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환자만 한 해 4만2천여 명 발생

갑상선(샘)은 목젖 바로 밑에 자리한 나비 모양의 장기다. 가로 길이가 4cm 정도로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필요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장기다. 갑상선이 만들어낸 호르몬은 마치 리모컨처럼 체온, 심장박동, 호흡, 위와 장의 운동 등을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선에도 혹(종양)이 생기는 일이 잦다. 이 중 악성 종양이 흔히 알려진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이 생겨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서 결절이 만져지거나 압박 때문에 쉰 목소리가 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증상 등이 생기기도 한다.  

한국인에 가장 많은 암, 느림보 암이지만 방심은 금물

갑상선암은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앓는 암이다. 한 해에 새로 생기는 환자 수만 4만 2천 명이 넘는다. 2013년 한 해에만 인구 10만 명 중 84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환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질환에 대한 우려는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도 갑상선암이 가진 특징 중 하나다. 발병하더라도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아 ‘거북이 암’이나 ‘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증상이 없다면 굳이 검사나 수술이 필요 없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갑상선암이 착한 암은 아니다.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대부분인데, 내버려두면 위험한 것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다. 흔한 증상인 쉰 목소리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경우가 흔하다. 병기가 흐를수록 예후도 나빠진다.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인 갑상선 유두암도 조기(1, 2기) 생존율은 거의 100%에 가깝지만, 4기가 되면 50%까지 떨어진다. 갑상선암의 여러 종류 중 약 1%에서만 발견되는 역형성암은 진단 후 몇 달 안에 사망할 가능성이 클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크기 작더라도 수술 필요할 수도, 로봇 수술로 흉터와 부작용 최소화

크기가 작으면, 무조건 수술이 필요 없다는 것도 오해다. 미세한 암이더라도 종양이 신경 가까이에 붙어 있거나 임파선 전이 등이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에는 갑상선암 수술을 하면 목 아랫부분에 흉터가 남았지만, 최근에는 목에 눈에 띄는 흉터를 남기지 않는 로봇수술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로봇수술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겨드랑이나 가슴 주변의 피부를 작게 절개하고, 이곳으로 로봇 팔을 넣어 갑상선에 생긴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갑상선암은 남성보다 여성에 더 흔한데, 목에 상처가 남지 않고 불편한 느낌도 덜 해 미용을 고려하는 환자의 경우 만족도가 매우 높다. 비용이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완전한 암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 발생 빈도도 목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과 큰 차이가 없어 상당수의 환자가 선호한다.

이대목동병원 권형주 교수

이대목동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권형주 교수는 “예후가 좋더라도 갑상선암 역시 내버려두면 위험한 암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발견 후 수술이나 치료의 필요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을 권한다”며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발병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안전하면서도 완벽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진단 후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진행 여부를 관찰하는 ‘능동감시’가 필요한 환자도 있다. 이때도 수술이 무조건 필요 없다는 오해는 말아야 한다. 암의 크기가 5mm 이하이고, 림프절에 전이하지 않았을 때는 1년에 한 번 이상 초음파 추적 검사를 하며 진행을 지켜본다. 이때 크기나 암의 진행 양상에 변화가 보이면, 수술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수술 후 관리도 수술만큼 중요, 갑상선 절제했을 때는 호르몬 복용해야

수술 후 재발의 위험을 줄이고, 숨어있는 암세포 전이를 찾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여부는 암의 크기나 퍼진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또한 갑상선암으로 갑상선을 절제하면, 갑상선암의 재발을 줄이기 위하여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한다. 특히 갑상선을 전부 절제한 경우, 갑상선 호르몬이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으므로 갑상선 호르몬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간혹 수술 후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거나 갑상선 뒷부분의 부갑상선의 기능이 저하되는 일이 있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수개월 내에 회복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균형 잡힌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도 수술 후 회복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간혹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가 재발을 부추긴다며 아예 먹지 않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동위원소 치료 기간이 아니면, 갑상선암 환자도 입맛에 따라 원하는 대로 식사해도 무방하다.

갑상선암은 예후가 좋지만, 재발 우려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종양 표지자 검사, 요오드 전신 스캔 및 갑상선 초음파 등으로 재발 여부를 점검한다. 만약 재발이나 전이가 확인되면 재수술이나 고용량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받는다. 

<한국인에 가장 흔한 갑상선암, 이것이 궁금하다> 

1. 갑상선암은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갑상선 초음파 검사로 혹의 여부와 크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주사기로 갑상선 혹에서 약간의 세포를 뽑아내 검사하는 세포흡인검사로 암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컴퓨터 단층촬영(CT)은 림프절 전이 유무 파악에 도움이 된다.

2. 최근 갑상선암 환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며 병원을 방문해 적극적으로 검진하는 환자가 많아졌고, 의학 기술의 발달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을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갑상선암 검진이 아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사망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초음파 진단이 보편화되기 전인 80~90년대에는 사망률이 높았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생존율 확보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외에 원자력 발전소 등으로 인한 방사선 피폭의 증가, 비만 인구 증가 등을 꼽기도 한다.

3. 목이나 어깨가 아프면 갑상선암을 의심할 수 있나?

갑상선암이 생겨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갑상선암의 증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결절 부위의 만져짐, 쉰 목소리, 삼킴 장애 등을 꼽을 수 있다.

4. 수술 대신 고주파 절제술 등으로 갑상선암을 치료하면 어떨까?

최근 목에 흉터 없이 갑상선 결절을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고주파 절제술이 많이 알려졌다. 고주파 바늘을 갑상선 결절에 삽입해 바늘에 전류를 흘려 결절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이 방법은 암이 아닌 갑상선 결절에 더 추천할 만하다. 갑상선암인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 고주파 절제술을 고려한다.

5. 갑상선암도 재발하나?

5년 생존율이 99% 이상인 암이지만, 갑상선암 역시 재발이 존재하는 암이다. 하지만 예후는 좋은 편이다. 갑상선암은 진행이 느려 뒤늦게 재발하는 특성이 있어 최소 10년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도움말:이화의대 목동병원 권형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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