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 맞아?” “뭐야, 어떻게 저럴 수가?” 어제 뉴스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들의 목소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씨의 고등학생 아들에게 보낸 답장 내용을 보면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 대통령의 자식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이’군의 편지를 받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 고 약속 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아드님께’로 시작한 답신에서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 읽는 내낸 가슴이 저렸다.”며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심정을 깊이 이해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문대통령은 이군에게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이군의 편지를 받은 날(8일)로부터 닷새 만에 답신을 보낸 내용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답신이 원론적인 답변에 불과하고 특히 대통령이 직접 답신을 쓴다고 했지만(컴퓨터)타이핑된 문자로 보내면서 친필 사인도 없이 인쇄된 편지라는 점이다. 내용도 특별한 게 없을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은 형식적인 편지다.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으로 보기엔 좀 씁쓸한 마음이 든다.

과거 문대통령이 후보시절 세월 호 방명록에 “너희들의 혼(魂)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은 것은 우리 정치인들 모두의 책임으로 생각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맙다’라는 말은 이해가 안 된다. 아이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된 것이 어디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 이 말을 어떤 취지로 이해를 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해줘서 고맙다는 것인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 된 고(故) 이씨의 아들은 도움을 주지 않아 외면하는 것인가 국민의 대다수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언어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대다수 국민의 귀에는 민주당 사람들의 발언은 ‘망언’아니면 ‘실언’으로 들릴 뿐이다. 정상인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반면에 ‘문빠’로 지칭되는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일반 국민들과 완전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그 망언이나 실언을 지극히 정상적인 것으로 여긴다. 정치권을 보면서 마치 바벨의 검은 도시에 살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민주당의 무질서한 언어가 이해하기 힘들고 혼란스럽다. 조국 사태이후 부쩍 심해진 느낌이다. 추미애 장관을 보면서 이 같은 느낌을 더욱 갖게 된다. 집권 여당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이미 국민의 40%만 이해하는 ‘사회방언’(sociolect)이 된지 오래 되었고, 나머지 60%의 국민은 벌써 그들과 정상적 소통을 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이질감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여당의 정치적 대중 소통이 일상의 영역을 벗어나 이미 이념의 영역으로 깊숙이 빠져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60%와 40%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같은 민족임에도 분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내로남불’의 갈라치기 정치가 빚은 언어학적 참극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 사살 사건은 대한민국을 다시 바벨의 도시로 변질시켰다. 이번에도 ‘더듬어만지당’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민주당 사람들은 국민들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말들을 너절하게 늘어놓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 군이 6시간 이상을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군에 살해되었는데도 책임 있는 친 여권 인사들이 김정은을 사실상 찬양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북한군이 바다에서 실종 된 우리 국민을 구조하기는커녕 총으로 사살한 뒤 불태운 반인륜적 행위다. 피살된 이씨는 해양수산부 공무원으로 바다에 빠진 뒤 부유물에 의존해 30km를 표류했다. 북한군에 발견됐을 땐 이미 기진맥진 탈진한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국제 규범에 따라 조난자를 구조했어야 했다. 더구나 이 씨는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이다. 김정은은 국제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사흘이 지나서야 사과성 전통 문 한 장을 보냈다. 무고한 한 사람을 죽여 놓고, 기껏 ‘미안하다’는 말만 던졌다.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조차 없었다.

김정은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감읍한 정부. 여당의 태도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지난 24일 국회국방위원회에서 국회개원이래 모처럼 뜻을 모아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북한의 범죄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의 국회 대북규탄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그런데 이튼 날 태도가 바뀐 것이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김정은이 미안하게 생각 한다는 전통 문을 보내자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돌연 화해분위기를 연출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보냈다는 전통 문에 대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 한 것은 사상 처음이며 매우 이례적”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인다.” 며 오히려 고무된 모양새를 보여 국민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고 선서했던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놀라움을 금 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잔 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 며 남북군사통신선 복구를 희망했다.

그것도 모자라 연이어 ‘종전 선언’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년 반 가량 남은 임기 안에 종전 선언을 업적으로 남기고 싶은 조바심으로 애를 태우는 것 같은데, 지금 종전선언을 할 때인가 묻고 싶다. 현재 상황은 북한군에게 표류 중인 대한민국 국민이 잔혹하게 참살 당해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다. 이 천인공노할 만행을 김정은의 ‘유감표명’ 한 마디에 모든 것을 없었던 일도 덮어버리고 종전 선언을 빌어 붙인다면 공감 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공동조사’도 그렇지만 종전 선언의 파트너격인 북한과 미국의 반응이 냉랭한 현실도 제대로 파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의 분노엔 안중에도 없고, 이참에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꾀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간첩 등 북한군으로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자를 존경한다는 문 대통령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사살 된 이씨가 나라로부터 버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한 마디로 대통령의 임무를 망각한 비상식적 발언이다. 북한 측 주장에 휘둘려 끌려 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 매우 안쓰럽고, 이해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당 인사들은 요설(妖說)에 가까운 황당한 표현을 써가며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면서 북한의 잔혹한 행위에 참담해진 국민 정서에 불을 지르고 있다. 국회의 행태도 비난 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려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과 ‘북한 개별관광 촉구 결의안’ 등을 상정한 것이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의 총에 맞아 사살되었는데도 관광을 재개하고 종전 선언을 촉구하자는 게 제 정신에서 하는 말인가 국민의 생명에는 안중에도 없고 이마져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집권 여당의 몰염치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이렇게 하면서도 국회가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존재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더구나 북한은 아무 의사도 밝히지 않았음에도 불구 우리 정부가 먼저 이씨를 이혼과 빚쟁이 등을 근거해 ‘자진월북자’로 판단했는데 성급한 판단이라고 본다. 어쩜 의도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 수지 김 여간첩 사건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결국 무죄로 판명되었지만, 그 가정은 완전 파멸되고 말았다. 정치적 싸움에 애매한 한 가정이 무너진 것이다. ‘자진 탈북자를 위해 전쟁을 하란 말인가?’ 라고 말하는 여당 정치인이 있는데 그럼 한강다리 난간에 올라가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을 보고도 방치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일단은 살려놓고 보아야 하는 게 순리가 아닌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국민이 불법침입자이자 자진 월북자로 낙인이 찍힌 채 해상에서 참살을 당하고 소각 되었는데도 4시간 뒤 대통령의 종전 선언 녹화연설이 유엔에서 시작되었고, 다음 날 대통령은 태연히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하면서 웃음을 지었다는 사실이다. 군과 해경은 이미 잿더미로 없어졌을 시신을 찾겠다고 엉뚱한 지역에서 수십 척의 배를 띄워 열심히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가히 이런 코미디가 없다. 여당은 야권의 진상규명 요구에 “정쟁을 일삼는 야당에 우리 국민들은 시쳇말로 오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평가절하 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대통령부터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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