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명대사와 누에 이야기

경북대학교 윤재수 명예교수

누에는 신비스러운 곤충입니다. 누에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시(普施)합니다. 먼 옛날 마명(馬鳴)이란 이름을 가진 고승이 있었습니다. 마명대사는 바라내국 사람입니다. 자신의 몸을 인류를 위해 보시한 분입니다.

마명대사와 누에가 연관되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마명대사가 생존하고 있을 당시에는 인류의 생활이 원시 상태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가리지 않고 벌거숭이로 생활을 하였습니다.

마명대사는 남녀가 알몸을 들어 내놓고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측은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알몸을 가리고, 추위를 막으면서도 여름에 시원한 옷감을 생각하였습니다. 많은 세월을 가부좌를 하고 명상을 하면서 궁리하고 또 궁리하였습니다.

식물의 껍질을 사용하여 옷을 만들면 여름은 시원하지만, 겨울의 추위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동물의 털을 사용한다면 겨울의 추위를 막을 수 있지만 여름에는 더위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명상의 기간도 많이 지나갔습니다.

마명대사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인류에 보시하여서라도 사람들의 옷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자신을 송두리 바쳐 인류의 옷을 만들 수 있기를 발원하면서 좌선(坐禪)을 계속하였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명대사가 좌선하고 있는 금강좌(金剛座) 옆에 한 그루의 나무가 움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나무는 자라 가지가 뻗어나고 잎이 무성하였습니다. 그 나무에서 신비스러운 향기가 사방으로 풍겨 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한 나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나무는 크게 자라 마명대사의 금강좌를 덮어 그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나무는 그윽한 향기를 내면서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기도하는 마명대사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어느 날 새벽, 사람들은 일터를 찾아 일하려 그 나무를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나무 아래서 기도하던 마명대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마명대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마명대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마명대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마명대사의 낡은 가사를 보았습니다. 가사라 하지만 중요 부분만 가린 손바닥 크기의 나뭇잎 옷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벌레들은 나뭇잎 먹기를 그만두고, 나뭇잎 사이에 동그란 모양의 방울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모여서 이야기하였습니다. 마명대사가 어디 갔을까? 낡은 가사는 어떻게 하여 나뭇가지에 걸려 있을까? 벌레들이 지은 저 방울 모양의 흰색 물체는 무엇일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나뭇가지 위에서 이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묘음조(妙音鳥)의 소리였습니다. 묘음조는 사람의 말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나무 아래는 마명대사의 금강좌이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가사는 마명대사의 옷이다. 마명대사는 인류를 위하여 존귀한 희생(犧牲)을 하여, 뭇 벌레로 화신(化身) 한 것이다. 벌레가 만들어 놓은 흰 방울 같은 물체를 잘 활용하면, 인류의 몸을 가릴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이다.”

말을 마친 묘음조는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푸른 하늘을 높이 솟아올라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나무의 이름을 생각하였습니다. 좌선, 좌선하고 또 좌선하여 생겨난 나무, 인류에게 좋고, 좋고 또 좋은 나무라고 생각하여 우자(又字) 세 개와 나무목(木)을 합쳐서 상(桑)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뽕나무라 합니다.

뽕잎을 먹고 자라는 벌레는 나무위에 누워 있는 벌레하고 생각하여 누에라고 하였습니다. 중국 사람들은 공중에 있는 벌레, 하늘에 사는 벌레, 하늘이 준 벌레가 매일매일 자라고 있다고 생각 하여 하늘 천(天)과 날 일(日), 벌레 충(蟲)을 합성하여 잠(蠶)이라 하였습니다.

벌레가 만든 흰색의 방울을 고치라 이름하였습니다. 고치란 고치고 또 고쳐서 만든 집이란 뜻을 가지고 있겠죠, 중국 사람들은 뽕잎인 풀(草)을 먹고, 실(絲)을 만들며, 그 실을 사용하여 집(冂)을 지고 그 속에 벌레(蟲)가 있다고 생각하여 견(繭)이라 합니다.

누에고치는 마명대사의 화신인 누에의 집입니다. 사람들은 지혜를 짜내어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고 천을 만들어 의복을 지어 사용하였습니다. 고치를 사용하여 만든 천을 명주(明紬)라 합니다. 명주로 만든 의복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합니다.

자연 섬유로서 인류 최상의 의복원료가 누에고치입니다. 명주는 비단이라고도 합니다. 비단은 신라에서는 금(金)과 같이 귀중히 여겼으며, 구하기 어려운 옷감이었으나,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에 이미 다양한 비단을 생산해서 널리 사용하였습니다.

한반도에서 제직(製織)된 비단은 증(繒)·백(帛)·견(絹)·시(絁)·겸(縑)·주(紬)·초(綃)·능(綾)·사(紗)·금(錦)·직금(織金)·난(襴)·기(綺)·향직(鄕織)·곡(穀)·회(繪)·수(繡)·소(素)·환(紈)·제(綈)·호(縞) 등 그 종류가 대단히 많았으며, 색·문양도 다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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