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홍기 교수

“골수이식은 적자의 우려가 상당합니다. 무균실 1인실을 만드는데 개당 1억이 드는데다 5인실도 1억이상 드는 등 시설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가 추적검사까지 계속 받아야만 운영이 될 정도입니다.”

지난 12월 28일 건국대학교병원의 첫 골수이식 수술을 성공리에 끝마친 혈액종양내과 이홍기 교수[사진]가 골수이식은 적자를 낼 수 있음을 시인하며, 이같이 말을 잇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건국대병원은 지난해 10월 무균실 2병상, 준무균실 5병상을 비롯해 무균수와 개별공조 시스템 등의 조혈모세포(골수)이식실을 개소,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 치료에 절대 소홀히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학병원은 1~2명의 의료진이 뛰어다닌다고 해서 환자를 끌어나갈 수 없습니다. 여러 장기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따를수 있으므로 다른 모든 진료과와의 원활한 협진이 있어야만 골수이식도 성공시킬수 있지요. 때문에 손익에 관계없이 조혈모세포이식실을 열게 된 것이지요.

그것이 환자를 치유해야겠다는 저의 사명감과 잘 맞아 떨어졌다고 봅니다. 안그랬으면 임파종이나 다발성골수 질환 등의 환자를 처음부터 진료하지 못했겠지요.“

성공적인 시술력과 환자에 대한 정성과 열의를 더해…

이홍기 교수는 1995년 10월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재직하면서 300~400례 정도의 골수이식술을 행했다. 그 시술력에 환자에 대한 정성과 열의를 더해 건국대병원으로 가져왔다.

“그때는 보편화된 시술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식 기술이 많이 향상된 터라 병원마다 큰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단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정성과 열의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중시하느냐 차이지요."

이 교수는 혈액암 환자, 보호자, 자원봉사자와 의사들이 함께 모인 한국혈액암협회가 출발한 1996년부터 의료자문의사 및 이사로 활동해 오면서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혈액암협회 내 ‘희망산악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달에 한번씩 환자, 보호자와 함께 산행을 하면서 병원 밖에서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

“병원 관계자만 만날수 밖에 없는 좁은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되는데다, 병원 안에서 들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요. 아무래도 병원에서 만날 때와 밖에서 만날 때는 다르니까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열린 공간의 또다른 이면을 볼수 있어서 굉장히 좋습니다.”골수기증, 받는 이들에겐 생명과 같은 것

그런 노력이 병원에도 전달됐을까.

지난해 12월 22일 하루동안 건국대병원 장기이식팀과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가 진행한 골수기증 운동에서 의료진을 비롯한 교직원 100여 명과 내원객 20여명 등 총 120여 명이 골수기증에 서약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전에는 전신마취를 하고 골반뼈에서 골수를 채취했지만, 지금은 4~5일간 백혈구 성장촉진제를 맞고 헌혈하듯 혈액속 조혈모세포를 빼내기만 하면 됩니다. 간, 신장 등 손실이 있는 다른 장기와는 달리, 자기 몸속의 1%도 되지 않는 조혈모세포의 기증은 1주일이면 원상복귀됩니다.

기증하는 사람에겐 작은 것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생명을 좌우할만큼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건국대병원 뿐만 아니라 건국대 학생들을 상대로 골수기증 운동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골수기증의 절박한 필요성과 무한한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형제가 적기 때문에 형제의 골수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적기 때문입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으려면 어려운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태아의 출생시 보관하는 제대혈도 무조건적으로 자기 아이만을 위해 사설기관에 위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골수이식도 제대혈로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대혈이 대단히 유용한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무조건 모아둔다고 해도 정작 본인을 위해 쓸 확률은 적습니다. 게다가 훨씬 건강하고 신선한 제대혈이 필요하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과의 공유가 중요하지요."첫 환자 성공적 수술이후 차츰 환자수 증가

이 교수의 골수이식술 첫 환자인 17세 여학생은 2주만에 생착이 잘 이루어져서 합병증 우려를 한시름 덜은 상태다.

이후 제대혈을 통한 이식과 자가 골수이식의 2차례 수술이 더 있었으며, 27일에도 비혈연간 골수이식이 더 예정되어 있는 등 차츰 환자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태지만, 특별히 환자수에 연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지난 10월 인,허가를 받은 이후 간호사 수행 등을 통해 2개월간 예행연습을 무사히 잘 마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환자 유치가 목표라기보다는 환자가 병원에 와서 편하게 진료를 받고, 의료진과의 신뢰와 존경의 관계를 잘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건국대병원의 환자분포상 인근 지역에서 많이 방문하는 편이니까 가까이에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특히, 암환자의 부담이 10%로 경감된 것이 잘된 일이라고 봅니다. 몇 년사이에 비급여가 급여로 전환된 부분도 많구요.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환자는 이제 적은만큼, 의사가 환자를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대하느냐가 가장 핵심이지요.“

이 교수는 환자의 양(量)보다는 질(質)적인 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비록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적절하게 운영한다면 1년에 50례 정도의 골수이식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볼 것입니다.”

주변 지인들의 ‘갓 하나만 쓰면 딱 선비’라는 묘사에 걸맞게 점잖은 성품과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이 교수는 오늘도 또하나의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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