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자원 과잉공급·병상당 인력 부족·의료이용량 과다 지적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양질의 의료제공이 어려운 것은 의료자원의 과잉공급, 병상당 의료인력 부족, 국민 의료이용량 과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진석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25일 한국소비자연맹 회관에서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CTV소비자연구소 등 4개 단체가 개최한 '보건의료 인력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인력 정책' 발제를 통해 환자안전·의료의 질과 의료인력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그는 "미국 AHRQ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 당 간호사 수가 많으면 환자 사망률이 4~16%로 유의하게 낮고 간호사 당 환자 수가 많으면 의료과오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면서 "의사가 많은 병원은 그렇지 않은 병원에 비해 사망률이 29%, 중환자실 사망률이 39% 낮았다"고 밝혔다.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우 7분의 1 또는 8분의 1 인력만을 활용함으로써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조차도 벅찬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인구 1000명당 의료인력 수는 OECD 평균의 40% 정도이지만 병상당 의료인력 수는 OECD 평균의 14%에 불과해 과중한 노동강도 나타내고 있다는 것.

특히 재원기간과의 관계에서 환자 당 간호사 수와 의사 수가 많을수록 환자의 재원기간이 유의하게 짧아졌는데 우리나라 환자들의 재원일수는 16.1일로, OECD 평균 8.5일에 비해 거의 2배가 길었다.

또한 2009년 의사 수는 1990년 대비 2.3배 증가한 반면 병원과 병상 수는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의사인력의 병원-의원 분포는 일정 비율로 유지되고 있지만 급격한 병상 증가로 인해 병상당 의사 수는 하락한데 반해 인구당 동네의원 의사 수는 크게 증가했다"며 "이로인해 병원의료에 대한 국민 불만과 동네의원의 경쟁 격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적 공급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면서 "의사를 제외하고 의료기사와 간호사는 보건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숫자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병의원이 의료인력을 많이 고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양질의 안전한 의료를 위해서는 이 같은 의료인력정책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자원의 공급과잉 해소 ▲의료기관의 인력 확충 유도 ▲과잉 의료이용 해소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기관당 적정인력 확보의 여건을 마련하고 인력확충을 유도하기 위한 보상체계와 기준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같이 상담시간에 따라 진찰료를 올려주는 등 의료인력들이 환자당 적정 진료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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