 파행을 겪었지만, 한국 문화 체험의 ‘코리아 잼버리’로 바꾸면서 최악은 면했다. 시민, 기업, 사회단체, 종교계가 자신들의 일인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생수를 나르고, 케이크와 빵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서산 앞바다에 기름 유출 때처럼 이번에도 많은 국민들이 내 일처럼 나섰다. 대한의 국민의 저력 성을 또 한 번 보여주었다.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화가 난다. 왜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는지, 그리고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습하는 건 힘없는 국민들의 몫으로 되어야 하는지.

이번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의 파행은 대외적으로 국격을 떨어트린 엄청난 참사가 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다. 엄청난 예산 낭비, 준비 태만, 공무원들의 운영미숙, 지역이기주의 등 갖은 문제점을 망라해서 드러났다. 우선 조직위원회 인건비 등 운영비로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740억 원이 투입되었고, 99번에 달하는 무분별한 해외출장 등으로 엄청난 예산을 낭비했다. 더구나 이번 잼버리대회는 당초 2020년 매립작업과 부지조성을 끝낸 매립지가 아니라 2022년 12월까지 3년간 1846억 원을 쏟아 부어 새로 매립한 신생 매립지다. 이들은 이미 매립된 땅을 놔두고 잼버리 대회를 위해 새로운 부지를 매립한 것이다. 기초 시설 공사가 끝난 게 지난 해 5월. 기반시설 부족과 배수 불량으로 행사를 치를 수 없었던 게 당연하다.

특히 부실공사 논란을 빚은 샤워장, 화장실 문제, 야영지의 배수와 그늘 막 조성 등 야영지 시설을 올해 3월부터 짓기 시작한 것도 부지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실한 샤워장, 화장실 문제는 이미 예견된 재앙이었다. 속단하기는 그렇지만 정치적 한탕주의가 부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막 매립이 끝났으니 염분으로 나무나 풀도 자랄리 없었고 배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나무 한그루 없는 진흙탕에 야영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만금잼버리 부지 결정 당시 새만금 내에는 매립한 지 10년 이상 지나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부지가 여럿 있었지만, 전북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립되지 않아 갯벌과 다름없는 이 지역을 개최지로 선정했다.

더구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여성가족부의 수준 미달의 집행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 누구도 현장 확인은커녕 현장에서 올라온 서류와 보고서에만 의존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애초에 새만금을 야영지로 택한 것 자체가 문제였고, 그 문제를 해결할 생각과 능력이 없었던 것이 파행원인이었다. 파행의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돌리지만 여야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막상 일이 터져도 주관 부처든 집행부서든 현장에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려니 국민만 분통터지고, 대통령은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나서게 된다. 지금은 대통령의 영(令)도 서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니 장관이나 도지사 지시사항이 먹혀들 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해당부처들과 지자체의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만 나면 우왕좌왕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소위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의 교체가 5년 단위로 바뀌다보니 관료사회에도 권력 줄서기와 눈치를 보는 게 일상화가 되었다. ‘공직자 영혼’은 일찍이 없어지고 오직 ‘5년만 잘 버티면’이라는 복지부동의 태도 때문이다. 자칫 시키는 대로 했다가 정권 바뀌면 쇠고랑 차기 십상이다 보니 살길을 찾아야 한다. 특히 무능한 장관을 모시게 되면 더욱 더 몸을 사리게 된다. 더 웃기는 것은 공무원 노조는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하달된 공무원의 강제 동원을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물론 갑작스러운 상명하달식 동원령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국가적 위급 상황에서 시민들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조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관료사회의 나태와 무사안일 풍조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음을 새만금 사태가 일깨워주고 있는 것 같다.

과정이 어찌되었던 당초 우려와는 달리 잔치는 끝났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야당은 벌써부터 대통령 사과와 국정조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여당 역시 문재인 정부 책임을 부각하며 샅바 끈을 조이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무능을 탓하고, 지방 정부는 중앙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비판한다. 막대한 예산을 물 쓰듯 하고도 국제적 망신을 시키고 국격을 추락케 한 그 책임은 반드시 가려내야한다. 그러나 모두가 조심할 것은 흥분과 분노의 뜨거운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특히 가짜 뉴스에 현혹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냉철한 이성으로 무엇이 문제의 본질인지 복기해봐야 할 때다.

새만금 사태는 우리에게 국가 대개조의 과감한 수술을 더는 늦출 수는 없다는 걸 암시하고 있다. 수십 년간 쌓이고 쌓인 총체적 난맥상이 얽혀 이번 사태를 부른 것이다. 일단 내질러 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정치, 네 탓 타령으로 날 새며 시간만 떼 우는 여야. 국가 백년대계 같은 미래 비전의 설계 능력과 의욕을 상실한 단명 정권, 내면화된 관료사회의 복지부동, 정치리더십의 부재 등등, 난맥상을 이대로 두고 또 희생양 제물을 찾아내 호통치고, 그 중 몇몇은 감방에 보내며, 앞으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떠버린다 해도, 정작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는 지금 우리사회에 넘치는 가짜 뉴스가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악으로 자리 잡은 가짜뉴스의 사회. 경제적 피해는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할 정도다. 정치적인 양극화를 만들고 특정 개인과 집단을 넘어 국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남의 탓도 많아 산적한 숙제만 남기고 끝난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서도 그 혼란을 틈타 “전 세계에서 난리가 나 미국과 유럽 쪽에서 국가 소송만 수십 건 들어오고 있고, 소송에서 지면 수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윤 뭐 시기가 경호 목적으로 행사장 들어오는 모든 인원의 가방 검사, 소지품을 검사하는 바람에 입장이 세 시간이나 넘게 지연되고 이 과정에서 탈수증상 및 온열환자가 발생했다던데” 아니면 말고 식, 댓글을 이용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이토록 ‘던지고 보는’가짜 뉴스가 판치면서 국민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시련에 맞서고 이것을 오히려 특별한 경험으로 바꿨습니다. ‘여행하는 잼버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흐메드 알 헨 다위 세계스카우트 연맹 사무총장이 2023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폐영식에서 155개국 4만 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이다.

대부분의 참가 대원들은 ‘축제가 무르익을 때 떠난다니 아쉽다’며 “끝까지 남아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경험하니 오히려 일찍 떠나지 않았던 게 잘한 것 같다.” “너무 더웠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 끝마무리가 잘 되면서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안타깝게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사태와 관련, 국회행정안전위원회가 전체회의 시작 26분 만에 파행했다. 그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고위층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실무자들만 처벌 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국회부터 책무를 다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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