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때마다 8시간 이상 종주코스를 택하곤 하는 베테랑 산행족 김모씨. 산에만 가면 훨훨 날아다닌다 해서 ‘홍길동’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이지만, 두세 달 전부터 무릎 바깥쪽이 조금씩 아파오더니 최근에는 더욱 심해져 특히 하산할 때 무릎이 끊어질 듯한 통증으로 결국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김씨의 병명은 ‘장경인대염’. 주로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 운동을 하는 운동선수에게 많은 질환이지만, 최근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프로급 등산 인구가 늘어나면서 장경인대염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축구나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은 단번에 큰 손상이 일어나 치료도 그만큼 서둘러 하게 되는 반면, 등산의 경우에는 관절 및 근육에 알게 모르게 조금씩 이상이 생기기 때문에 자칫 무시하고 넘어가기 쉽다.

과도한 산행 이후에 무릎통증이 발생한다면 우선 무릎 주변의 건염, 장경인대염, 연골연화증, 반월상 연골판의 손상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장경인대염은 산행 전후 간단한 스트레칭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인과 증상, 예방법 등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하산할 때 심해지는 무릎 바깥쪽 통증

장경인대는 골반에서 허벅지 바깥쪽을 타고 무릎 쪽으로 내려오는 긴 근육과 인대를 지칭하며 엉덩이관절과 무릎관절을 지탱해줌으로써 무릎이 바깥쪽으로 젖혀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 염증이 생기면 주로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나타난다. 산행 초기에는 통증이 없다가 20분 이상 걷거나 뛰면 서서히 무릎 부위에 뻐근함이 느껴지고 특히 계단을 내려올 때나 하산할 경우에 심해진다. 평소에도 이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느껴진다.

통증은 무릎 바깥쪽에서 생겨서 허벅지나 엉덩이까지 퍼질 수 있다. 팽팽히 당기는 느낌은 있지만 동작은 정상적이며, 딱딱 튕기는 느낌이 있지만 관절염에서처럼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가장 쉬운 자가 진단법은 무릎을 30도 정도 굽힌 상태에서 무릎 바깥쪽을 누르거나 허벅지를 안쪽으로 모을 경우 통증이 느껴지는지 여부를 통해 판별하는 것이다.

인대와 무릎 돌출부 마찰로 염증 생겨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할 때 장경인대는 근육의 움직임을 따라 무릎 바깥쪽 넓적다리뼈 돌출부를 기준으로 앞뒤로 움직인다. 무릎을 펴면 돌출부의 앞으로 움직이고 굽히면 뒤로 움직이는데, 걸을 때는 이것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접촉면에 마찰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무릎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을수록 무릎과 인대의 마찰도 심해지고 장경인대염의 위험도도 높아지게 된다.

이것이 O자형 다리를 가진 사람들이나 엉덩이 근육이 약해 무릎 바깥쪽에 하중이 많은 사람이 장경인대염에 취약한 이유다.

또한 보폭을 크게 하거나 내리막을 걸을수록 무릎의 각도는 더욱 벌어지고 장경인대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낡은 신발의 착용, 내리막이나 횡경사 도로 달리기, 너무 많은 한쪽 방향 트랙 훈련, 또는 단순히 너무 많이 달린 것 등도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치료 않고 방치할수록 회복도 더뎌

우선 급성기 2-3일 정도는 얼음찜질을 통해 염증으로 인한 부종을 진정시키고, 마사지와 소염진통제가 도움이 된다. 이후 스트레칭 등 인대의 유연성을 회복시켜주는 재활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장경인대염은 인대뿐 아니라 주위의 다른 근육, 특히 엉덩이 근육의 바깥쪽 부위인 중둔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약화된 근육에 대한 근력강화운동을 시행한다.

스트레칭은 근육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상처 조직이 정상적인 방향으로 치유되도록 도움을 준다. 그러나 과도하게 스트레칭을 할 경우 근섬유에 손상을 유발하여 새로운 상처조직을 만들게 되므로 과도한 스트레칭은 절대 삼가야 한다.

당분간 산행을 자제하는 대신 수영(무릎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는 평형은 제외), 수중걷기, 노젓기 등의 운동을 하는 것이 재활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전거타기, 계단밟기와 같이 인대에 압력을 주는 운동은 좋지 않다.

장경인대염은 단시간에 잘 호전되지 않으므로 천천히 시간을 두고 ‘휴식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치료해야 한다. 어느 정도 호전되었다고 다시 장거리 산행을 하면 금세 재발할 뿐 아니라 잘못하면 고질병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재활치료를 하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할수록 그만큼 회복에도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속도를 줄이고 내리막길은 조심조심

평소에 산을 잘 탄다고 자신하는 사람일수록 무리한 산행으로 인대를 혹사시키기 쉽다. 되도록 속도를 줄이고, 본인 체력의 70~80% 정도를 이용해 산행을 즐기는 것이 적당하다.

평지에서는 일반적인 걸음걸이로 걷되 오르막길에서는 가능하면 보폭을 평지보다 약간 좁히는 것이 좋다. 산행에서 정말 조심해야 될 때는 내리막길이다. 하산 시 걸음걸이는, 뒤꿈치를 들고 보행하듯이 최대한 부드럽게 지면을 디뎌 다리의 하중이 직접 대퇴부 고관절에 전달되지 않게 한다는 느낌으로 걷는다. 뒤쪽 다리의 무릎을 평상시보다 약간 더 깊숙이 구부려주면 앞쪽 다리의 부담을 훨씬 줄일

반드시 산행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여 인대의 유연성을 높인 후 산행을 해야 하고, 특히 하산 시에는 젤 형태의 깔창, 무릎보호대 및 스틱 등을 이용하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장경인대염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

1. 선 채로 한쪽 발 앞으로 다른 쪽 발을 내어 장딴지가 X자가 되게 한다.
2. 상체를 굽혀 손이 발가락에 닿게 해서 발목 쪽으로 깊게 당겨준다.
3. 절대 반동을 주지 말고 이 자세를 15~30초 가량 유지한다.
4. 발을 바꾸고 다시 처음 단계로 돌아간다.
5. 이 스트레칭을 3회씩 반복한다.

[도움말 =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재활의학과 남희승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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