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태를 보면 왜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 할 정도로 머리가 혼란스럽다. 건설업자 윤모씨가 각양각층의 고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성 접대 의혹이 연일 터지면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사회지도층에는 전ㆍ현직 국회의원, 검사, 경찰관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모두 막강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지도층 인사들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성 접대를 받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인사도 있을 것이다.문제의 성 접대를 받은 사람들은 지구 최후의 종말에서나 나타남직한 난교를 일삼으면서 마약을 복용했고 수천만~수억원대 도박판을 벌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이 사건에 연루된 여성들이 유흥업소 종사자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연예인과 사설학원 경영자도 있고, 심지어는 주부도 끼여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보도는 일반 서민들의 머리를 멍하게 만든다.

이런 와중에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고은태 중부대 교수가 20대 여성을 성희롱해 파문이 일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고 교수의 비윤리적인 행위는 사회지도층에 만연한 왜곡된 성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고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피해여성은 “고은태씨, 저 만한 자식있으시죠. 저한테 그러셔도 되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고 교수는 자숙을 한다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떻게 강단에 설 수 있겠는가.

요즘 일탈행위는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성의식 수위를 한참 넘어서는 추문이다. 권력, 돈, 지위를 앞세워 이성을 억압하거나 미풍양속을 유린한 폭력적 행위다.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지도층의 망동이 부끄럽고 개탄스러울 뿐이다. 더욱 안쓰러운 것은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의 장관급 이상 낙마자 수가 4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이명박(MB) 정부 초대 내각의 3명을 넘어선 것이다.

대부분의 낙마자는 거액의 탈세의혹이나 무단전입, 병역문제로 곤욕을 치른다. 그래도 그들은 국민과 자식에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다. 있으나 마나한 청문회, 그래서 국민을 더 열터지게 한다. 그것도 부족했나? 국회에서는 또 하나의 낯뜨거운 장면이 연출됐다. 현역 중진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소위 ‘누드’사진을 몰래보다가 참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누가 보내줘서 보게 됐다”고 한다. 물론 누군가 보낸 사람이 있으니 갖고 있겠지만 공무 중에 그런 것을 보아서야 되겠는가. 인격의 문제가 아닌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일까, 여야 모두가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허리를 조이면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국민만 봉인 것 같다. 탐욕과 부패에 찌든 특권틍을 바라보는 서민들 가슴만 피멍이 든다. 월세 1500만원짜리 아파트에서 산다는 연예인. 뭐라할 수 없지만 일반 서민은 살맛을 잃는 양극화 현상이다. 1년간 월세 1억8000만원이면 수도권 전용면적 60㎡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경제 민주화, 물질적 복지도 좋지만 더 급한 것은 심리적 양극화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사회뿐만 아니다. 자신의 부귀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부(富)와 권력을 세습하고 심지어 성직의 강단마저도 대물림하는 기막힌 세상이다. 낮아져야 한다면서도 높아지려고만 한다. 무슨 조직이라도 만들면 모두 회장이다. 상임회장, 대표회장, 공동회장이다. 교회도 사고 판다. 저들이 따른다는 십자가는 ‘버림’이 아니라 ‘누림’이란 말인가.

멀쩡한 교회를 허물고 수천억원대의 새 교회를 지으면서 성도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어느 대형교회 목사의 학위논문이 표절로 드러나면서 자숙의 의미로 6개월 설교를 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그런 사고를 갖고 있는 그 목사는 어떤 신앙을 갖고 있을까. 전임 교황의 사임을 두고 성 추문과 부정부패 등 바티칸의 추잡한 현실 때문이라는 설이 난무하기는 하지만 명예롭게 물러나 ‘명예교황’의 칭호를 얻은 베네딕트 16세 자신은 재임 때보다 더 충만한 영성의 은총을 체험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의 아름다운 퇴장과 ‘낮은 자’를 자처하는 새 교황의 등장으로 바티칸에 새로운 교회 개혁의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면 욕심이 지나친 것일까.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국들의 냉혹한 시선 속에서 국가 생존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볼 때 아무리 큰 제국일지라도 사회지도층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곧장 패망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걱정해야 하는 3류 국가로 전락했지만 안타깝게도 삶에 찌든 서민들은 아예 무감각, 무반응이다.

너무 많은 것을 거머쥐고 온갖 특혜를 누려온 사람들이 고위 공직 후보로 나섰다가 서민에게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준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달 초 퇴임한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다른 공직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직원처럼 허드렛일을 하고 있다. 청백리의 반듯한 몸가짐에서 우러나는 감동이 뭉클하다. 버릴 때, 물러날 때, 내려놓을 때를 아는 지도층이 많을수록 이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시인.수필가.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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