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팀 알츠하이머병 치료효과 의문 제기

영국의 한 연구팀이 화이자의 대표적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가 병의 진전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발표, 치매약과 관련해 새로운 약효논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26일 의학정보통신 헬스데이뉴스에 따르면 영국 버밍햄대 의료통계과 리차드 그레이(Richard Gray) 교수팀이 4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아리셉트의 질환억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위약과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년 간의 연구에서 아리셉트를 복용한 환자 중 42퍼센트가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위약을 처방받은 환자도 44%가 입원치료를 받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병의 악화로 인한 무기력증 발생율도 아리셉트와 위약을 처방받은 환자에서 각각 58%, 59%로 나타나 1%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증상 진행도, 입원 치료비, 역증상, 사망률 등 다른 요소도 모두 위약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레이 교수는 이번 임상결과와 관련해 일단 "제약사의 지원에 의해 실시되는 임상실험은 경증환자를 단기간에 참여시키는 등 공정성에 '매우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이들 환자들은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는데 이는 장기간에 심각한 증상을 경감시켜주는지 측정하는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선행연구에서 아리셉트는 정신력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레이교수는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회사는 '세계적'이라는 말을 종종 붙이지만 과연 연간 1800 달러를 쓸 만큼 유용한 약인지 의문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발표에 대해 화이자와 에이사이는 임상실험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공식성명을 통해 "아리셉트는 수만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세심하게 모니터링을 진행한 연구에 의해 임상효과가 입증됐다"며 임상 증거가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헬스데이뉴스는 그러나 남캘리포니아대학 노인병연구 센터 책임자인 론 S. 쉬나이더 박사(Lon S. Schneider) 등 일부 전문가들도 "제약회사가 지원한 연구는 실험통제가 부족하다"며 그레이 교수의 의견에 동조했다고 전했다.

쉬나이더 박사는 제약회사가 추진한 선행실험에 대해 "이들 실험은 보통 누가 약을 복용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회사측은 도네피질을 복용했기 때문에 환자들이 간호치료를 받지 않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증환자가 병이 자연적으로 경감돼서 그런지 확실치 않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남캘리포니아대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90%가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를 한번 이상 처방 받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얻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리셉트'는 경구용 콜린에스테라제 억제형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일본 에이사이사가 개발해 1996년 FDA에 승인됐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화이자가 독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 화이자는 이날 다우지수가 2.84%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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