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움직이는 것 말고는 숨 쉬는 것 마저 믿을 수 없다 할 정도로 신뢰를 잃은 우리나라(?) 대통령. 국민들이 문 정권에 제일 짜증스러워하는 건 잘못한 건 모두 과거 정부 탓, 야당 탓, 극우 탓, 의사 탓, 교회 탓, 국민 탓. 남 탓, 탓 탓을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코로나 재 확산, 교회 탓, 국민 탓, 야당 탓 이제 지겨우니 그만하라고 할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회의에서 “일각에서 국가의 방역체계에 도전하며 방역을 노골적으로 방해하거나 협조를 거부하는 행위들이 코로나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 며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방역 방해와 가짜 뉴스 유포는 공동체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 라고 강조했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한 발언이라 생각되지만, 자칫 방역체계가 무너진 것에 대해, 그 책임을 다른 단체로 전가시키면서 공포분위기로 유도하는 것 같아 섬뜩한 기분이 든다. 분노의 감정을 드러낸 것 같은 뉘앙스를 던져 준 것 같아서다.

확진 자가 늘어나면서 특정단체를 지목하며 대책을 강구하기에 앞서 남 탓 만하면서 방역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는지 걱정된다.(항간에는 문 정권이 흉악해진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코로나 확산을 방조하고 있다는 ‘설<舌>도 흘러나온다.) 국민들은 무려 23차례나 허공에 총질을 하며, 헛발질로 최악의 부동산 실정(失政)에 부글부글 속을 태우고 있는데도, 코로나19 재 확산으로 온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저소득, 저 학력, 여성, 청년 등 취약계층이 최악의 생계위기에 내몰려 아우성인데도, 전라도에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 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도입 정책에 반발해 의사들이 파업을 단행해도, 정부의 실책을 인정하기는커녕 남 탓 만하는 집권 여당과 대통령.

문 대통령은 3년 전 취임사를 통해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며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며,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에게도 다가가 설득을 시키는 대통령이 되겠다.” 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임기가 절반이 지났어도 지켜지지 않았다. ‘소통’이 실종됐다. 문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부적격)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니 국정이 제대로 운영될 리가 있겠는가. 우려한대로 국정이 엉망진창 일수밖에 없다.

망각의 동물인 유권자는 다행히 이를 잊고 있다. 무릇 남의 잘못을 지적하긴 쉽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하는 건 쉽지 않다. '당신은 얼마나 대단한데'라는 되받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의 허물을 짚고, 고치라고 요구할 때는 반드시 도덕적 우위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 주위에는 대통령에게 진언(盡言)을 하는 ‘가신’들이 없는 것 같다.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말 한마디 잘못하면 소위 ‘문빠. 친문세력’들에게 문자폭탄이 날아온다. 더구나 ‘이니’ 탓이라도 할라치면 살아남지 못한다. 민심과 동떨어진 권력자들의 비상식은 ‘우리 이니는 어떤 잘못도 없고, 이니가 한다고 하면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열혈지지층의 무오류주의 맹신에서 출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오류의 절대존재’ 인 북한 김정은이 지난 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실패를 스스로 자인했다. 남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개방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는 집권세력의 자체 비판이 아주 금기가 되고, 통계마저 집권세력의 입맛에 맞게 선택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남북이 뒤 바뀐 이 기괴한 현실 앞에서 민주주의의 퇴행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나마 대통령이 국민에게 약속을 지킨 게 있다면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가 된 것이다.

나라 안팎 경제사정이 온통 먹구름이다. 고용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수출은 세계적 코로나 재 확산 등으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그저 안이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운데 1위로 예상 될 만큼 선방하고 있다.”말하자 코로나 2차 충격이 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예스 맨 소리를 듣는 홍 부총리까지 나서 “고용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며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에 매달리고 있다. 조급한 기대는 부작용만 낳게 된다. 확진 자가 줄어든다고, 임시공휴일까지 만들어 휴가를 가게하고, 각종 소비 쿠폰까지 뿌린 섣부른 소비 진작 시도는 결국 방역 경계심을 무참하게 무너트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상황은 방역 없이는 경제 회복이 가능하지 않다는 엄중한 현실을 입증한 것이다.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결국 취약 계층의 고통도 덜 수 있는 것이다. 연휴, 현금뿌리기 같은 임시방편 요법은 한시적으로 병만 키울 뿐이다. 그런데도 집권 세력은 아직도 승리감에 취해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비상식적이고 안하무인, 제 세상 만난 것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치며 남 탓만 한다. 친일파 무덤을 파헤치고 부동산을 잡기 위해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목청을 높인다. 코로나의 재 확산 주범은 기독교(교회)라고 선동하며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주한 유엔사령부는 족보가 없다.”고 했다. 한. 미 위킹 그룹을 ‘일제 통감정치’에 비유까지 했다. 인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이 아닌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이 역시 무관심해서일까. 지적하는 국민들이 없다.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닌지.

필명 진인(塵人)조은산이라는 이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시무7조 상소문’이 장안에서 화제다. ‘문빠’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지만, 잠시나마 국민들의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펑 뚫어주었다. 그 글속엔 김현미, 조국, 추미애, 전. 현직 장관, 심지어는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 이름의 이행 시가 숨어있는데 공감이 매우 크다. 이행 시(詩)속 민심을 우습게보지 말아야 한다.

2017년 대선이 준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어 윤미향, 박원순, 오거돈, 손혜원, 유재수, 김경수의 의심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도, 지친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지며 '나라가 니꺼냐?' 라는 유행어가 떠오른다. 어찌 그 한사람만의 심정이겠는가?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망할 징조가 보인다. 특히 검찰은 준사법기관인데, 정권이나 장관이 마음대로 휘두르고 주물겠다고 하는 발상은 법체계에도 안 맞고 상식에서도 벗어나는 행위다. 누가 봐도 냄새나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을 지키려고 몸부림친다. 그런 행위는 스스로 자제해야지 계속 밀고 가다가는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우선 모든 국가기관과 국가기관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은 법체계 안에서 움직여야 되고, 그 다음으로는 상식에 맞게 운영돼야 하고, 과거로부터 지켜져 왔던 전통과 관습에 의해서 운영돼야 상식과 경우에 맞는 나라가 된다.

그러나 온갖 편법과 술수를 동원해서 나라를 경영하게 되면, 그 기관에 무리가 오게 되고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국민들이 결국은 알게 돼서 나라 전체가 혼돈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추상과 관념이 지배하는 청와대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국민의 꿈과 희망 탄식과 눈물로 가득 찬 광화문 광장의 공간에서 정주하며 국민의 소리에 귀기우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A-4 용지에 적어준 원고만 외워서 말하는 대통령은 정말 싫다. 눈과 귀를 가리는 무능한 간웅들을 과감하게 쳐내고 직언하는 자를 가까이 해야 한다. 상식을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진영의 정치, 패거리 정치, 이제는 지긋지긋하다. 모두가 열혈지지층이 중심되어 ‘예스 맨’만 있다면 아무것도 없는 거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어떻게 이뤄놓은 민주공화국인데, 어렵게 일궈낸 이 나라의 민주공화국의 위엄이 이렇게 허물어져선 안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문 정권에 묻는다. 언제 한번 자책(自責)을 인정한 적이 있는가? 현 정부의 무결(無缺), 무오류(無誤謬), 무적(無敵) 행진을 비웃는 건 다름 아닌 코로나 바이러스다. 여야는 정권을 놓고 싸워야 할 숙명이지만 종종 힘을 합쳐야 할 때도 있다. 코로나 재 확산 2.5단계비상이 걸리면서 경제에 미칠 악영향, 억울하게 서민이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정략적인 네 탓 공방은 부질없는 짓이다. 고인이 되신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에 “모든 게 다 내 탓”이라고 했다. 그러나 누구도 김수환 추기경에게 ‘당신 탓이야’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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