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호(號)가 좌초되고 있다. 엊그제까지도 야권연대는 없다며 신당 창당준비에 한창이든 안철수가 ‘키’를 좌로 돌렸다. 창당은 누가 뭐라 해도 정치의 종합 예술이다. 인물과 돈, 정책이 바로 그 구성 요소다. 리더십은 그것을 결합해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안철수의 창당 포기는 간단하다. 생각과는 달리 인재는 찾을 수 없고 재정 마련도 쉽지 않은데다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지지율이 원인이다.

창당을 하려면 줄잡아 20억 원~30억 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이 모든 자금을 안철수 혼자 감당하려니 법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안철수 의원의 재산은 1831억원(주식 1711억+예금 78억원 등) 정도로 알고 있다. 말 돌리기 명수인 안철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안철수는 결심의 비밀을 최측근에게 까지 비밀로 감췄다.

삼고초려(三顧草廬) 하면서 불러온 늙은 윤여준과 다른 측근 김성식 전 의원에게 까지 숨겼다. 그것은 두 사람의 예상되는 반발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 건을 윤여준 등 공동위원장단과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처리 했다. 리더십은 측근부터 설득시켜 장악을 했어야 마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새 정치를 담을 큰 그릇을 마련했다”고 자평하며 민주당과의 통합신당 창당 취지를 미화시키려고 한다.

이를 두고 송호창 의원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 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그들 말대로 안철수가 호랑이 굴로 들어간 것으로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까. 여전히 국민을 우습게 여기고 기만을 일삼으며 말 바꾸기에 여념이 없다. ‘호랑이 굴에 들어간 먹이 사슴이 될 것인지 호랑이가 될 지’ 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과연 민주당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치는 의지의 게임이다. 따라서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다. 이를 보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이 문득 떠오른다. YS 전략은 이분법 투쟁이다. ‘선한 약자’ 대 ‘악한 강자’ 의 대결이다. 그 프레임은 여론의 동정심을 사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YS는 대선 후보가 되면서 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았다. 이제까지 안철수 수법을 감안하면 안철수는 통합신당에서 YS의 이분법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대 새 정치의 안철수 구도다.

문제는 근성과 전략이다. 그런데 안철수의 징크스가 발생했다. 단념과 포기라는 것이다. 막상 시작 해보려니 그릇이 너무 좁아서 사람을 모으지도 못하고 재정에도 어려움이 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안철수 정치 수법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첫째로 말에 대한 신뢰다. 과거 5%짜리 박원순과의 관계에서 서울 시장 후보 자리를 단념했다. 또 대선 때는 문재인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했다.

그리고 새 정치 창당 만들기는 포기를 들 수 있다. 국민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슬그머니 빠지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이다. 두 번째로는 독자적인 판단으로 상의 없이 일을 처리 한다. 셋째는 주위에 사공이 너무 많고 숨어 있는 조언자들이 많다. 특히 구정치인들이 새 정치를 말하는 사람들이 안철수 주위에는 너무 많이 눈에 띤다. 넷째는 새 정치 기수들 역시 기존 세력과 마찬가지로 친 안철수 계보가 형성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50 : 50, 대표, 공동대표 등 지분을 논하는 것 자체가 구 정치와 다를 바 없다. 책사 윤여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지난 1월 “안철수가 집요하고 강해졌다” 며 “야권 연대는 없다. 피투성이가 돼서 싸울 수밖에 없다. 약속을 지키려다 무참히 깨져도 국민이 다시 살려줄 것” 이라던 그가 “이자(안철수 위원장지칭) 가 얼마나 거짓말쟁이 인지 알아봐야 하겠다.” 며 안철수가 통합신당 추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놓았던 윤여준.

또 “민주당이 5대 5는 흔히 말하는 반을 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힘과 힘이 부딪치면 힘이 센 쪽이 빨아들이게 되어 있다.” 며 “지난 번 대선 후보때 경험을 하지 않았나 세월이 지나면 다 드러날 것이다.” 라고 했다. 또 “내가 생각했던 구도가 기본적으로 비슷한데 결론은 이게 아니었다.” 며 김성식 전 의원의 이탈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윤여준은 또 안철수 신당의 창당 실무를 총지휘해 왔던 그가(김성식 전 의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천연덕스럽게 통합신당 창당 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앞서 한 말은 농담이라고 일축했다. 윤여준은 창당 작업의 주역이었다. 철새소리를 듣기도 하는 윤여준은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 이명박 정부에 일조를 한 분이다. 그런 분으로서 안철수와 마찬가지로 말을 자주 바꾸는데 아주 익숙하다. 이런 경우를 두고 ‘그 밥에 그 나물’ 이라고 해야 하는 지. 새 정치는 2년을 끌어오면서 국민들의 관심을 모아 온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치계의 책사로 불리던 윤여준 역시 신뢰를 주지 못하는 구 정치인의 한 사람에 불과했다. 나이 값을 한다면 자숙해야 할 인물이기도 하다. 통합 신당 창당을 최측근 마저 몰랐다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성식 전 의원은 “꿈을 가슴에 묻는 아픔만 있을 뿐” 이라며 안철수를 떠났다. 뿐만 아니라 이태규 새 정치 기획팀장, 윤석규가 안철수를 떠났고 이에 앞서 최장집, 박선숙도 떠났고 김종인 역시 안철수를 외면했다.

말 그대로 안철수 새 정치는 신기루, 물안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항간에 풍문으로 떠도는 소문이긴 하지만 시골의사 박경철이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면서 그림자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박경철이 안철수에게 곽수종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외치던 안철수가 민주당과 흡수 합당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오랜 전통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민주당을 요리하고 있다.

특히 과시라도 하듯 요즘 들어 안철수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함께 하는 모습을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를 것을 왜 2년 동안 새 정치 운운하며 기존 정당에 식상한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는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이는 안철수가 말 하는 새 정치가 아니라 구 정치에 흡수 된 것이다. 겉으로는 안철수와 김한길 대표가 모처럼 합작 이미지를 보이면서 얼굴에 웃음빛을 띠우지만 이제 야권 재편의 경쟁은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당엔 문재인 전 대선 후보와 손학규 전 대표도 있고 또 잠룡도 몇 명이 있다. 친 노 세력이라 불리는 그들은 투쟁력을 갖춘 프로들이다. 또한 그들은 한결같이 안철수 정치의 취약점을 이미 간파 해놓고 있는 무서운 세력들이다. 이번 말 바꾸기로 인해 안철수 정치의 밑천이 만천하에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야권 내에서 그의 세력은 미약하다. 통합은 하지만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 통합 신당이 되다보니 온통 지뢰 밭 투성이가 된 것 같다.

그 만큼 보기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안철수 정치의 명성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새 정치 비전 위원회 위원 9명을 구성 하면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대 위원장을 지내며 막말 하기로 유명했던 제윤경을 위원으로 위촉한데 대해 비난이 일자 또 안철수는 ‘막말 없는 정치를 약속’ 하면 되지 않느냐며 제윤경을 두둔했다. 제윤경은 나경원과 박근혜에 대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하면서 빈축을 샀던 여성이다.

이번 새 정치 비전 위원회 구성에 대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안철수 행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새 정치가 아니다’ 가 49%. ‘신당창당 나쁘다’ 가 44%, ‘전보다 나쁘다’ 가 48% 에 달하고 있다. 자기만 꾀가 있고 약은 게 아니다. ‘정치’는 ‘교육’과는 엄청 차이가 있다. 이제 안철수가 할 일은 자기 헛된 욕심으로 많은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한 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를 위해 정치에서 떠나야 한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