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술집에서 언성이 높아졌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에게 ‘문 대통령을 닮았다’고 한 게 발단이 되었다. 이유는 문 대통령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왜 기분 나쁘게 꼴도 보기 싫은 대통령을 닮았다”고 하느냐며 언쟁을 벌린 것이다. 그만큼 민심이 돌아선 것을 입증한 것이다.

임기 3년 반 동안 단 하나도 칭찬 받을 일이 없는 문 대통령. 그동안 공약(空約)을 남발하며 빈축을 샀던 문 대통령이 확실하게 지킨 게 하나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든 것이다. 모처럼 공약(空約)을 공약(公約)으로 지켰다.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이었다. 그 말대로 새로운 경험을 국민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한두 번도 아니다. 거의 매일 같이 자고 일어나면 한 번도 본적이 없고,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온갖 권력형 비리(아직까지는 의혹)는 분노가 치밀지만, 그리 놀랍지도 않다. 그런 일들이 일상처럼 늘 벌어지고 있는 것을 누누이 봐왔기에 덤덤하다. 권력형 비리와 은폐 시도는 함께 하기 마련이다. 좀 다른 게 있다면 비리를 숨기려는 듯한 법무부장관과 비리를 파헤치려는 검찰총장과의 대립이다. 두 사람 다 문대통령이 임명을 했다. 그런대도 문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그저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정말 놀라운 것은 어쩜 하나같이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는지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비상식이 상식을 뛰어넘어 상식인 것처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도 그렇게 당당하고 오만할 수 없다. 날이 갈수록 문 정권의 그 뻔뻔함은 계속 되고 있다. 물론 통제도 없다. ‘감히 내 영(令)을 어겨?’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칼끝을 겨누는 검찰총장의 팔다리를 모조리 자르며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마치 실성한 사람 같은 모습의 법무부 장관, 모략 냄새가 물씬한 ‘검언(檢言)유착’이 모락모락 나는데도,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듯 감추려하며 유례없는 수사지휘권을 거듭 발동하고 윤성렬 검찰총장 죽이기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가 오히려 ‘권언(權言)유착’으로 밝혀졌으면 부끄러워하고 자숙해야 함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사기꾼의 편지 한통(이 역시 음모의 향기가 풍기는데)에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입으로 거품을 품어내고 있다. 목표는 오직 하나 검찰총장의 목을 베는 것에 있음에도 ‘국민 기만’을 운운하며 영원한 권력을 잡고 있을 것처럼 ‘언론은 대검을 저격하라’고 마녀 같은 주문을 하고 있다.

정작 자신이 사건들을 정치화하면서 마치 검찰이 정치화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법무부장관(法無婦腸慣))’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데도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부채질을 하며 맞장구를 친다.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불법과 비리에 연루된 청와대 참모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라임 실소유주 김봉현은 이미 “몸통은 따로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의 대통령은 마치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듯이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주문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뻔뻔함의 극치를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여당은 공수처 설치를 서두르며 야당을 겁박하고 나섰다. ‘공수처’에서 다룰 문제라는 것이다. 때 맞춰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출범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서면서 여야 대치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 중 공수처 출범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고, 국민의 힘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장외투쟁까지 고려하고 있어 극한 충돌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시정연설에서 공수처 출범을 촉구한 건 지난 7월 공수처 법이 시행됐는데도 출범 절차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수처법에 따라 현재 정부과천청사에 사무실이 마련되는 등 법적·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3개월간 처장 인선이 미뤄지고 있다. 국민의 힘은 지난 27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중 야당 몫 2명으로 대검찰청 차장 출신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선정했으나 민주당이 “발목잡기 행동대장을 추천했다”며 반발했다. 후보가 되려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국민의 힘이 “무조건 반대할 인사”를 추천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한 술 더 떠 민주당은 이들이 추천위에서 후보에 대한 반대를 거듭할 경우,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실상 자당만으로 출범 절차를 밟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공수처 출범 촉구 언급은 민주당의 태도를 더 강경하게 만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 뿐만 아니라 권력기관 개혁법안(경찰청법·국정원법 등)과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여권이 추진 중인 법안에 힘을 실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당연직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당 몫 2명(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박경준 변호사), 야당 몫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오는 30일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고 첫 회의를 연다. 추천위원들이 각각 처장 후보를 낸 뒤 논의·의결을 거쳐 최종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그에 앞서 공수처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의 탈선을 방지하는 특별감찰관을 3년 반이 넘도록 공석으로 방치한 이유는 무엇이며, 직무를 유기한 책임은 누가 질것인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감히 묻고 싶다. 탈(脫)원전 감사를 하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렇게 저항이 심한 감사는 처음” 이라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도처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뭔가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할 때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전세대란의 실정, 추미애 정국, 국제적 권위를 실추시킨 외교부,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 문제가 꼬리를 물고, 정권의 뻔뻔한 발언으로 국민들이 분노하는데도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다. 이는 야당이 지적만 할 줄 알았지 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동표로 몰릴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하며 임명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마음껏 희롱하고 핍박하며 모욕을 줄 수 있는 것도 다 무능하고 무기력한 야당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으로 다시 시작한다.” 고 선언 한 바 있다. 정치에 부정적인 인식이 스쳐간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한 말인데 그렇지 않다. 정치의 본질을 오해했다. 정치인은 거룩한 곳의 정의와 윤리를 추구하는 성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는 모순과 혼돈의 흙탕물속에서 스스로의 몸을 더럽히는 것이다. 정치인의 무기인 권력은 타인을 내 의도대로 끌어내는 폭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만 인정을 받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와 손잡고 반대자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는 이유다. 필요에 따라서는 악마와도 거래를 해야 하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은 이런 고행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를 제대로 잘 할 수는 없다. 그런 정치를 했으니 지금 이 나라가 엉망진창 개판이 된 게 아닌가. 무능한 참모와 관료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실정과 부패가 도를 넘을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추상적 이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현안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고 보는 혜안의 눈을 가져야 할 때다. 절대 권력을 잡았으니 최선을 다해 내 편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제왕적 대통령 권력의 저주라는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 아니던가. 권력의 달콤한 향기에 취한 무리들의 교언영색에 둘러싸인 21세기 ‘차르’는 최후의 순간까지 레임덕을 눈치 채지 못했다. 정적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절대 권력의 칼날은 마침내 주인을 찌르는 것으로 마지막 소임을 다한다. 어떤 대통령도 이 엄중한 ‘인과’의 법칙을 거역 할 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시민의식이 깨어있으면 새로운 변화가 반드시 올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희망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