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서영준 교수 "숨어있는 2% 채워주기 필요"

무한경쟁시대에 처한 병원이 고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마케팅·인력관리의 3박자를 두루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5일 병원관리종합학술대회에서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김영준 교수는 주제발표 자료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전국 975개 병원 중 9.5%인 93개가 도산하거나 소유권을 넘긴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전체 산업 평균 부도율 0.23%의 40배를 넘는 등 국내 병원들의 경영 악화가 심각한 상황.

특히, 종합병원급은 도산율이 2.2%에 불과한 반면 병원급 및 100병상 미만 병원의 경우 각각 12.4%와 16.3%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돼 소규모 병원들의 경영난이 비교적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 단순히 재무구조상의 문제이기보다는 경영개선 노력이 극히 단순한 부분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

지난 2000년 전국 98개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영개선 실태조사에 따르면 환자서비스 향상이나 직원교육훈련 강화, 진료의 질 향상 등은 장점으로 꼽혔지만 팀제 정착, 성과중심의 보상체계, 원가분석 체계 구축 등 실질적인 경영개선 노력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대부분의 병원 임금제도가 연공서열식으로 유지되고 있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과 서비스 전략이 내원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친절도 향상에 집중되고 있어 대기시간 단축 등 고객의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점도 국내병원 들이 가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문제에 대에 대해 서교수는 "각 병원들이 설립 이념에 충실한 병원 운영에 노력하되 선진국의 병원서비스와 비교해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면 '숨어있는 2% 채워주기'의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경영혁신·고객마케팅·인전관리전략 개발에 집중한다면 기존의 관행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병원 경쟁력 향상이 반드시 국민의 건강수준과 삶의 질 향상에 만 기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경쟁력 강화전략은 인간중심의 병원문화 조성, 근로의 질 향상, 고객 복지 향상에 바탕을 두고 국가정책과 병원내부적인 노력이 뒷받침될 때 실효성이 있다"고 덧붙엿다.

▲병원경영합리화, 전문경영제도와 차별화 전략 절실

서 교수가 병원 구조혁신 전략으로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은 단연 '전문경영인 제도의 도입'.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전통적으로 종합병원의 경우 의과대학 교수들이 병원 경영책임을 맡아 왔지만 실제로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은지지 않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의과대학 교수로 돌아오는 비효율적 체제가 지속돼왔다"고 지적하고 "병원은 공익적 이사회가 병원장을 임명하는 체제를 도입하고 정부는 세제 지원을 통해 이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경쟁력 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전문병원으로의 전환에 적극지원하고 있는 만큼 대도시 중소병원들이 관심을 가질만 하다"고 밝히고 "평범한 진료과별 체제보다는 질병별, 표적별 진료기능을 설정해 진료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병원별 특성화 방안도 새로 제시했다.

이어 그는 "외국병원은 국내병원과 차별화된 고급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외국병원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양방협진 등 한국적 특성을 살린 진료서비스의 차별화와 홍보 및 마케팅 고객서비스의 차별화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서 교수는 전자입찰, 전사적 물자관리(ERP), 전사적 품질관리(TQM), 6-시그마 운동 등을 통해 의료의 질은 높이고 자원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비용우위전략'과 편의시설과 건강센터 등 복합의료생활공간을 도입하는 '다각화 전략', 팀제와 정보화를 통한 '수평적 조직구조'도 병원경영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그는 병원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병원, 지역개원의, 약국, 제약사, 보험회사, 의료기기회사 등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킹 전략'도 외국병원과의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대한 서비스 개선보다 '과학적 마케팅' 도입해야

서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고객 개개인의 요구와 특성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요구되는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도 제시했다.

특히, 그는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통해 내원환자 개개인의 주소, 이름, 병력사항, 만족도 등을 자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목표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되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사이버 마케팅'을 활성화하고 환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 기존고객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관점에서 단골 고객의 불만사항을 24시간 반영할 수 있는 '관계 마케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공서열 임금체계로는 국내서도 생존 '불가능'

국내 병원 인력관리 분야에서 서 교수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연공서열 위주의 임금보상체계.

이와 관련해 서 교수는 "이런 제도로는 국제경쟁력은커녕 국내에서의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다"며 "의료시장 개방시대에 성과급제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과급을 급여제에 적용시키는 것 외에도 획일적인 복리 후생 대신 성과에 따른 '복리마일리지 제도'와 영리병원 허용 이후의 '스톡옵션'도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서 교수는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성과급제와 관련해 "성과평가의 기준을 설정하는데 있어 직종별 특수성과 계량적 지표개발, 다면평가 등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노력도 병행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전문분야의 '소수정예집단'을 수시로 채용하는 '상시개별채용 전략'과 고학력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인력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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