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노무현 전 대통령 말처럼 이제는 막 가자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 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말을 믿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의 정치적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평등, 공정, 정의로 압축되는 취임사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정부를 자처했다.

그러나 3년 5개월이 지난 지금,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는 정적(政敵)을 잡고 반대편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을 뿐이다. 자기편끼리 권력과 자리를 나누고, 반칙과 특혜에 눈 감으며, 심지어는 내 편이라면 불. 탈법마저 감싸고돈다. 경쟁이라도 하듯 딸은 ‘아빠 찬스', 아들은 '엄마 찬스;, 부끄러워 할 줄조차 모르는 이들이다. 이런 부류들이 연이어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정의부(Ministry of justice)’의 수장에 발탁되는 부조리한 현실에서 노무현 정신은 완전 실종 상태다.

“살아있는 권력 비리에 엄정하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인사들이 치켜세웠던 윤석열을 이렇게 핫바지로 추락시키면서도 검찰 개혁을 외치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언론에 나고서야 알았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서글픈 독백 같은 말을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살아있는 그림자 격인 진짜 검찰총장은 따로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검찰의 최고 책임자인 윤 석열 총장은 완전 패싱 당한 것이다.

문 정권에서 부정부패가 노출되면 대응하는 정형화된 패턴이 있다. 조국, 윤미향, 추미애, 사태에서 국민들이 지겹도록 목격한 그들만의 특유한 패턴이다. 우선 불거진 의혹에 진실 공방으로 프레임을 비튼다. 양심에 손을 얹고 누가 봐도 라임. 옵티머스 사건에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직감 할 수 있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놓고 청와대는 물론, 정. 관. 금융계인사가 줄줄이 엮여있고, 펀드 사기꾼과 그들의 로비 리스트가 설치고, 검찰의 수사부실이 뒤섞인 전형적인 권력형게이트다. 여당에선 입버릇처럼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나 의혹 부풀리기”라고 싸잡아 일축한다, 서울 남부지검이 넉 달 전 확보하고도 뭉개고 있던 이 폭탄 급 진술을 검찰의 최고 총수인 윤석열 총장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검찰은 강기정에게 묻지도 않고 서류를 덮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행정관의 5000만원 수수 등 허풍이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검찰 수사가 왜 청와대 앞에서 멈추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또 하나 여당은 실체가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하면 ‘검찰 수사를 기다려보자’며 물 타기를 시도하고 여론몰이를 한다. 불공정과 특혜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으면 집권여당은 ‘옛날 과거 정부는 이보다 더 했다’ 라며 야당과 언론을 윽박지른다. 과연 그랬을까.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는 야당이란 존재가 있기는 하나 그림자 같다. 집권여당이 반대하면 모든 게 끝이다. 그 당은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자리를 모두 차지했고,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수로 다수표를 가장한 횡포를 일삼으며 언제든지 자기들끼리 모여 법을 만들거나 고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야당인지 모를 야당 소속이나 당적이 없는 의원들과도 모종의 거래를 하면서 헌법도 바꿀 수 있다.

권력을 견제하도록 설계된 기구(사법. 입법, 행정. 국정원 등) 들은 모두 제 기능을 잃었다. 청와대의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다. 검찰총장에겐 장관 같은 예우를 하면서 독립적 검찰 운영 권한과 법적 임기가 보장돼 있다. 그럼에도 집권 세력들이 인사권을 이용해 총장 주변 사람들을 변방으로 좌천시키고 그들의 빈자리에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되는 인물들을 앉혔다. 추미애 장관이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놓았는데도 못 쫓아내 안달이다. 상전인 장관이 “총장이랍시고”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면박을 줘도 이를 지적하는 여당인사들이 없다. 오히려 혼이 나간 사람들처럼 희희낙락거린다.

정부 사무를 감독하는 감사원의 총책임자도 정권의 뜻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죄 때문에 검찰총장과 비슷한 따라지신세가 되었다. 헌법과 법률을 근거로 집권 세력의 전횡과 부패를 막을 힘을 가진 대법원. 헌법재판소도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대통령과 여당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하나 둘 늘더니 어느새 그들의 판결과 결정을 이끄는 다수를 이뤘다. 일반 법원에서도 집권층과 관련된 재판은 수상하게 진행되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 측근이 특별검사에 의해 선거 여론 조작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수년째 법원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뭉개고 있다. 그렇게 특권층은 보호되고 있다. 간혹 가물에 콩 나듯 법원이 정권에 불리한 판결이라도 하면 그때마다 ‘문위병’을 자처하는 부류들이 판사를 매국노 취급하며 댓글 테러와 신상털이로 위협을 하고 있다. 이들을 말릴 힘을 가진 이 중 그 누구도 나서지 않고 방심하며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특히 드세기로 유명한 시민단체(?)들이 강력 ‘본드’가 위아래 입술에 들러붙은 것처럼 조용한 것도 이상하다. 핵심인사들은 모두 감투를 썼고, 단체는 지원금이 후하게 하사 됐다. 심지어는 반공연맹마저 초심을 잃었다. 여론이 나빠지자 뒤늦게 문 대통령이 ‘성역은 없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청와대가 개입된 사건임에도 대통령은 사과 한마디도 없다. ‘대통령을 흔들고 정부를 흠집 내는’ 의혹을 적절히 처리하라는 뜻일까.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린 것인지 서울 중앙지검장이 수사 팀을 증원하며 뒷죽 법석을 떠는 모양새를 보니 저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측은함과 함께 쓴 웃음이 나온다. 축소, 은폐 등 비정상적 수사를 지휘하고 진실에 콧방귀도 안 뀌며 추미애를 지켜보던 사람이 뜬금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수사 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 대통령은 집권 전 ‘정치검찰은 정권의 주구(走狗)가 돼버렸다’라고 한탄했었다. 사냥개가 된 검찰을 바꾸겠다는 개혁구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개혁검찰’은 권력형 비리에 면죄부를 남발하는 견찰(犬察)이 되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고 비웃고 있다. 검찰이 충견, 사냥개, 애완견으로 비유되는 경우는 여당이 말하는 독재정권시절에서도 없었던 단어다. 거악(巨惡)척결은커녕 권력의 해바리기 검사들만 득실거리는 개혁이라면 문제인 정권은 성공한 것이다. 이 판국에 공수처 설치는 완전히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로서 응징을 받을 것이다.

공돈에 맛 들인 사람들이 정권을 받쳐주니 권력이 국민을 업신여기게 되는 것이다. 자업자득이 아닐 수 없다. 집권 여당은 사람이 먼저는 ‘내 편’에만 적용된다. 상대에겐 무관용이고 내 편에는 무한 관용이다. 남의 허물은 단죄하고, 자신의 허물은 덮으려 한다. 또 남은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지면서도 내 일은 ‘그럴 수도 있다’로 바꾼다. 정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또 토착 왜구 론을 꺼내 들면서 국민을 현혹시킨다.

종종 지식인들이 ‘시국선언’을 하는데 정권은 이때 자기편을 내세운 관제선언으로 물 타기를 한다. 거기에도 보약(?)뿌려진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국민은 이상하게 상식이하로 돌아가는 세상에 화가 치밀어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주변 사람에게 기사 또는 유튜브 영상을 전송하며 공감하거나 술자리에서 한탄하는 게 고작이다. 모처럼 큰맘 먹고 광화문 광장에 나가 “나라가 니꺼 냐?” 고 외치려하면 경찰이 광장을 막아서서 얼씬도 못하게 한다. 헌법에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적혀있지만 문 정권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괄시받는 70대 노(老)가수가 호기롭게 던진 현실 비판 몇 마디에 대리만족으로 마음을 달래야만 하는 가엾은 대한민국 국민들. 정부는 감염병 비상시국이라 광화문 광장을 경찰차 300대로 막았다고 변명한다. 또 단계를 낮추는 것도 의심이 든다. 10월 3일 9일 대규모 집회를 막기 위해 단계를 높였다가 집회가 끝나자마자 한 단계를 낮췄다는 게 의심스럽다. 지금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국민들에게 미안한 시늉조차 사라질 정도로 오만 불순해졌다. ‘악의 평범성’을 설파했던 한나 아렌트가 정곡을 찌른 것 같다. “전체주의 지배가 노리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은 확신에 찬 나치주의자도 아니다. 사실과 허구 혹은 참과 거짓을 더는 분간하지 못하는 일반 시민들이다.

”정. 관계로비 정황이 여실히 드러난 ‘옵티머스의 펀드하자’ 건 역시 시간만 끌다 국민들이 잊혀 질 시각에 흐지부지 끝내려는 게 여당의 마지막 패턴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한다. 지금 이 나라를 민주자유 국가로 볼 수 있을까.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그런 나라에 살고 있는 내가 참으로 서글프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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