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 본격적인 활동 시작
이형민 회장, 올 하반기 5곳 병원 수도권 신설 추진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생긴지 30년이 지났지만 상급병원의 과밀화는 더 심해져가고 있다. 과밀화의 피해는 응급의료자원의 소모를 초래하고 결국 중증응급환자들의 적절한 처지를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실질적인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활동을 담당하기 위해 지난해 '응급의학의사회'가 창립총회를 갖고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초대 회장인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을 만나 ‘응급의학의사회’와 의사회가 추진 중인 ‘급성기 클리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의 설립 취지와 그동안의 활동은 무엇인가.

대한응급의학의사회(Korean Emergency Medical Association(KEMA))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권익과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대부분의 다른 과 의사회들이 개원의협의회를 모태로 만들어진 것과 달리 응급의학 의사회는 봉직의들의 단체였던 응급의학과 봉직의협의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누적배출 2500명의 응급의학 전문의들 중 1700명 정도가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봉직의에 해당한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아카데믹 기반의 학술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면, 응급의학의사회는 실질적인 근무환경과 처우개선 활동을 담당하는 역할분담을 계획하고 만들어졌다.

창립 이후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22번째 전문의사회로 합류하게 되었고, 응급의학전문의들을 위한 개원심포지엄을 개최했으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회원 중 응급실 폭력에 대한 서명운동, 진료 중 발생한 민·형사 소송의 피의자 회원을 위한 모금과 서명운동, 취약지 응급의료체계 마련을 위한 간담회, 코로나 대책위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전문가로서 전문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정은 단지 만족감의 증가 뿐 아니라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응급의료의 현장은 부족한 인력, 시설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응급실을 운영하다 보니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에 미래를 준비하고 응급의료체계의 개혁과 발전을 통해 양질의 응급의료를 발전시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단지 우리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만이 아닌 응급환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다양한 단체들과 협력, 교류를 통해 회원들에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협력단체인 해피닥터를 통해 재외국민들과 다문화 가정에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에도 보다 많은 활동을 통해 응급의학 전문의라는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상급병원 응급실 과밀화의 대안으로 ‘급성기 클리닉(Urgent Care Clinic)’을 제안하고 있다. 급성기 클리닉은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인가.

개인병원과 응급실의 중간적 형태라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쉽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응급실로 개업한 응급의학 전문의들이라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는 Urgent Care Clinic, 호주와 캐나다 등에서는 Walk in Clinic이라고 칭하는 병원들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매년 응급실에 방문하는 1000만명의 환자들 중, 중증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40-5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사실 의학적 관점에서 응급환자는 아니다. 하지만 경증의 환자들도 의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예를 들면 타박상, 염좌, 열상, 화상 등 경미한 손상이나 비출혈, 알러지 등은 본인들도 중증이 아닌 것은 알지만 의료는 필요한 환자들이다. 이러한 환자들을 개인병원에서 제대로 빠르게 치료해 준다면 응급실의 진료여력을 보존할 수 있다. 

현재 응급의학 의사회 인증병원은 이런 급성기클리닉 역할을 지역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병원들로 한정하고 있고, 향후에 새로 만들어갈 병원들도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동네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응급환자들을 기본적으로 치료해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할 예정이다.

다만 이런 형태의 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지금의 보험수가체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응급환자만을 보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기에 통증클리닉, 수액치료, 온열치료, 면역치료, 고압산소클리닉, 비대면 진료클리닉 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로 구성해 자생력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EM 365' 개원 세미나에 이어 '코로나 대면치료 클리닉' 개소식 가졌다. 급성기 클리닉의 연장선상인가.

상급병원의 의료자원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일선병원들에서 상대적으로 중등도가 낮은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커버해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개원가 현실은 낮은 수가와 감염의 위험으로 경증의 응급환자들을 적절하게 진료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 코로나 2년 동안 발생했던 대부분의 중증사망사례들은 결국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이며, 상급병원의 진료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에 응급의학 의사회에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급성기클리닉 모델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해 이를 운영함으로서 경증의 응급환자에 대한 분산의 효과를 증명하고자 수도권의 몇 개 병원을 대한응급의학 의사회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들을 통해 전문의들을 교육하고 준비해 새로운 병원을 개원할 수 있도록 개원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5곳 정도의 병원을 수도권에 신설하기위해 준비 중이며, 내년에도 5~10개의 병원을 전국에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코로나 대면치료, 후유증 클리닉도 급성기 클리닉과 동일선상에서 운영되는 형태이다. 외국에서도 Urgent Care Clinic이 코로나 환자진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경증응급환자의 가장 중요한 환자군 중 하나가 발열환자이다. 

많은 발열환자들이 중증이 아닌 경증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2년 동안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이 환자들이 모두 응급실로 몰려들었다. 현재까지도 발열소아나 임산부들에 대한 진료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급성기 클리닉은 단순히 코로나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다른 감염병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코로나19 2년을 지나 일상회복을 진행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의사회에서 바라보는 입장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지난 코로나 유행 2년 동안 단 한 번도 응급의료에 대한 정책은 나온 적이 없다. 의사회는 확실한 해결책과 장기계획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지금이라도 지난 코로나 대응에 대해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해서 무엇이 문제였으며 그 해결을 위한 어떠한 일들이 필요한지 조사하고 반성하고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만약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대한응급의학 의사회 단독으로 코로나 응급환자 치료와 응급실 상황들에 대한 백서제작에 나서려고 한다. 응급의료기관은 응급환자를 위해 존재하고,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응급환자들을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 의무이자 사명이다. 

-올해 하반기 계획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의사회는 회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을 기본으로 한다. 어려움에 처한 회원을 돕고, 우리를 어렵게 하는 잘못된 규제와 지침들을 바꿔나가며, 현장의 전문가로서 정책제안과 개발활동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응급의학 의사회의 올해 사업계획은 급성기클리닉 이외에 워킹그룹과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려고 준비하고 있다. 40대 후반만 되어도 야간업무의 부담 때문에 응급의료현장을 떠나는 전문의들이 많다. 

이러한 워킹그룹 모델은 단지 시니어들 뿐 아니라 다양한 병원에서 경험과 연륜을 쌓고 싶은 전문의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취약지의 구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현재 응급의료기관 평가의 전담전문의 제도의 수정을 통해 여러 병원에서 일할 때 불이익이 없어지게 된다면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인력의 운영이 가능해 질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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