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이나 코로나19로 어수선한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방사능 괴담’이 온 나라에 퍼지면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논란은 2019년 4월 월성원전 내부 지하수 배수로 주변의 고인 물에서 관리기준치(4만 베크렐/L)의 18배에 이르는 최대 71만3000베크렐까지 검출되었다는 내용의 보도로 확대되면서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감사원이 탈(脫)원전 정책 수립 과정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해 “월권적 발상”이라며 최재형 감사원장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국민적 선택을 받은 탈 원전 정책 자체를 감사원이 문제 삼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감사는 ‘월권적 발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 원장을 겨냥해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사가 감사원장의 사적인 견해로 인해 좌지우지 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개인의 에너지정책관이 발로된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감사 권을 남용하는 정치 감사를 멈추라”고 겁박까지 했다.

한술 더 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최 원장이 명백히 정치를 하고 있다”며 “윤석열, 이제는 최재형에게서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과 같은 냄새가 난다”고 비난했다. 이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 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행세를 한다.”는 등의 원색적 비난을 마구 쏟아 냈다. 마치 충견처럼 그의 뇌리 속에는 오직 주인인‘최고지도자 결사 옹위’의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 왕정시대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나라의 주인이란 말인가. 최근 임종석이 쏟아내는 발언들은 그 오류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당시 경제성 평가조작 사건도 “월성 1호기는 언제 멈 추냐 ?”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시작 된 것이 아닌가. 김학의 사건 역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 질 일”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발단이 된 것 아닌가. 대통령의 명이라면 법을 어겨서라도 무조건 관찰해야 한다는 관념. 이는 전체주의 국가의 초월적 지도자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지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할 행위다. 법치국가에서는 아무리 대통령의 뜻이 그렇다 해도 법으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사실대로 보고하고 무리한 지시를 철회하도록 건의하는 게 올바른 참모의 역할이 아닌가. 법률과 절차를 무시하고 억지로 검찰총장을 내치려다 대통령과 추 장관이 개망신 당했다. 대통령이 여론으로부터 고립되고 지지율이 떨어지자 그분이 ‘외롭지 않도록’ 내조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 또한 시대착오적 ‘최고지도자 맹신 숭배’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선출된 권력이 법을 초월한 통치 행위를 한다는 생각자체가 그가 말하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럼에도 엉뚱하게도 자기들에게 제동을 거는 검찰, 감사원, 사법부, 심지어는 언론기능까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정부의 민주적 시스템을 붕괴(추미애 장관)’시키는 행위라고 말한다. 상식이 통하지 않을뿐더러 아예 의식 자체가 거꾸로 있다. 임종석은 “우리가 합의하고 지켜가는 민주주의제도는 매우 불완전하고 허약하며 빈틈투성이다. 각각의 구성원과 기관들이 끊임없이 성찰하지 않는다면 그냥 쉽게 무너져 내린다. 검찰과 법원이 서슴없이 그 일을 하고 있다. 도구를 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스스로 만든 권한처럼 행사한다”‘스스로 만든 권한?’ 이 아니니 검찰과 법원은 그것을 선출된 권력에 들이대지 말고 그냥 정권의 ‘심부름꾼으로 있으라는 것이다. 이 해괴한 비상식적인 논리는 당연히 감사원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가지라했더니 아예 주인노릇을 한다.” 아마도 임종석의 머리엔 ‘권력분립’이라는 개념만큼 낯선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들은 검찰이나 법원의 것과 달리 자기들의 권한은 국민에게서 직접 나왔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임종석은 판사들에게서 “너무도 생경한 선민의식과 너무도 익숙한 기득권의 냄새”가 난다고 비난한다. 아무 때나 편한 대로 국민을 판다. 반대 세력은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 척결해야 할 토착왜구 일뿐이다. 집권여당은 지하수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사실 자체를 호재인양, 월성 원전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사장이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도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공식 반박했다. 한수원 노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여당이 검찰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피하기 위해 정치적 물 타기를 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또 원자력 전문가인 KAIST 정용훈 교수도 지난 9일에도“커피 속 방사능을 삼중수소로 환산하면?”이라는 그림을 올리면서 일각의 방사능 괴담을 한마디로 일축 했다.정 교수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세슘의 양이 무려 4경 베크렐이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에 피폭되어 사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의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의 시험시설·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삼중수소 20조 7,400억 베크렐이 방출되었지만 주변의 주민들 역시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환경단체가 경북 경주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삼중수소) 유출 의혹을 거듭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원전 인접 주민들은 “정쟁에 주민들을 이용하지 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월성원전이 있는 나아리는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경우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월성 원전 인근은 신라 문무대왕릉 등 사적지와 해변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이번 삼중수소 유출 논란이 일면서 그나마 간간이 이어지던 발길마저 뚝 끊겼다고 한다. 이러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괴담은 2008년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던 광우병 괴담을 연상시킨다. 당시 MBC PD수첩은 “뇌 송송 구멍 탁”으로 대변되는 온갖 괴담을 퍼뜨리면서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했었다. 그때 선동을 했던 이들이 바로 지금의 집권여당과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광우병 시즌2로 근거도 없는 월성원전 괴담을 퍼뜨리면서 집권여당을 향한 수사의 칼날을 피해보려는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광우병 사태도 또한 그러했다. 그래서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한국인의 광우병 발병율 95%라는 괴담이 온 나라를 휩쓸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5여년이 지났지만 수많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단 한 번도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6년 9개월을 끌어왔던 세월호 사건 관련, 외압, 사찰 의혹이 제기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교안 전 법무부장관 등이 모두 무협의 처분을 받았다. 세월호 특별 수사단( 검사 9명, 수사관 20명)이 사건 발생 6년 9개월, 특수 단 구성 1년2개월만인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2018년 '유가족 사찰' 수사를 받다 투신해 숨졌다. 누가 이 억울한 죽음과 유가족의 비극을 책임지겠는가. 이 때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재판은 커녕 수사도 하지 않은채 불법으로 단정했다.검찰충견들이 어명을 받들어 권력으로  살인를 자행했다. 문 대통령은 유족과 국민앞에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과거 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 불안을 부추긴 광우병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 세월호 사건 등이 모두 거짓 선동으로 드러나듯 아무리 월성원전 괴담을 퍼트리면서 탈 원전 수사를 막아 보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을 것이다. 주민들은 월성 1호기 부당 조기 폐쇄와 삼중수소 괴담 유포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언뜻 보면 선전선동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듯 보이지만, 그 허구와 괴담은 반드시 무너지고야 말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선동의 어두운 그림자는 진실을 존중해 온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결코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바로 그런 나라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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