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한 동아에스티 수석연구원, 2016년부터 QbD 적용 경험 설명
"신약부터 순차적 적용 필요…투자비 부담감 정부지원으로 유도해야"

 

"QbD는 라면을 끓이는 것과 같다. 설명서대로 한다고해서 똑같은 맛이 되지는 않는다. 냄비 종류, 물의 양, 화력 등 변수가 있는 것처럼 QbD는 제조공정상의 변수를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수치화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원동한 동아에스티 연구소 제품개발연구팀 수석연구원(팀장)은 최근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QbD에 대해 이 같이 서두를 뗐다.

그는 "현재 의약품 제조방식이 하나의 점을 찾는 방식이라면, QbD는 점이 아닌 영역을 찾는 것"이라며 "유기적으로 조절해서 항상 품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것이 QbD"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중소 제약사를 막론하고 의약품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 제조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면서 QbD(Quality by Design, 설계기반품질고도화) 의무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에스티는 이미 2016년부터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의 제네릭인 '바라클정'에 QbD를 적용했다. 바라클의 주성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공정에 따른 품질 특성이 변화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품질의 고도화·차별화를 위한 결정이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모델링 사업에 참여하면서 본격 적용하기 시작해, 현재 주사제형 1개 품목과 신약 1개 품목이 QbD 적용해 생산되고 있다.

식약처는 최근 임의제조로 인해 제약산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QbD 도입을 위해 지난 4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은 ▲의약품 설계기반 품질(QbD) 적용 품목의 변경허가 간소화 ▲임상·비임상시험 자료 표준형식(CDISC) 제출 근거 마련 ▲신약 품목허가 상담 신청제도 도입 ▲수입 신약 제출자료 간소화 등이다.

원 팀장은 "QbD를 적용하면 디자인 스페이스 내에서 식약처의 허가변경 없이 변경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혜택이라면 혜택"이라며 "QbD 연구를 통해 생산속도가 2.5배 높아졌고, 불량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와 제품 품질간 상관성을 통계적으로 미리 입증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변경해야 하며, 이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아직 QbD를 적용한 심사 사례는 없다.

QbD 도입으로 임의제조 등을 근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다.

원 팀장은 "임의제조나 임의변경 등은 변수에 해당된다. 공정세팅 시 변수를 모두 포함해 놓으면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품질에 영향이 없도록 할 수 있다"며 "열개 생길 문제를 한두개로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느냐 그렇지 못하냐이다"고 강조했다.

투자비용·시간 등 경제적 부담 걸림돌

QbD 도입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현행 시스템에서 허가를 받는 것과 QbD를 적용한 자료 제출 후 허가를 받는 것은 생산배지 수와 비용 등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경제적 부담이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원 팀장은 "기존 의약품 생산공장 세팅 시에는 3배지, 고정 밸리데이션의 경우 6배지 정도면 되지만, QbD는 16배지 정도 만들어한다"며 "그렇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제약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설비 투자에 대한 부담"이라며 "실시간 공정분석 기술장치는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데 이 장비만도 수억 이상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QbD는 신약부터 시작해 해외 수출품목이나 주력품목으로 순차적 적용이 필요하고, QbD 도입 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QbD 도입 의무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도 허가 가이드라인에 QbD 개념을 활용해 허가서를 작성하도록 돼있지만 의무는 아니고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신약은 미국, 유럽 등에서 QbD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품목별로 단계적 도입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원 팀장은 "동아에스티는 송도공장 완공시 생산되는 제품에 QbD를 적용할 예정"이라며 "시간도 단축하고 배지 수도 줄이는 방안들이 나오면 더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과적으로 QbD 도입은 단기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투자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 등 효과가 나타난다"며 "한국 제약환경에 맞는 교육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품목마다 개념적인 부분을 가이드하고 유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