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의사협회 선거가 끝났다. 선거 과정에서 전·현집행부는 한약의 대중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들을 내놓으며 첩약 급여화 이후를 도모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행 집행부가 좀 더 드라이브를 걸고 새로운 영역의 급여화를 위한 정책을 실행해야 했다는 현행 집행부의 따끔한 지적은 '물 들어온 김에 노 젓는다'는 한의사협회의 추진력에 모터를 달게 했다. 

전행 집행부는 코로나19로 한의사들의 의료영역에서의 역할론을 언급하며 이슈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선거전에서도 '한의사 직역 확대'라는 대의를 위한 전직 집행부의 노력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현행 집행부 역시 새로운 정책 과제들을 내놓으면서도 전행 집행부의 첩약 급여화 사업 결과를 두고는 이의를 달지 않았다. 

이렇게 정책 대결로 끝난 한의사협회 선거 이후 의사협회도 선거전에 돌입해 새로운 수장을 뽑을 예정이다. 의사협회 후보들은 한의사첩약급여 사업 반대와 함께 현 정부의 의료계 정책에 반발하며 의료영역에서의 '자기 주권'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 반대의 목소리를 말할 것도 없고, 의료 영역에서의 의사 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무려 6명이나 후보를 낸 선거지만 후보들이 내놓는 정책들은 눈 여결 볼만한 부분이 많다.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하는 시점이니 후보간 '비방'이나 '헐뜯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의 결과가 어찌 되었든 보건의료단체 수장을 뽑는 선거는 이렇게 '정책'을 두고 전직 집행부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돼 새로운 진영이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정책 선거'가 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판과 견제를 통해 단체가 가야할 방향을 잡거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올해 치뤄지는 보건의료계단체 대표 선출 과정은 이렇게 정책 선거로 시작돼서 정책 선거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 기대를 여지없이 다시 한번 깨는 곳이 있다. 바로 약사회다.  

약사회는 전 선거에서 조찬휘 집행부의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현행 집행부가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측은 선거에 앞서 '정책 선거'를 펴자며 약속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서로의 과오를 두고 비방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덕분에 후보들이 내놓은 선거 공약들은 허공에 뜬 메아리로 울리기만 했다. 선관위에는 대한약사회, 서울시약사회 후보들이 상대를 고소하거나 진정하는 보고들로 넘쳐났고 중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끌려다니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그 곤혹을 치르고 진정을 보이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2년이 지나 다시 한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불거진 '조찬휘 회장 재건축 1억 수수 계약서' 논란은 다시 한번 다가올 선거전이 '진흙탕싸움'으로 전개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폭로전을 벌이지는 지 감이 온다"는 이야기가 약사사회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정도다. 

보건 의료계는 지금 코로나19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지는 보건의료체계를 잡기 위한 직역간 노력도 치열하다. 그 과정에서 직역 본연의 업무 수행과 함께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각 직역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렇게 한의사협회는 첩약의 급여화를 이끌어 냈고, 의사협회는 공공의료정책 반대에 강력 항의하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권 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을 때 가능한 결과들을 이들은 만들어 냈다. 

한의사협회의 선거가 그랬고, 의사협회 선거 역시 그런 과정을 밝고 있지만 약사회만이 '정책이 없는' 선거전과 정부 지원 배제의 직역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후보로 나설 약사들은 약사사회에 일어난 공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시점에 후보로 나서면 어떤 정책으로 선거전에서 이길 수 있을 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출신 약대의 목소리와 현행 집행부의 과오를 찾아내 어떤 방법으로 공략할지"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약사회의 차기 선거전은 또 다시 출신 약대간 경쟁, 전임 집행부와 새 후보간의 상호비방과 부정선거로 치뤄질 일만 앞두게 됐다. 현명한 회원 약사들의 투표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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