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아름다운 계절, 가정의 달인 5월이 막바지에 다달았다.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에게 하나님은 가정이란 작은 지상의 낙원을 주셨다. 가정이란 어찌 생각하면 광야 같은 이 세상에서 목마름을 적셔주고 참된 안식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사랑의 연습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영적 오아시스다. 따라서 가정이란 가장 작은 사회이고 작은 국가다. 가정의 가장 작은 단위는 부부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며 돕겠다는 계약 하나로 결합한 합법적인 평생단체다.

그러나 부부간에 사랑과 성실과 신뢰가 사라지면 남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내와 남편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며 이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부부들은 여전히 남남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구체적 사연이야 부부마다 서로 다를 수도 있겠지만 대화 부족에서 오는 것이다. 대화가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오해도 생기고 나아가 원망을 하고 미움 덩어리도 쌓이면서 마음이 멀어지게 된다.

이는 서로 다른 기대와 가치관, 게다가 생활습관의 차이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서로 상대의 말에 귀기울이기 보다 자기 말만 앞세우며 꽉 막힌 대화를 하다 보니 대화자체에 관심과 흥미를 잃을뿐더러 불신의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상대방이 말을 할 때 토를 달거나 중간에서 말을 끊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들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다.

아무리 부부라 해도 소통은 뉘앙스와 표정, 말투의 강약과 완급이 큰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느낀다면 하나의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가 없다. 그런 현상이 계속되면 벽에 균열이 생겨 벽이 갈라지듯 마음이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지우(知友)가 있는데 그 분은 성격이 온화하고 늘 밝은 모습으로 사는 분이다. 또한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긍정적 사고를 갖고 있는 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분으로부터 며칠 전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그날따라 그 분의 모습이 무척 어둡고 무겁게만 보였다. 35년 넘게 함께 살아온 아내가 말을 심하게 하는데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느낄 정도라고 했다.

그 부부는 주위에서 모두 부러워할 정도로 정다운 모습을 보이는 아름다운 노부부였다. 또 배울 만큼 배운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인이 가슴아파하는 것은 막말을 자주하는 그런 부인이 막말을 한 후 곧 후회하고 무척이나 미안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평소에는 밖에 나갔다 오면 반갑게 자신을 맞이하고 밥상도 성의껏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상대에겐 가슴에 상처를 주고도 태연하기만 한 부인의 두 얼굴, 자식들에게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외로움으로 우울해지며 웃음과 말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별을 할 수 있기에 미워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지인에게 “세계의 모든 남자는 아내로부터 꾸지람을 듣고 산다”는 존 헤이우드의 말을 들려주었지만 동병상련에서일까,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는가 보다. 성서를 보면 연약한 그릇과 같은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남편의 마땅한 도리라 했다. 마음을 달리해서 “여자의 예뻐지고자 하는 마음과 남편을 향한 바가지는 사랑의 노래임을 알아야 한다”고 삶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우울해 하는 그 지인에게 한마디를 더해 주었다.

부처도 부부가 되어 서로 지켜야 할 덕목으로 ‘장아함경’ ‘선생경’ ‘육방예경’ 등을 꼽았다. 부부관계라 해도 서로 존경하고 협력해야만 한 가정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직시한 것이다. 세상만사가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지 않고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남편이 방황을 하는 것을 보고 가정에 충실하지 않다고 비난을 한다면 잘못일 수도 있다. 방황을 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외롭고 쓸쓸한 그 내면 깊숙이 묻어있는 근원은 따지고 보면 아내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가 항상 행복한 마음의 염력(念力)의 파장을 상대인 남편에게 보낸다면 그 가정은 항상 행복한 가정을 이룩할 것이다.

가정에 남편을 묶어두고 싶다면 아내 자신이 항상 행복한 표정과 마음을 간직하고 특히 남편의 인격을 존중하고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무의식적으로 나타낸 표정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고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놓고 한 가정을 파경(破鏡)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세월이 비록 우리를 힘들게 하고 육체를 갉아 먹어도 부부의 사랑은 갉아 먹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로의 단점은 있는 그대로 용납하고 보완하여 완전을 향해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행복한 가정, 아름다운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이해하며 작은 자존심까지도 내려놓고 내 마음을 흔들게 하는 모든 아픔들에 대해 용서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의지하므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것은 곧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도 존재한다’라는 연기(緣起)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는 대상이 되는 ‘너’가 있기 때문에 인식되는 것이요, ‘나’ 또한 상대인 ‘남’을 인식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야 할 인생이다. “남자는 아내가 희랍어를 말하는 것보다는 저녁을 맛있게 차려줄 때 더 행복을 느끼며 즐거워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할 일이다.

[시인.칼럼니스트.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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