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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같은 여행
2017년 10월 26일 (목) 11:38:56 안호원 egis0191@hanmail.net
모처럼 참으로 오랜만에 여행이라는 명목으로 외출을 했다.

법무부 남부지청 소속 참사랑위원자격으로 일본 남자 소년원 방문 등 세미나 참석과 문화체험을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큐슈지역을 방문하게 되었다.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을 보았다. 문득 오래전 경비행기 조정 대를 잡고 무중력 상태의 하늘로 치솟던 때가 생각난다.

하늘을 날으면서 느낀 것은 신앙인이기도 하지만 절대자의 오묘한 능력과 만남의 관계도 생각하게 되면서 어쩜 인생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중력의 세계를 통과해야만 미지의 세계와 만날 수 있듯이 여행도 그런 무중력의 세계인 것 같다. 모든 것이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만 그곳을 통과한 후에는 또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선물 같은 것, 그 선물을 얻기 위해 우리는 과감하게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여행은 늘 새롭고 호기심을 갖고 접하게 된다. 여행을 할 때는 기존의 모든 것을 잊게 된다. 다른 세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을 생각하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그러다 보면 정말 만나고 보아야 할 것들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바로 미래를 알 수 없는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랬듯 어디를 갈 것인지, 어떻게 갈 것인지, 무엇을 가져갈 것인지를 생각하는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낯선 경험,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은 여행에서 돌아온 후 긴 여운과 함께 느낌표로 바뀌어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된다.

만일 비행기를 타고 창밖을 보면 하늘의 아름다운 모습에 숙연해지는 마음이 되겠지만, 흔히 사람이 죽어야만 가게 된다는 하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 후에는 그곳 구름으로 이뤄진 바다와 태양이 무중력 상태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은 허탈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비행기를 타기 전 느끼는 설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여행은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수화물이 아니니 절대로 빨리 출발하거나 빨리 도착할 필요도 없다.

그저 물이 흐르는 대로 가듯 그렇게 가면 된다. 설령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돌아와야 한다고 해도 그 여행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여행과 이동의 다른 점이다.

여행의 본질은 계획을 세우는 단계부터 짐을 꾸리는 일, 떠나는 일, 중간에서 만나는 풍경들, 사람들, 벌어지는 에피소드까지 모두 합쳐질 때 완성되는 것이다.

설령 가족과 이웃과 함께 동행하지 못했다 해도 그리 아쉬워해 하지 말아야 한다. 낯선 거리와 여행 내내 함께 할 자연이 모두 나의 친구가 되어 줄 테고 내가 먼저 친근함으로 다가간다면 그 낯섦은 충분히 살가움으로 다가올 테니까 말이다.

여행이 그렇듯 우리의 삶도 처음부터 친근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낯설고 호기심을 갖고 다니다 보면 새로운 벗을 알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는 것이다.

엉뚱한 말인지는 몰라도 개발로 인해 고향을 잃었거나 처음부터 고향을 모르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매 순간이 여행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안주해야 할 곳을 모른 채 떠도는 노마디스트, 언제 다시 떠나야 할지 모르는 유목민처럼 사람이나 장소에도 깊은 정을 주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유전자 안쪽에 불안을 하나의 습성처럼 간직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무엇보다 가장 힘든 여행은 내 마음에서 당신의 마음에 이르는 여행인 것 같다. 애초부터 길이 없는 여행이다.

그래서 그 길을 만들며 가야 하고 조금만 길을 벗어나도 상처를 입게 되니 삶 같은 이 여행은 부디 세심하게 준비하고 잘 살펴야 한다. 모든 여행이 정복이 목적이 아니듯,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을 소중히 하며 여행을 한다면 언젠가는 당신의 마음 한가운데 닿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 마음에 가닿지 못하고 돌아와야 한다고 해도 충분히 그 의미는 있다. 스스로 길을 내며 떠나는 동안 행복한 설렘이나 기대, 여운이 주는 느낌표와는 충분히 조우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고, 또 통신도 제대로 안되어 전화 통화도 어려웠다. 가족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고 오직 지니고 있는 가족사진만을 보며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고 따뜻한 체온마저 느낄 수 없다. 목소리를 듣고,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함께 있을 때다. 그런 때는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 오직 한 길로 걸어가며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여행길을 생각해 보았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별이자 죽음이다.
 
여행길은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이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엄마 뱃속에 태아로 있던 시절을 아무도 기억 못 하듯 제 3세계인 미지의 세계는 어떤 세상인지 아무도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단지 중요한 것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행일 뿐이다.
 
이 여행 중에 함께 하는 가족과 이웃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게 가장 최선의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다.
 
며칠 간 떨어져 있던 가족들과의 만남. 아내가 다투고 난 후 화해를 할 때마다 해주는 신 김치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 낯익은 아내의 잔소리, 손녀들의 웃음소리, 이 모두가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듣고 보는 그 모습에 감사와 함께 행복감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귀한 여행을 한 것 같다. 이번 일본 여행을 함께한 위원들에게도 귀한 만남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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