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로 예상대로 싱겁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4일 막을 올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컸다. 문 대통령이 후보 때 공약으로 한 호남 국무총리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탄핵으로 구속이 되면서 이뤄진 이번 조기 대선과 안보. 경제 쌍끌이 위기 속의 총리 후보자의 인준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신속하고 투명한 처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치권 역시 과거와 달리 후보자의 사소한 잘못을 들춰내며, 발목을 잡는 대신 정책과 능력검증에 집중해야 한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는 추궁하는 의원들이나 후보자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희망이 컸다. 그런데 막상 청문회가 열리면서 ‘역시나’로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트렸다.

이 후보자는 탈세. 위장전입. 아들 병역. 부인의 그림 강매 의혹 등 눈 감고 넘어가기 힘든 여러 건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전남 출신인 이 후보자의 총리 지명은 문재인 정권이 외적으로는 탕평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인사일 뿐만 아니라 호남 표를 확실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인사다.

야당도 쉽게 반발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자칫 호남의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경우 국회가 요구한 자료 1042건 중 802건만 제출했으며 이중 병역. 탈세. 그림 강매 등 논란이 집중된 사안들 대부분은 누락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처럼 검증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은 국회의 권위와 법치주의에 도전하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이런 이 후보자를 지적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수백 건씩의 ‘문자 폭탄 세례’를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는 ‘표’(票)를 의식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위축감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문 대통령의 협치 의지를 퇴색시키는 몰상식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자신이 ‘위장전입자 원천적 공직 배제’라는 공약(公約)을 스스로 공약(空約)으로 만든 것도 부족해 ‘아까운 인재 희생’ 운운하며 국회에서 인준해줄 것을 뻔뻔하게 요구했다.

물론 문재인 정권은 ‘최순실 사태’로 7개월 남짓 마비돼 온 국정운영 시스템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할 의무와 책무를 갖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 정부 사람들이 주요 요직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문재인 정부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총리가 빨리 인준이 되어야 하는 건 사실이다.

총리가 빨리 인준되어야 신임 장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하게 되고, 새 정부 내각 인선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총리 후보의 검증을 어정쩡하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특히 탄핵정국으로 이완된 공직사회의 기강을 되살리며, 문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고, 원만한 협치를 위해서라도 이번 총리후보자의 도덕성과 능력에 대해서는 송곳 검증이 있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문 대통령은 자신이 발설한 말에 대한 책임도 없고, 국민들에게 사과 한마디도 없이 오직 총리 인준만을 고집했다. 과거 정권에 대해 발목을 잡고, 일을 못하게 했던 야당 시절과는 대조적인 행동을 보였다.

결국 지난 31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본 회의장을 퇴장한 상태에서 찬성 164표로 총리 임명동의안이 가결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1일 만에 이뤄졌다.

신임 총리는 취임사에서 당장 내일(6월 1일)부터 정치권과 협치를 모색하고 낮은 자세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도덕적으로 망가진 총리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문 대통령이 선거 때 스스로 제시한 ‘5대 인사배제 원칙’에 위배됨을 무릅쓰고 인사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인사 실패로 집권 초반의 국정 동력을 상실한 전 정권들의 잔상이 겹치면서 실망과 함께 불안함을 떨칠 수 없다.

억지로 총리 인준은 받아냈지만 결국 작은 것을 얻으며 큰 것을 잃은 결과를 가져왔다. 한마디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이 후보자 이외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까지도 위장 전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문 정권은 직시를 해야 한다.

위장전입 등 명백한 범법 행위자를 적발하다보면 고위공직 적임자를 찾을 수 없다고 변명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불행한 치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법치에도 어긋나고 불평등한 것이다.

61%의 국민은 지금 허탈하고 불안하다. 문 대통령의 심중(心重)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이념 갈등으로 수감되었던 운동권의 사람들로서, 과거의 관계에 대해 전향의 뜻을 밝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이다.

국정원장도 그렇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낸 것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의 하나다.

또 보복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이미 몇 년이 지난 4대강 재조사는 누가 보아도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더욱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한 것은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헌재소장으로 추천하는 이유가 ‘통진당 해산과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등에서 김 후보가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는 의견을 개진 한 공로가 인정 된 것’ 이라고 말 한 것 이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사를 묻기도 전에 5.18 행사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지시했고, 또 충분한 검증단계가 필요한 ‘국정교과서’ 폐기지시를 내렸다.

특히 중앙 지검장에 검사장 급 인사를 발탁하면서 검찰청 기수 문화의 서열을 파괴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자는 없지만 문제는 과거 정권에서 ‘한 직’으로 내몰린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은 직권남용이 아닌가. 묻고 싶다.

국회청문회도 그렇지만 검찰도 조만간 단행될 인사로 또 한 번 요동을 칠 공산이 크다. 더 놀라운 것은 사드 배치와 관련, 안보실장과 국방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조사하고,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과 2008년 이후 첫 6.15 남북 공동 행사를 정부가 승인해줬다는 것이다.

이로서 9년 만에 6. 15 행사를 위해 방북신청이 가능해졌다. 새 정부는 북한과의 민간교류, 대화를 말하지만 북한이 아무런 조건도 없이 대화에 응 할 것 같은가, 과거 김. 노 10년 정권 때처럼,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는 강 건너 불 보듯 뻔하다.

이밖에도 북한이 한마디 사과도 없는 마당에 개성공단 확장,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참으로 위험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다 국가보안법도 폐지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단순 해상사고에 불과한 세월호 침몰에 대해서는 해당 선주와 일부 공무원에 있음에도 불구, 그 책임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묻고 탄핵한 언론과 단체와 세력들이 문 대통령이 집권 후 세 번이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 국가위기 상항임에도 불구하고 휴가를 가고, 개를 돌보는 모습을 미담으로 실으며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고. 또 그런 태도를 보이는 문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하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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