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무나 하나’ 모 가수가 부른 노래다. 그렇다. 대통령은 누구라도 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대통령을 표방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과반수를 넘는 득표로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제 대한민국 호를 이끌고 나갈 박근혜 대통령이 된 것이다.

같은 한자(漢字)라도 한ㆍ중ㆍ일 간 뉘앙스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출마(出馬)를 보자. 중국은 ‘경선(競選)에 출마’한다고 한다. 선거를 일종의 ‘레이스(race)'로 보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출마는 ’말(馬)에 올라 전장(戰場)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선거도 생사(生死)가 갈리는 전투로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세 유럽의 마상시합인 ‘토너먼트(Tournament)'와 유사하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패자부활‘이 없다. 한국은 복합적이다. 이기고 지는 ’레이스‘와 죽고 사는 ’토너먼트‘가 뒤섞여 있다. 여기에 이합집산(離合集散)까지 더 하고 있다. 천거(薦擧)와 과거(科擧)를 지나 선거(選擧)로 뽑는 시대이지만 정치와 목민(牧民)의 본질은 그대로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원목(原牧)’에서 “관리를 위해 백성이 있느냐, 백성을 위해 관리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목민의 자세로 자신을 다스리고 공을 받들며 백성을 사랑하는 세 가지를 예로 들었다. 또 ‘원정(原政)’에선 “정치란 백성을 고르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백성의 빈부, 강약, 선악, 현우(賢愚)를 가름해 바르게 하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대선에 출마했던 지도자들이 목(牧)과 정(政)의 본 뜻을 제대로 생각해 보았는지, 이보다 덕(德)이 먼저일 것이다. 송(宋)의 주희(朱熹)는 ‘근사록(近思錄)’에서 ‘구덕(九德)’을 논한다. ‘서경’에서 고요(皐요)의 말인데 ‘너그러우면서 위업, 부드러우면서 확고, 성실하면서 공손, 다스리면서 공경, 익숙하면서 의연, 곧으면서 온화, 간결하면서 세심, 억세면서도 충실, 강하면서 의로움’을 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천하대사(天下大事)’가 어지러워진다고 했다.

물론 세상에 잘나고 좋은 것을 다 갖춘 사람은 없다. 고려의 문인 이인로는 ‘파한집(破閑集)’에서 “뿔이 있으면 이빨이 없고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다”고 했다. ‘각자무치(角者無齒), 명화무실(名花無實)’이다. 그래도 출마자는 선량(選良)으로 출마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례적인 말이지만 그래서 선택된 지도자는 ‘정치신뢰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지도자가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법과 영이 바로 서고, 나라의 기강이 잡히는 것이다. 국민의 말을 귀담아 듣고 허물을 지적하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추구하고 탐심(貪心)을 경계하며 먹을 것이 적은 것보다 고루 나눠주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10%의 선질(善質)을 기용해 10%의 악질(惡質)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해야 국민의 80%가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지금은 대중에 영합하지 않으면서도 인화를 다룰 줄 아는 지도자, 철학과 도의를 아는 지도자,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그런 지도자가 된다면 보수면 어떻고 진보면 어떠하겠는가. 특히 선거로 치러지는 대통령,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절반의 사람들의 공포를 없애주고 용서하고 아루러줘야 한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넓은 아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그 다음으로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이제 ‘박정희의 딸’에서 벗어나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가 되어야 한다. 단 아버지에게 배울 것은 시대를 꿰뚫어 보는 안목이다. 미래발전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감지해 내는 능력이다.

그 시대적 안목이 머물 곳은 아마 복지, 균형, 원칙, 정의, 교육 등 대개 그런 가치들 언저리에 있을 것이다. ‘민족중흥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 ‘새마을 정신과 새마을 운동’ 등을 활발하게 전개, 우리나라를 ‘빈곤’의 나라에서 ‘부강’의 나라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한 벅정희 전대통령의 시꺼먼 얼굴이 떠오르면서 왠지 가슴이 찡해지는 것은 우리의 삶과 의식을 지배한 훌륭한 영도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잘 살아보세’라는 부친의 마음에서 ‘다시 더 잘 살아보자’는 구호로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빌어본다. “지도자는 잘된 결정을 내리는 게 제일 좋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게 그 다음이며,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게 가장 나쁘다” 키웨스트의 리틀백악관에 남긴 트루먼의 어록 중에 나오는 말이다.

국립현충원 방문록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글을 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박근혜 당선자, 대통령의 자리는 섬김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자리다. 그래서 작은 소리도, 작은 사물도 잘 듣고 헤아리는 안목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시인.수필가.국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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