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말 중에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억장’은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준말로 억장이나 되는 높은 성(城)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이 말의 뜻은 공들여 해놓은 일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작금의 민주당의 상식 이하의 행태와 문 정권의 5년 ‘실책’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답답한 마음이 된다. 많은 국민들은 “왜 문재인과 이재명을 구속시키지 않고 저렇게 놔두느냐?”며 미지근한 윤 정부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어찌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데, 이는 필자만의 생각일까.

사슴가죽에 쓴 글자 가로‘왈’(曰)자는 잡아당기는 대로 날 ‘일’(日)자도 되고 가로 왈(曰)자도 된다. 일정한 주견이 없거나, 일을 법대로 처리하지 않았을 때 흔히 쓰는 말인데, 민주당이 당기는 대로 펼쳐지는 편리한 가죽처럼 정치를 그렇게 하고 있다. 민주당 하면 또 생각나는 게 있다. ‘귀에 걸면 귀 거리, 코에 걸면 코 거리’ 즉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올해로 6.25 한국전쟁 발발이 72년이 되었고, 아울러 정전 협정 70주년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전후(戰後)세대로서 갈등을 겪고 있지만, 자신의 욕망을 위해 편견을 갖고 해석을 달리한다는 것은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자신마저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슬픔과 한(恨) 맺힌, 그리고 도저히 잊어서는 안 될 보훈호국의 달 6월이 덧없이 또 지나간다. 6일은 현충일. 이날은 우리 역사의 영광과 아픔을 함축하고 있다. 선열은 민족과 자유를 위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나라에 바쳤다. 이들은 일제가 국권을 강탈하고 북한이 동족에게 총을 겨누었을 때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고 이 땅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수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초야(草野)에 뿌렸다.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고 풍요를 누리는 것은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초석이 되었다. 지금 우리는 위험한 고비를 여전히 맞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및 독도영유권 주장 같은 문제들로 이웃 국가들의 견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제환경 속에서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 세대에게 보훈의식, 안보의식을 함양시켜야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국가를 보존하고 민족의 내재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국가보훈이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헌했거나 희생한 분들과 그 유족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통해 이들의 영예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국민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신명을 바친 국가유공자의 위국정신을 국민정신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호국 영령들과 유가족이 가장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명예가 아닐까 싶다. 보훈정책을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 유공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요소들을 균형 있게 충족시키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느 선진국과는 달리 신명을 바친 이들에게 이러한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보훈 정책과 제도상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법체계가 일원화 돼있지 않고 무려 40여개의 개별법이 혼재되어 있다. 더군다나 과거 10년 정권은 보훈 정책에 대해 아예 도외시했다.

이제 윤 정권이 들어서면서 보훈처가 보훈부로 격상되었다. 따라서 국가 보훈 정책은 기본적으로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부의 정통성을 국가 기본 가치의 확립, 유지 발전이라는 헌정애국주의 원칙 아래 합리적 보상과 보편적 정의가 제도화 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천안함,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호국영령들 순직이 아닌 전사자가 되어야한다. 특히 5.18 광주사태 때, 광주 시위자들에게 저격당해 희생된 28분의 호국영령들도 순직이 아닌 전사자로 명예회복이 되어야한다.

윤대통령은 6.25 사변 73주년 기념식장에서 “공산 세력의 침략에 온몸으로 맞서 싸워 자유를 지켜낸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자유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히 수호하고 세계 시민의 자유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강력한 힘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 받는 것이며, 영웅들의 피 묻은 군복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그 가족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데 이어 윤 대통령은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 기념행사’에 참석,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분노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려고 하거나 자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들이 나라 도처에 조직과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적, 지속적으로 허위선동과 조작,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 면서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이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6·25 전쟁 발발 73주년인 전날 페이스북 글에서 책 ‘1950 미중전쟁’을 추천한 바 있다. 2020년 7월 KBS에서 방영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1950 미중전쟁’은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 준다”며 “전쟁의 시원부터 정전협정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힘이 우리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보여주는 책”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전쟁에 작용한 국제적인 힘이 바로 대한민국의 숙명 같은 지정학적 조건”이라며 “이 지정학적 조건을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전략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6·25 전쟁은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는 김일성의 야욕이 일으킨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26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전쟁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사회지도층의 본분이며, 참화 속에서 나라를 구해낸 영웅들에 대한 진정한 보답”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6·25전쟁을 ‘국제전’으로 부각하며, 전쟁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문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참전유공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6.25에 대해 남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는 쌍방과실 성격의 내전이 아니라 ‘북한군에 의한 무력공격(the armed attack on the Republic of Korea by forces from North Korea)’이며 ‘평화파괴행위(a breach of the peace)’로 규정했다. 우리가 내전 론을 수용할 경우,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라는 유엔결의에 의해 참전한 유엔이 남의 부부싸움이나 집안싸움에 뛰어든 ‘불량배(hooligan’가 되고 만다. 특히 당시 유엔으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반국가 교전단체에 불과한 북한을 우리 스스로 ‘정당한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돼 결국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 3조에 명시된 영토조항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내전(內戰, civil war/internal war)’론은 결국 북한주장을 합리화하고 대한민국 역사를 뒤집는 것이다.

헌신의 삶을 산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 합당한 예우와 보상이 이뤄져야 애국애족 정신이 후세에 이어질 수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도 어찌 보면 언론 매체들이 좌파 패널에 점령, 편향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국민의힘이 이 모든 사안에 대해 대응이 대체로 느리다는 것이다. 말할 때마다 눈만 껌벅거리고 발음이 좋지 않아 듣는 이의 주의를 흩트리는 당 대표, 야당의 약삭빠른 여론 선동에도 즉각 대처하지 못하고 멀뚱멀뚱 먼 산만 바라보듯 하는 의원들, 더구나 ‘내로남불’을 자행하면서, 억지논리로 국민을 선동하는 제1야당. 누구도 알 수 없는 그 꿍꿍이속에 오천만개의 냄비, 그 절반 이상이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여야는 알아야 할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교체되면서 미. 일과의 협력에 비중이 놓인 것은 다행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상호 존중과 호혜에 입각,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제시해 문 정부보다 거리를 뒀다. 국가 안보전략이 5년 만에 제 방향을 찾은 것이다. 미래의 희망이 보인다.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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