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전 제1장 제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만큼 대통령이 제왕적대통령으로 왕권 시대처럼 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나라가 또 있을까. 왕정시대도 아닌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인 행세를 하고, 절대주권자인 국민이 노예 생활을 한다는 게 민주공화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가당하기나 한가? 여권 인사들로부터 흘러나온 소리다. 심지어는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공직자에게 ‘주인을 물려는 개’로 폄하까지도 했다.

우리 법률을 보면 ‘대통령령(令)으로 정한다는 규정이 부지기수다. 너무 많아서 모두 몇 개가 되는지 모른다. 누가 일일이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수없이 많다는 것만 안다. 결국 우리나라 법률자체가 제왕처럼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의 힘을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5년 단임제가 되다보니 집권의 욕심으로 대통령 권력을 마구 휘두르며 남용하게 되는 것 같다.

여. 야, 불문하고 정치권을 보면 마치 ‘바닷게’를 연상하게 된다. ‘게’는 자신은 옆으로 가면서 다른 ‘게’에게는 똑바로 가라고 훈계를 한다. 또 게를 통속에 넣어두면 통 위로 올라가려는 다른 게를 가만두지 않는다. 못 올라가게 물고 늘어진다. 정치인들의 행태가 그렇게 닮았다. 자기 눈의 티는 보지 않고, 남의 눈에 티만 탓하며, 남을 물고 늘어진다. 그러다보니 ‘게’처럼 자꾸 불행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관심법에 걸려 적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지금 영어(囹圄)의 생활을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도 결국 제왕적 권력의 폐해였다고 해도 부인 할 수없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통령이 되면 못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도 보았듯, 기업은 완전 정치계에선 ‘봉’이 된다. 돈줄인데 가만 나두겠는가. 온갖 방법으로 기업을 겁박, 돈을 뜯어내며 노골적으로 통치자금을 거둬들였다. 어느 정권도 이 맛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역대 정부가 아직은 실세라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현 정권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창밖의 사람들을 보아야 하는 데, 거울 속, 자기 모습에만 취해 있는 형상이다. 결국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일명 ‘성추행 보궐선거’라고 불리는 서울. 부산 시장선거가 점점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어있는데 법인 택시기사, 노점상. 부모가 폐업하거나 실직한 대학생, 프리랜서, 특수고용형태(특고), 돌봄 서비스 종사자 등 200만 가량, 4차 재난지원금 대상자로 포함시켜 총 19조 5000억 원을 3월말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이 인원은 지난 3차 지원금 대상자(280만 명)보다 많은 480만 명가량이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4.7재보선을 앞두고, 그동안 ‘더 넓게, 더 두텁게, 더 신속하게’를 주장해왔고, 결국 선거철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의 지급 안을 확정했다. 이밖에도 제도권 밖 노점상의 경우 ‘임시 일용직 등 한계근로빈곤층’으로 분류, 50만 원의 한시 생계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노점상의 경우,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별도 심사 없이 업 소당 50만 원의 소득인정 지원 자금을 지급한다고 밝혀, 노점 상인들이 “한시적인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업자 등록을 하란 말인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물씬 악취가 풍기며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게 문 대통령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19일 “국민 위로 지원금을 검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 말을 듣는 국민 다수가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마치 왕처럼 자신이 갖고 있는 비자금을 국민들에게 주겠다는 뉘앙스로 들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중 위로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돈을 준 전례가 없다. 분명 개인 돈이 아니라 나랏돈임에도, 얼핏 생색을 내는 모양새다. 역사책이나, 외국에서도 대통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처럼 권력자들이 선거철만 되면 나랏돈을 마구 퍼주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된 지난해 4월 총선 이후부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느닷없이 통신비 2만원 지원을 꺼내더니 전 국민 재난 지원금과 아동수당 18세 확대방안까지, 비는 곳간은 아랑 곳 없이 ‘내일일은 난 몰라요’ 식으로 우선 나랏돈을 뿌리고 보자는 무리한 정책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오직 민주당은 표심만을 노리며 나랏돈을 물 쓰듯 나눠주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는 한 술 더 떠 경기도민에게 재난 지원금을 두 차례나 지급했고, 지역화폐까지도 발행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선진외국에서도 보기 드문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도지사의 여파로 여권인사들이 이슈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견제에 나서고 있을 정도다. 대통령의 국민 위로 지원금까지, 온갖 명목으로 재정이 살포되고 있다.

또 다른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경상남도 김경수 도지사는 “무조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 붓는 것으로 대선을 치르기는 어렵다” 고 작심 비판을 했다. 또 이낙연 당 대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 더 드리는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 많은 쟁점이 있다.” 고 지적하며 견제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얼핏 논쟁으로 비춰지지만 여권의 포퓰리즘 경쟁이라는 기본 구도는 그대로 드러났다. 내 돈 아닌 나랏돈을 경쟁적으로 퍼주기를 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지난 해 4월 총선에서 여당 실세가 “우리 고민정 후보 뽑아주면, 전 국민에게 4인 가족 100만원 지원 하겠다.”는 약속이 현실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는 세상 이치를 입증한 샘이다. 그러니 선거 때만 되면 표심을 잡기 위한 금품이 각가지 명목으로 살포될 수밖에 없다. 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권 주자들이 온갖 명목으로 ‘코로나19를 빙자해 지원금을 나눠주려고 혈안이 되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더 안타까운 것은 아직 3차 재난지원금 집행이 끝나지 않았는데, 20조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해야하니 다급해진 문 대통령이 전 국민 위로금 검토라는 말까지 나온 것 같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지원금인가 묻고 싶다. 또 그 지원금은 어떤 항목에서 지출할 것인지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단 퍼주고 보자는 식이다. 의석수만 차지하면 된다는 심보다. 국민의 배를 채워주겠다는데 누군들 ‘공짜 포퓰리즘’을 거부하겠는가. 결국 나랏돈 살포는 코로나 충격과 맞물려 분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서울 부산시장 성추행 보궐선거를 겨냥한 돈 뿌리기 경쟁은 그칠 조짐이 보이지를 않는다. 이번 선거가 서울 부산 시장의 성추행으로 수백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면서까지 치루는 선거임에도 해당 정당은 뻔뻔한 모습으로 오히려 상대 당의 후보를 비난하고 있다. 국민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결국 돈 살포 공세에는 아주 약해진다. 그 거짓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이 정신을 차리고 바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예산이고 재원이다. 보편증세 없이 엄청나게 불어날 기본 시리즈를 감당 할 수 있겠는가. 현 정부 들어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침체된 부산 경제가 되살아난다는 말 믿으면 절대 안 된다. 지난 10여 년간 거듭 확인된 과학적 검증은 가덕도 신공항은 짓기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판정이 난 상태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에서 조차 난색을 보였지만, 제왕적인 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듣고 국토부 장관이 무조건 고개를 조아린 문제 많은 신공항이다. 특별법도 야당의 비호아래 통과됐다. 이번 보궐선거를 위해 여권이 급조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엔 어림잡아 28조 6000억 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현 정권이 야당 시절 그토록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의 22조보다 더 많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이 태산 같다.

여야(민주. 국민)가 그런 사실을 다 알면서도 순간의 표를 잡기위해 국민(유권자)을 농락하고 있다. 절대 현혹되어서는 안 되고 또 속아서도 안 된다. 이번 선거에는 인물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해야 한다. 위선의 가면을 쓴 저들(여. 야)을 믿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무차별로 뿌려지는 그 돈을 받게 되면 결국 나랏빚은 더 늘어나고, 분배 악화는 더 심해질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그 모자라는 재원은 결국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코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순서만 바뀔 뿐이다. 이 웃지 못 할 현실이 꽁 돈의 유혹에 핵심이 아닌가 싶다. 정치꾼들, 재정이 화수분이 아닐 진데, 언제까지 포퓰리즘을 동원, 국민을 우롱할 것인가. 의석도 좋지만, 민생을 먼저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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