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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맛을 내는 설탕도 '度'가 지나치면 단 맛을 잃는다“
2020년 06월 25일 (목) 08:42:03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요즘은 우리 국민들이 참으로 슬픈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야말로 살아있으니까 사는 것 같은 허탈감에 빠져있다. 울고 싶은데, 울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많은 국민들이 “문 정권 덕분에 ‘치매(癡呆)’는 걸리지 않고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뼈있는 말을 하며 긴 한숨을 내쉰다.

오늘 우리사회는 오직 한 개의 좌표축만 존재하는 것 같다. 문제는 그 좌표축이 하나같이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정치권을 보면 미래를 향한 진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좌파든 우파 기득권이건 이를 타파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없다. 국민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허황된 꿈을 꾸며 ‘모사(謀事)꾼’들만이 기생충처럼 득실거린다.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미래 세대에게까지 과거를 주입시키는 데, 혈투(血鬪)를 벌리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21세기 대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미래의 세대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주기는커녕, 과거의 기억을 들춰내며 오직 ‘정적’ 죽이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가보지 못한 희망찬 미래의 길을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단, 과거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털어내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면서 미래 세대들을 어둠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주체에게는 독재정권의 쓰라린 상처가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있을 수도 있다. 일제 강점기의 아픔도 잊을 순 없다. 또 보릿고개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가난에 허덕이던 순간들 역시 지을 수 없다. 모두 ‘용서는 하되 잊을 수는 없는 아픈 추억’들이다. 그러나 독재정권에서 비록 자유는 유보되었어도 ‘기아’에 허덕이며 배를 움켜쥐던 최빈국의 설음을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참여한 우리가 되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역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는 잘 잘못이 모두 기록되어지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집권 여당이 국민이 선택한 다수 의석을 빌미로 미래를 만들기 보다는 과거의 아픈 추억만 들쳐 내고, 국민들을 선동하며, 눈에 가시 같은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되어있다. 물론 역사의 교훈은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정권을 잡았다고, 다수의 원칙을 내세우며 과거에 볼모로 잡혀 후퇴하는 정치적 리그를 펼치는 게 국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특히나 ‘민주화’ ‘민주주의’를 밥 먹듯 내세우는 집권 여당의 행태는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단맛을 내는 설탕도 ’도‘가 지나치면 단 맛을 잃는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권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더 더욱 분노하는 건 자신들이 야당일 때 반대를 했던 ‘사안’들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상식이하의 태도로 바뀐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나오고 있다.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 사퇴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집권 여당은 국회 법사위원장에 친문이자 당권 파 실세인 윤호중 의원을 앉히고, 조국 지지파인 백혜련, 김종민, 김용민 의원 등을 법사위원으로 정할 때부터 이미 민주당의 압박은 예상된 일이었다. 결국, 우려한대로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 얘기까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진정 사건 처리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시를 어기고 윤 총장이 재배당을 한 게 검찰 훈령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명분 찾기로 절대 다수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 지도부의 첫 사퇴 압박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윤석열 총장을 국회 법사위로 불러 한 전 총리 진정 사건 재배당 과정을 추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민주당의 압박이 거센 이유는 검찰 개혁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인 것으로 풀이 된다.

그러나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현실화 될 경우‘정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해 말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앞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후속 법안도 이 달 중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혔다. 7월 중에 공수처가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 등 후속 3법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인사청문회의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윤리청문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하고, 자질과 역량 검증에 집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13년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밀봉인사에 이어 밀봉청문회, 깜깜히 청문회로 공개검증을 피해보겠다는 발상" 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나 참여 권리 등은 관심도 없는 듯하다." 고 비판한 바 있는 사안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처사다. 누가 보아도 무소불위의 문 정권의 일방적인 독주다. 안타깝게도 법원, 검찰이 권력에 눈치를 보며 몸을 움츠리고 있는 현상이다.

더 염려되는 것은 광주사태와 관련, 명예훼손죄가 분명이 있음에도 불구, 자신들에게 유리한 특별법 제정도 문제 소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5.18 40주년 기념식에서 “이제라도 진실을 고백한다면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며 이는 “남아공 식 진실화해위원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만델라 정권이 오랫동안 저질러진 인종차별 정책 진상을 밝히기 위해 가담자를 색출하되 진실고백을 전제로 사면해 준 사건이다. 당시 840 여명이 사면되었다. 백인정부가 몰락하면서 백인들이 언제 보복 당할지 몰라 겁에 질린 시기에 법정에서 잘못을 시인하면 용서를 받게 되니 살기위해서도 진실고백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이 광주사태와 연루된 관련자들이 그렇게 시인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광주사태는 다르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물증 확보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다. 게다가 발포 명령자, 헬기 사건 및 북한 군 개입과 암매장 의혹 등 민감한 사안들이 진보 정권에서 수차례 조사했어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의혹의 실체가 드러나지도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누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제 발로 걸어 나와 죄를 실토하겠는가. 이는 광주사태 때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자신들의 잘못을 공개하겠는가. 문제는 국민 화합을 주도해야 할 대통령이 이미 끝난 진실화해위원회를 부활시켜, 다시 광주사태를 캐려 한다는 것이다.

국민 분열을 조장하며 국가 예산을 낭비하려고 한다. 지난 1기 때는 인원 180명에 4년7개월 동안 약 600억 원을 썼다. 한 해 130억 원의 혈세가 실적도 없이 물 빠지듯 빠져나갔다. 매년 대학생 2000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도 남는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 2기 위원회를 구성, 합리적인 검토 없이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국은 이 정권이 광주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 질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앞서 금태섭 전 의원이 당론을 거역했다는 죄목으로 징계를 당한 사실이 민주당의원들에게 압박으로 가해져 모두 부담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바른 정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당론도 따라야 하지만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는 차원에서 개인의 결정권을 인정해야 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닌 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역구 의석이 뭐가 필요한 가. 하루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게 날뛰듯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해 사법부와 행정부의 군기를 잡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법사위가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사건에 대한 부실 판결을 문제 삼은 데 이어 지난 24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검찰에 대한 감사원의 ‘부실 감사’가 도마에 올랐다. 이날 안건은 감사원과 군사법원의 업무보고였지만, 검찰 관련 질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작 시한을 넘겨 지연되고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감사 관련 질의는 나오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사위 출석을 재차 촉구하는 ‘압박 성 발언’도 나왔다.

짧은 시간에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세상이 신천지로 바뀌는 느낌이다. 상상을 초월한 빠른 속도로 어안이 벙벙하고 두렵다. 아직 코로나 감염도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극성이다. 그러나 영원불변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시간에 흐름 속에서 봄날은 이미 지나가고 여름도 쉬이 지나갈 것이다. 권력의 힘도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 그렇게 휘날리면서. 이제는 국민들이 나설 때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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