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를 걷는 듯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큰 고비를 만난 것 같다. 이른바 고발사주의혹에 말려든 것이다. 강제수사에 나선 공수처의 이례적 속도전, 언론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정원장의 접촉 사실 공개 등 사건이 다이내믹하게 마치 드라마처럼 전개되고 있다. 혹자들이 말하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석열 대선후보는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지지층 재 결집의 도약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지난 주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은 느닷없다. 친여 시민단체가 고발한지 4일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특혜 채용 의혹 수사 등 과정과 비교해볼 때 당시 수사팀 구성에 시간이 필요했던 점등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속도다. 또 담당검사도 과거 조국 가족의 변호인으로 있던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진행하고 있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수사로의 조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이었다. 오죽하면 “공수처가 왜 거기서 나오느냐”는 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수사 착수 이유에 대해 “국민적 관심사” “사실이라면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가 급기야는 “죄가 있느냐 없느냐는 나중이야기”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뚜렷한 법적 증거 없이 일단 수사부터 시작하겠다는 흑심을 자인한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청와대의 하명 수사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공수처 출범 때부터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에서도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한 과정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가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외에 윤 전 검찰총장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 한 것은 무리수다. 손 검사의 경우 ‘손준성 보냄’ 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라도 밝혀졌지만, 윤 전 총장은 현재까지 이 사건과 어떤 연결고리도 드러난 게 없다. 한마디로 야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를 ‘선택적으로 임의 입건했다’ ‘울산 선거공작 시즌 2가 시작됐다’는 지적에도 공수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공수처에 역풍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검찰에서조차 ‘착수부터 공수처가 신중하게 처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내년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수사가 길어질수록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핵심사건 관계인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어찌 보면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 여야가 서로 ‘정치공작’ 운운하며 정쟁으로 몰아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여기다 제보자와 의혹 당사자들의 오락가락 해명과 모르쇠 전략이 의혹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발단의 인물인 김웅 의원은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기억이 안 난다’ 고 발뺌을 하고, 해당 고발장의 초안을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자문위원장이었던 정점식 의원이 당무감사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정작 정 의원은 이를 어디에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손 검사는 고발장 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거기다가 제보자를 자처하는 조성은 씨가 해당보도 20일전 서울 롯데호텔 38층 모모야마라는 식당에서 박지원 국정정보원장과 만나 식사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제보자와 만난 8월 11일. 그리고 논란거리인 롯데호텔, 우연에 일치일까. 제보자와 국정원장이 만남이 이뤄진 롯데호텔은 2011년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 무단 잠입사건을 비롯, 국정원과 악연이 깊은 장소였다. 모모야마는 룸을 예약하면 1인당 최소 13만원 많게는 28만 원짜리 코스 요리만 주문 가능한 최고급 일식집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장도 아닌 2차장이 여당 인사들을 이 호텔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져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당시 김회선 2차장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별다른 증거는 없지만 관심법상 국정원 취득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당시 민주당의원이던 박지원 원장이 그 중심에 있었다. 또 그날도 8월 11일이었다. 그 때 박 의원은 ‘부적절한 만남’ 이라며 국정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송영길 의원도 “개인 처신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무 집행자로서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움직여야 했다”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바로 그 호텔에서 꼭 13년이 흐른 후 국정원장이 야당의 유력의 유력 대선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 중이던 30대 여성과 단둘이 만났다는 자체가 의심을 받게 만든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제보자가 만남의 날짜는 박 원장과 본인이 원했던 날짜가 아니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정치 공작의 냄새를 풍기는 듯한 발언을 무심코 내뱉었을 뿐만 아니라 박 원장을 만나기 전날 본인 휴대폰에 집중적으로 자료를 캡처하는 등 두 사람의 ‘고발 사주’ 문제를 상의했을 것이란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 이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사적인 대화만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에 앞서 조 씨는 지난 2월 14일에도 국정원장 공관에 초대 받은 적이 있다. 이때도 조 씨는 방문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되면 이혼 할 사람들 많을 거다 어제 다섯 시간 넘게 나눴던 말씀이 생각나서 엄청 웃었네. 머리 꼭대기에 계시던데’라고 올린 것을 보면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 할 수밖에 없다. 어쩜 국정원이 유력인사들의 사생활을 불법 사찰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조 씨의 부주의한 언행 탓에 박 원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드러났고 그 결과로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논란이 다시 불거졌는데, ‘ X싼 놈이 도리어 역정을 낸다’는 속담처럼 자중해야 할 박 원장이 언론을 통해 “윤석열과 술도 마시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나를 건드리지 말라”며 야당 대선후보를 향해 공개적인 협박을 가했다. 윤 대선후보는 이 같은 박원장의 협박성 발언에 대해 “박원장과 따로 만나 술을 마신적도,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도 없다.” 며 “나에 대해 아는 데 말 못하는 게 있으면 다 까고 이왕 까는 거 빨리 좀 다 털어놨으면 좋겠다” 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는 국정원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의 흑 역사를 지적하면서 뒤로는 여전히 사찰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를 토대로 공개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국정원장이라면 기가 막힐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 가 답답하기만 하다. 실질적 진실과는 별개로 이번 사안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윤 전 검찰총장의 발언은 한 번쯤 짚어볼 일이다. ‘정치인에게 악재는 어쩔 수 없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악재에 대응하는 태도’라는 건 정가의 오랜 금언이다. 이런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대선후보는 상기된 얼굴로 기자들에게 “괴문서” “정치공작” 이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낸 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다소 이해가 된다.

문제는 지금까지 둘이 만났다는 사실 외에는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박지원 게이트 역시 섣부른 주장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전례 없는 국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기력해 보인다. 막연하게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할 게 아니라 국면을 타계할 전향적 대응책을 내놔야 하고 무엇보다 집안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사건 당사자들의 횡설수설과 언론플레이는 이 사건을 정쟁의 늪으로 깊게 빠트리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를 보면서 과거의 김대업, 제2의 윤지오가 등장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섬뜩해진다. 고발장 전달자 김웅 의원의 오락가락 행보만큼이나 제보자 조 씨의 행태도 석언치 않다. 고발 사주 관련 의혹 자료를 1년 이상 휴대전화에 저장하고 있다가 지금 문제를 삼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제 처음 고발장 작성자로 의심 받는 손 검사가 키맨이다. 침묵만으로 일관하지 말고 불거진 의혹을 사실대로 낱낱이 밝히며 분명하게 해명을 해야 한다. 공수처도 수사의 원칙을 지켜 수사해야 할 것이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를 피의자로 입건하는 식의 거친 수사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만 일으킬 뿐이다. 공수처에 이어 검찰도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검사가 정치 시녀가 되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암튼 고발사주 의혹 사건을 맡으면서 공수처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수사과정과 결론을 두고 국민적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수사로 객관적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 공수처가 단언한 대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바람이 있다면 전직 원장들과 마찬가지로 박 원장이 퇴임 이후 노령임에도 불구, 다시 수의를 입은 채 안대를 끼고, 휄체어에 앉아 법정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불행한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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