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찾아와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골다공증

78세의 김모 할머니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을 참다못해 병원을 찾았다. 최근 몇 달간 허리가 굽고 거동이 불편해 집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고 딱히 어딘가에 부딪힌 일도 없는 김 할머니의 진단명은 뜻밖에도 척추압박골절. 5년 전 진단받은 심한 골다공증을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둔 결과였다.

이처럼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언제 찾아왔는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는 별다른 위험성이 없어 무시하기 쉽지만, 결국 골절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생명마저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오는 20일 ‘골다공증의 날’을 맞아 골다공증의 위험성과 예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말을 들어보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질환, 골다공증

골다공증이란 글자그대로 ‘뼈에 구멍이 많은 병’이라는 뜻으로, 뼈의 성분이 소실되면서 뼈 조직이 얇아지고 엉성해져서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골다공증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뼈가 약해짐으로써 발생하는 골절이라는 합병증이 자칫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어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뼈가 소실되면 뼈 조직이 약해져서, 사소한 충격도 견디지 못하고 쉽게 골절이 생긴다. 허리에 둔한 통증이나 피로감으로 인한 요통이 생길 수 있고, 더 약해지면 척추뼈가 자신의 체중을 이기지 못해 하나씩 주저앉는 압박골절이 발생하여 등이 굽고 키가 줄어든다. 심한 경우 치아가 빠질 수도 있고 아무런 외부 충격이 없이 골절이 생기는 수도 있다. 이러한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의 위험도는 암의 위험도

물론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의 심각성은 유방암만큼 깊지 않지만, 구미의 경우 50세의 여성이 앞으로의 삶 속에서 엉치뼈 골절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비율(2.8%)이 유방암에 의한 사망률(2.8%)과 같다는 보고가 있다.

골절은 주로 척추, 대퇴부, 손목뼈 등에 발생한다. 65세 이상 성인의 50%가 척추 압박골절을 경험하지만 이중 2/3는 모른 채 살아간다. 하지만 대퇴부에 골절이 생기는 경우는 매우 치명적이어서 대퇴부 골절과 연관된 합병증으로 정상인에 비해 사망률이 남성는 31%, 여성은 17% 가량 증가한다. 이러한 골절이 주로 노인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치료를 위한 수술 자체가 워낙 대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뼈가 속으로 망가져도 본인은 전혀 느낄 수 없기에 골절이나 척추압박 등의 심각한 증상까지 발전해서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 같이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은 엄청난 의료비 지출과 개인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질환인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골다공증에 취약

골다공증을 앓는 사람의 90%는 폐경기 여성이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작고, 가느다란 체격을 가지고 있기에 그 자체가 주 위험요인이 된다. 게다가 폐경기가 되면, 칼슘 흡수를 증가시키고 뼈에서 칼슘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에스트로겐이란 호르몬이 갑자기 감소한다.

노인이 되면서 활동력의 감소, 영양섭취 부족, 여러 종류의 효소와 호르몬 작용의 감소로 인한 전반적인 대사작용의 저하에 의해서도 뼈의 손실이 일어난다. 이외에도 칼슘섭취가 부족한 사람, 운동량이 적은 사람, 가족 중 골다공증 환자가 있는 경우, 흡연, 과음,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 호르몬 관련 질환에 걸린 경우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근본적인 치료제 없어, 조기발견 및 예방이 중요

치료로는 칼슘, 여성호르몬제, 비타민 D, 칼시토닌 등 기타 약제 처방과 적절한 운동 등 생활 요법이 포함되며 각 개인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하지만 치료를 한다고 하여 없어진 뼈가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골밀도 검사를 해서 골다공증의 가능성을 빨리 발견하면 할수록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조처를 취할 수 있어 효과면이나 비용면에서 훨씬 더 경제적이다.

폐경 전후이거나 원래 뼈가 가늘고 마른 체격의 소유자, 평소 운동을 잘하지 않는 사람, 질병 등으로 오래 누워있던 사람, 부모가 골다공증이 있는 사람, 갑상선 질환을 앓은 사람, 난소제거수술을 받은 여성 등은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1년마다 한번씩 정기적인 검사 필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골절이 오기 전에 자신의 뼈가 얼마나 약한지 미리 발견하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단순 방사선사진이지만 골음영의 감소를 파악하려면 적어도 25~30%이 상의 골량 소실이 있어야하므로, 보다 안전하고 통증없이 측정할 수 있는 정량적 골밀도(BMD) 측정법이 주로 이용되고 있다. 골밀도의 정량적 측정법에는 방사선 흡수법, 이중에너지 방사선 측정법, 정량적 초음파 등이 있으며, 비싸긴 하지만 척추 부위의 골밀도를 세밀하게 볼 수 있는 CT나 MRI도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골다공증 측정법은 종류와 기기에 따른 차이가 크므로, 같은 기계를 이용해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계속적인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다양한 측정방법 중에서 어떤 방법을 택할까 하는 것은 환자 개개인의 위험 인자들과 각 방법의 장단점과 비용 등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전문가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다공증 예방은 생활습관 개선에서부터

골다공증은 예방이 치료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하여 성장기에 뼈를 최대한 튼튼하게 하고, 그 이후 뼈가 약화되는 것을 최소화하여야 하며, 골다공증의 위험인자를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의 과도한 다이어트는 폐경기 이후의 골다공증으로의 진행이 예상된다.

이러한 예방적 치료를 위해 첫째, 청소년기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골다공증의 가장 이상적 예방 방법은 청소년 시기에 충분한 칼슘 섭취와 운동 그리고 올바른 자세유지 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충분한 칼슘을 섭취해야 칼슘의 부족에 의한 골소실을 방지할 수 있다.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음식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그중에서도 멸치 등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데, 성인여성에게 필요한 칼슘 섭취량은 하루 800~1000mg정도이다. 하지만 칼슘만 많이 먹는다고 골다공증이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와 커피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

또한 칼슘을 효과적으로 장에서 흡수하기 위하여 혈액 내에 적절한 농도의 비타민D가 필요하다. 햇빛을 쬐면 피부에서 비타민D가 생산되며, 필요에 따라 비타민D 약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양의 비타민D 약제를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에 맞춰 정량만 복용해야 한다.

셋째, 항상 가슴을 펴고 반듯하게 의자에 앉는 올바른 자세를 가져야한다. 바르지 못한 자세는 힘을 균등하게 받아야할 뼈가 계속 한 부위만 압박을 받게 되어 뼈의 변형이 쉽다.

넷째, 규칙적인 운동도 매우 중요한데, 특히 체중이 실리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자주 사용하는 신체 부위의 골밀도가 높아진다. 운동을 통해 뼈에 자극이 가해지면 뼈를 만드는 세포가 활성화 되어 뼈가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은 근육을 강하게 해서 잘 넘어지지 않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미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는 골절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다섯째, 흡연자의 골량은 비흡연자보다 낮고 일반적으로 흡연을 하는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의 농도가 낮아져, 일찍 폐경되기 때문에 금연해야 한다.

젊었을 때부터 위의 다섯 가지 생활습관을 익히는 것이 좋다.

[도움말: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이병완 교수]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