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이 또 다시 탄식의 땅으로 변해가고 있다. 죄로 인한 영적인 탄식과 질병, 정치 사회 경제 사람관계로 인한 탄식 등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탄식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보편적 정치제도로 자리 잡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제대로 정착된 지 200여년에 불과하다. 그것도 재산의 유무나 성별에 관계없이 일인(一人) 일표(一票)를 행사하는 보통선거에 의한 민주주의 역사는 9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런 민주주의가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 복에 겨운 것일까.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지만 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가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다른 국가 보다 빨리 이뤄냈다고 크게 자부해온 바 있다. 그런 한국의 민주주의가 과연 지금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민주화 이후 단임 정부 하에서 정책의 시계(視界)는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정쟁(政爭)에 갇혀 미래 지향적 정책들을 소화하지 못하던 야당은 국회에 있지 않고 ‘무노동, 유임금’으로 국민을 희롱하고 있다. 온 사회가 일과성 이슈에 몰입되고 정작 풀어야 할 과제들은 시간처럼 흘러갈 뿐이며 구조적 취약성은 적체되고 있다.

결국 민주주의 위기는 밖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안에서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뭔가 잘못되었다. ‘민주’ ‘자유’ ‘인권’ 등에 대해 남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정당, 학교, 군, 심지어는 법조계까지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며 최소한의 질서까지도 파괴시키고 항명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적반하장’ ‘아전인수’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식의 행태를 자행하면서도 민주주의를 호도하며 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자기 뜻에 합당하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 막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한다. 우선 전교조를 보자. 교사노조의 조합원 자격은 현직교사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위법에 대해 정부가 시정 요구를 했으나 전교조가 거부하면서 취해진 정당한 조치인데 적반하장격으로 교사들의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처사라며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된 9명의 해직교사의 해직사유를 보면 교육이나 노동과는 관련 없는 선거개입이나 국가보안법 위반 등 정치ㆍ이념 문제로 해직된 자들이다. 그들이 ‘노동기본권 탄압’ 이라는 주장은 억지다. 오히려 몇 사람의 해직교사 때문에 그동안 누려왔던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저버리는 극단적 선택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왜 이런 조치를 취했나를 생각해보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이석기 의원 등이 내란 음모, 선동혐의로 기소되면서 불거진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심판 청구에 대해서도 자숙은 커녕 심한 반발을 보이는 통진당 작태를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특히나 이정희 통진당 대표의 막말은 듣기가 민망할 정도다. 북한의 김정은 은 ‘국방 위원장’이란 명칭을 붙여 예의를 다하면서도 우리나라 대통령에게는 존칭을 빼고 ‘씨’(氏)자를 부치고도 비난이 일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최대한의 예의를 취한 것’이라고 뻔뻔함을 보이는데 도대체 어느 쪽 사람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통진당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면전에서 독설을 퍼부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인물이다. 이에 앞서 통진당 의원들이 한 술 더 떠 삭발단식을 하고 삼보일배 하는 가증스러움을 보이고 있다. 지혜로운 자들이라면 삭발 이전에 왜 이런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작태는 10만명 당원과 2%의 지지율을 너무 믿고 하는 것 같다.

대부분 삭발은 속죄의 의미에서 한다. 따라서 삭발이란 그동안의 교만함과 잘못된 이념에 대해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하는 것이 맞다. 차라리 삭발단식, 삼보일배보다는 애국가를 제창하겠다며 애국가를 부르는 게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사회를 혼란시키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야당도 매한가지다. 야당은 전교조나 전공노, 그리고 통진당 해체, 검찰 항명사건 등에서 대해 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표를 의식한 탓인지 무조건 두둔하고 애매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얼마 전 재보선 패배의 교훈을 잊은 것일까. 늘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민주당 정치가 합리와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국정원 임무 폐지를 거론하는 것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석기 사건은 본질적으로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의 파괴이자 일반 시민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하는 인권유린 범죄라고 생각한다. 내란음모 사건을 보고도 국정원의 기능적 혁신이 아니라 임무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아예 국가를 포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대선의혹을 받고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압수 수색한 것은 권력 주문 맞춤형 기획 수사, 정치적 의도가 명백하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선관련 의혹사건 일체를 특검에 맡기자고 주장하며 소속의원 60여명이 대검찰청에 몰려가는 추태를 보인 것은 입법부의 월권으로 사법부를 침해하여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사법권의 권위를 무시하는 처사로 볼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약자처럼 국회를 떠나 수사주체를 찾아가 집단시위를 하고 정치적 요구를 하는 행위들은 민심과 동 떨어진 비상식이 아닐 수 없다. 수사 중이거나 재판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특검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외면한 비합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감히 지적한다. 정치는 합리와 상식, 국민의 눈높이로 해야 한다. 야당은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이 잘 안 먹히면 언제나 나오는 것이 특검이다.

야당이 특검 운운하는 것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속보이는 짓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똑같은 검사인데 왜 비용을 더 낭비를 하는가. 내 뜻에 맞지 않는다고 그때마다 특검을 실시한다면 검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아예 검사 제도를 없애야 한다. 야당이 이렇게 하다 보니 영웅 심리에서 눈치를 보는 정치검사가 생겨나고 억울한 사람이 생긴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얼마 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대선 관련의혹 사건 일체를 특검에 맡기자고 해서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한 술 더 떠 김한길 대표가 뜬금 없는 대선 특검을 주장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국정원 선거개입의혹사건, 사이버 사령부관련 사건 등은 야당의 줄기찬 압력으로 검찰과 군이 조심스럽게 수사를 진행해오고 있는 사건이다. 또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도 입을 열어 철저한 수사, 재발 방지를 약속한 사건이다.

민주당은 언제나 보아도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말을 잘 돌리는 재주가 있다. 민주당은 제 1야당으로서 물불 안 가리는 투쟁 일변도의 강경노선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중구난방 식으로 쏟아내는 대여 공세를 자제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자칫 이런 행태로 인해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신(新)야권연대’ 연석회의다. 낯익은 얼굴인 그들은 누구인가, 과거 야권연대로 국가보안법철폐를 주장하며 어부지리로 통진당 국회의원들을 탄생시킨 장본인들이 아닌가. 그것도 부족해 이름만 바꿔 검찰 위계질서를 파괴하는 특검을 요구하다니, 그런 요구에 앞서 사과부터 해야 옳다. 더구나 애국가도 시간상 생략이라니, 참석자 면면을 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또 사회단체는 누가 인정한 단체인가. 똥 덩어리를 그릇 바꾼다고 악취가 사라질까.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할 줄 알아야한다. 민주당이 진정 타도해야 할 대상은 새누리당이 아니다. 새누리당을 정당한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당 역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정부 여당을 싸잡아 헌법 불복 세력, 위헌 집단에 비유하는 게 민주당의 정치 문화인가 묻고 싶다.

모든 부분을 검찰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문제, 예산문제를 처리 할 때다. 툭하면 의사당을 떠나 장외로 나가는 억지를 쓰는 행위는 이제 신물이 난다. 사법부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막말을 하거나 이적 행위를 하는 것도 묵인해야하는 지를 반문하고 싶다.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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