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궐기대회 후 갈등·병원계 독자행보 선언 등 숙제 남아

2017년 의료계의 화두는 단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문케어로 인해 의료계는 합심단결해 목소리를 높였으나 내부에서는 여지없이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드러내 우려를 낳았다.

대표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추무진 회장의 문케어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빌미가 돼 탄핵안이 상정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회장 불신임안은 간신히 부결됐으나 새로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정부 대상 투쟁 및 협상과 예산집행 등 전권이 넘어가면서 집행부와 비대위 간 불협화음은 예고된 것이었다.

새 비대위 구성 이후 이어진 잡음은 12월 10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집행부가 대회원 서신 및 공문을 보낸 것을 계기로 수면 위에 올랐다.

집행부의 행동을 궐기대회 참여 독려로 이해한다면서도 개별 행보로 인해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비대위가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전국의사총궐기대회 이후 갈등 표면화

이후 비대위는 궐기대회에 힘을 쏟았다. 추운 날씨와 눈비 속에도 불구하고 의사회원 3만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청와대 앞까지 행진한 궐기대회는 안팎에서 대체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비대위 홍보위원장이었던 기동훈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홍보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집행부의 비협조 문제를 꼬집으며 갈등이 표면에 드러났다.

기 전 위원장이 지적한 것은 예산 집행 지연 및 궐기대회 홍보 지연, 추무진 회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보 등이다.

기 전 위원장은 추 회장에 대해 "내부정치는 그만하고 외부를 향해 활동해달라. 내부정치하는 노력의 10분의 1만이라도 대관, 대국회업무에 노력했면 추운 겨울 의사회원들이 시청 앞에 모이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남은 기간 욕심을 버리고 의협회장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집행부는 예산집행 문제나 회원DB 접근, 보도자료 배포 지연 등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한 추무진 회장이 총궐기대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주장은 독자적 추론으로 왜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비대위 홍보 외주 책임자인 헬스피알 남기훈 대표는 "기동훈 전 홍보위원장의 발언이 모두 사실"이라며 "집행부는 손바닥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병원계, 문케어 대응 독자적 행보 파열음

여기에 병원계가 문케어 대응에 있어 독자행보를 보이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문재인케어 대책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보건복지부와의 협상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의협 비대위가 원하는 요구사항과 병원계가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세부사항은 별도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의협 비대위는 "총궐기대회를 통해 정부와의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별도 협상을 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병협 협상위원의 복귀를 촉구했다.

정부가 병협과 별도 협상을 한다면 비대위는 13만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구가 아니라 개원가의 입장만 전달하는 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런 가운데 문케어 관련 의정 실무협의체 논의가 시작됐다. 주 2회 논의를 갖기로 하고 위원 수 조정, 소위 구성 등 운영 방식은 비대위 병협 간 내부 의견조정을 거쳐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먼저 제안한 협의체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구체적인 개선책을 약속 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아무런 소득없이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는 의협 회장선거를 앞두고 내부분열 봉합에 대한 문제와 함께 어떻게 병원계를 아우르며 복지부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갈지가 의료계의 숙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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