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 보건의료학회 회장, "한국형 ODA, 반대"

"우리가 원조를 받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그 시기를 넘어 해외에 의료원조를 주고 있다. 한국식으로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원조를 받는 나라 시스템에 맞게  제공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다."

달라진 국가 위상에 맞게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후진국에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공적개발원조(약칭 ODA)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해왔던 각계각층의 '물량 공세'를 벗어나 체계화된 시스템의 공급과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에 맞게 우리나라 의료계 인사들이 지난달 29일 '국제보건의료학회'를 설립했다. 조금 늦은 시작이지만,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만은 높다.

서울성모병원 지하강당에서 창립총회 및 심포지엄을 열기 위해 분주히 회의장을 오가던 서경 신임 회장은 "이런 활동을 인터뷰까지 할 필요 있냐"라며 손사례를 쳤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 공세가 시작되자 준비한 듯 명쾌한 답변들이 나왔다.

"국제보건이라는 게 범위가 다양하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70~80년대 기생충 박멸이나 모자보건에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것을 해외 사례에 맞게 기여할 수 있도록 제공하려고 한다. 기존에 있던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KOICA)나 코피는 단순한 물적 원조 지원에 그치지만 우리는 실제로 필요한 의료인력 투입과 계몽 운동을 하자는 데 있다. 이것이 보건개발의료학회가 꿈꾸는 것이다."

현지에 맞는 의료인력을 배치해 그 나라 수준에 맞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한국보건의료학회는 '한국형 ODA' 공급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서경 회장은 "학회를 설립한 가장 큰 이유는 많은 생명을 살리고, 그런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고자 했던 데 있다"면서 "현지에 맞는 정책과 소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형 ODA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지만, 우리도 내부의 발전 과정에서 정리가 돼 있진 않은 상태"라면서 "전반적으로 개발협력은 그 나라의 정책과 환경에 맞춰서 줘야 하는 것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우리의 모델을 상대국에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학회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나름대로 인터내셔널 퍼블릭 헬스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면서 "학회는 엄격한 의미에서 연구 모임이라기 보다는 서로 같이 논의하고 협력하는 그런 자리라고 보면 된다"고 창립 취지를 설명했다.

서경 회장은 또 "우리사회 걸맞게 우리도 조금은 소위 근시안적 주먹구구 벗어나 제대로 가자는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일간지 글을 쓰고, 수많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서 "우리가 하는 단기 진료를 볼런티어 메디슨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잘 하지 않는다. 비효울 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해외 원조를 받는 나라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 사례를 보면 그 나라 시스템에 해를 끼치고 오는 사례도 있다"면서 "이렇게 갔다오면 그곳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이나 의료체계를 완전히 흔들어 놓고 오는 것 밖에 안된다"고 경고했다.

서 회장은 "이런 이유 때문에 아프리카 등에서도 선진국이라고 해서 다 개방해서 받지는 않는다"면서 "원조분절화를 막고 해당 국가 상황에 맞게 전략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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