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천장에서 제 세상 만난 것처럼 우당탕거리며 달리기 경주를 하듯 검찰개혁, 코로나 등으로 온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쥐띠 해인 경자 년이 지나가고, 한 가족을 의미하는 생구(生口)소리를 듣는 소띠해인 신춘 년을 맞이했다.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 소박한 국민의 희망이 이루어질지는 두고 볼일이다.

지난 해 말 만난 많은 사람들은 한 결 같이 ‘지난해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특히나 고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직장동료나, 지우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담소를 나누던 일상, 역시 불안감 속에서 사라졌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흠칫 놀라서 피하게 되는 참담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은 회한(悔恨)의 시간에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복하다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의 전환점에서는 멈추어서 한 번쯤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연이은 ‘실책’으로 인해 희망보다 불안 속에 신축 년을 맞이했다. 지난 한 해 악전고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은 여전히 끝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초긴장 상태다. 지난 1년, 국민들은 전혀 관심도 갖지 않는 ‘윤석열 죽이기’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뒷걸음질 쳤던 경제는 더한 불확실성 속에 놓여있다.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한 리더십이 절실한 때인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세밑 공수처장. 법무부장관 지명에 이어 대통령비서실장과 민정수석도 교체했다. 그간 인사스타일을 감안한다면 전격적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용된 인사들의 면면이 내 편 돌려막기라는 측면에서 과연 바람직한 인사인가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하나마나하고, 시간만 소비하며 ‘추태’를 보이는 인사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전무하다시피 인사청문회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인사(부적격자)를 대통령은 직권으로 모두 임명했다.

그러니 나라 정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던 거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고 장담했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그 공약은 지켰지만 정작 국정 성적표는 낙제 점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으로 대표되는 민생문제에서는 역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회. 정치적 갈등과 반목도 거세지고 있다. 무능한 야당 덕분으로 적대적 공존을 통해 지지기반을 구축하는 정치 기술엔 뛰어났지만, 최근 지지율마저 30%대로 하락하면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지난 5년을 생각해보았다.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그 여세를 몰아 그 이듬해 5월 잔여임기(?)를 채우는 대통령에 문재 인이 당선됐다. 적폐청산, 검찰개혁을 내세운 현 정부 집권 이후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으로 갇혀있다. 작년 4월 총선에서 압승을 한 후 입법독주를 하면서 정치 갈등은 고조됐다. 경제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도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으로 진행된 법무부장관의 비현실적,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해 많은 국민들을 피곤하고 짜증나게 했다. ‘윤석열 죽이기’로 한해를 보내면서 민생경제는 벼랑길을 걸어왔다. 경제성장률은 점점 하락하고 소득분배는 악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업규제는 경제성장과 분배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 정부와 청와대가 ‘윤석열 죽이기’에 집중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자산 분배의 불평등이 커졌다.

더구나 팬데믹이 우리 사회의 취약 계층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하면서 서민의 고통은 배로 늘었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계속 악화됐다.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 언급하고자한다. 현 정부는 ‘청와대 정부’로 불릴 만큼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 심지어는 국정원까지 압도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지만, 아쉽게도 대통령 자신은 장막 뒤에 머물면서 화려하고 생색나는 행사에만 얼굴을 내비췄다. 세간에 떠도는 ‘쇼통’ ‘유체이탈 화법’ ‘선택적 침묵’ ‘말 바꾸기 명수’등의 수식어가 이를 대변한다 할 수 있다. 우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어 국민의 심정에선 안타깝기만 하다.

문 대통령은 내 편으로 알고 쓴 측근들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근래 추미애의 횡포와 추태나, 백신늑장 확보 논란에서도 그랬다. ‘무오류’와 ‘관심법’의 자만과 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권 이후 탈 원전,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에서 폐해가 잇따랐지만, 대통령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산 백신 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던 대통령의 행보는 결과적으로 ‘우물 안 개구리의 판단’이었던 게 드러났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문 대통령은 관행적인 언어로 사과를 했을 뿐이다.

임기를 무사히 잘 마무리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대통령 스스로 인식의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야를 넓히고 또 유연해져야 한다. 그래야 실패한 정책을 깨닫고 수정 할 수 있다. 국정 난맥을 풀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현재 분위로는 문 대통령 본인이 원하는 ‘임기가 끝난 후 양산으로 가서 살고 싶다’ 는 소망이 이뤄질지 장담 할 수 없을 것 같다. 현재의 측근들로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아무리 장관을 바꾸고 참모를 바꾼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으로 무장하고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거국적인 차원에서 내 편이 아니더라도 그런 인재를 구해야 한다. 임기 말 대통령을 궁극적으로 보좌하는 건 충성된 자(犬)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간언할 줄 아는 능력 있는 참모란 걸 명심해야 한다. ‘원 팀(one team)’ 고수는 민주주의에서도 맞지 않고, 국민을 무시한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는 강성지지자들의 입맛에 맞는 코드인사들을 등용한 게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각종 자질 논란에 휩싸인 변창흠을 국토교통부장관에 임명했다. 또 추악한 모습을 보였던 추미애의 후임으로 박범계를 후보자로 내세워 강행하려고 한다. 조국을 비롯한 법무부장관이 모두 한 결 같이 검찰개혁에만 몰두하는 인사를 선택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센 년 뒤에 더 센 놈들이 옵니다. 한 마디로 국민은 Gx 되었습니다.’라는 말이 요즘 떠돌고 있다. 새해 벽두에 희망찬 글보다 이런 참담한 글을 쓰게 되니 한편으로는 죄송스럽지만, 감히 희망을 말하기가 힘든 겨울인 것 같다.

문 정부가 잘 하고 지킨 것이 세(3)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 말 한 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된 것이고, 또 하나는 ‘이니 가하는 것은 모두 찬성’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 사람(내 편)챙기기’ 인사원칙은 꿋꿋하다. 그러다보니 매번 돌려막기 식 회전문 인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라를 무법천지의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과거 정권의 회전문 인사를 비판했던 현 정부가 똑같은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하나 실책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집권 여당은 당헌을 고쳐가며 올 4월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다. 자신들이 지난 여당(자유한국당)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며 만든 규정인데, 시행도 하기 전 늘 그랬듯 이번에도 꼼수를 부려 후보 공천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더 가증스러운 것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얼핏 들으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들 스스로가 국민(유권자)에게 한 약속을 어긴 것은 다르다는 것인가. 대표 시절, 당헌을 만들었던 문 대통령은 인기를 얻기 위해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장본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어야 맞다.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도 여당은 거대한 힘으로 자신들이 유리한 것으로 바꿨다. 이 역시 다수표로 말한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결정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다수의 폭거다.

문 대통령이 최근 탈정치를 선언하고 정치는 여의도에 맡긴다고 했다. 이는 국민을 우습게보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탈정치를 생각했다면 깨끗이 실책을 인정하고, 공수처도 폐지하며 사후약방문이라도 서둘러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대통령은 묵언으로 모든 책임을 장관들과 일선부처에 떠넘긴다. 관료들은 앞뒤 안 맞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이 모두가 국민이 무서운 줄 모르고 안중에도 없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눈에 보인다던 긴 터널의 끝이 국민들에게는 아직 가마득해 보인다. 유난히 을씨년스러운 신축년 새날이 이렇게 쓸쓸하게 지나간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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