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하게 뛰노는 어린아이들에게 무슨 머리가 아플 일이 있을까 싶지만, 아이들도 두통에 적지 않게 시달린다. 실제로 유치원 연령에서 약 3분의1 이상이 초등학교 시기에는 약 반수 이상이 머리가 아픈 적이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통증이 심한 편두통의 경우 초등학생의 약 3%, 중학생의 약 7%의 유병률로 학교생활에 지장을 주고 일상생활 등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원인모를 소아 두통 간과해선 안돼

어린아이가 수개월 전부터 자주 머리가 아프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긴장부터 한다. 두통으로 내원한 아이들의 경우 두통뿐 아니라 복통과 어지럼증 등 모호한 증세를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에 진료하는 의사도 그만 골치가 아파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 많은 의사들이 CT나 MRI 등 검사를 하여 별다른 질환이 발견되지 않으면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거나 단순한 스트레스성으로 단정

소아기 반복성 두통의 양상(총 372명)

이처럼 의사들조차 심각한 질환에 따르는 두통 증상만을 감별하고, 원인모를 두통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소아 청소년기 반복성 두통의 대부분이 별도의 원인질환을 발견할 수 없는 일차 두통이라는 점이다.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소아과 이건희 교수는 2004년부터 2006년 6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두통을 호소하여 소아과를 방문한 894명 중에서 반복적인 두통을 호소하였던 3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일차 두통이 310명(83.3%), 이차 두통이 62명(16.7%)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전체의 83.3%를 차지하는 일차 두통 환아(310명) 중에서 편두통(무전조 및 전조)이 합계 117명(37.7%)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차 두통(62명)의 원인질환 중에서는 부비동염(30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차 두통, 이차 두통 구분이 진단의 첫걸음

두통의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일차 두통과 이차 두통을 구분한다. 뇌질환이나 눈, 코, 귀, 치아, 안면 등의 질환, 감기와 같이 열을 동반하는 질환 등 기질적 원인이 있는 경우를 이차 두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두통에서 특별한 원인질환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를 일차 두통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편두통이나 긴장형두통을 들 수 있다. 일차 두통과 이차 두통은 각각 치료방법과

뇌종양, 뇌혈관질환 등을 감별하기 위해, 필요하면 CT 혹은 MRI 검사를 실시해야 하고, 그 외에 심리검사 등도 시행할 수가 있다.

소아 편두통 가족력 중요, 모계 쪽 영향 커

소아 편두통은 두통이 많이 발생하는 가족에서 많다. 강남성심병원 소아과교실이 대한소아신경학회지에 2006년 5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편두통 환자의 가족력에 대한 연구 결과 소아두통 환자의 모계에서 78.1%의 두통 병력이 있었고 부계에서 두통 병력의 빈도는 16.2%로 나타났다. 즉 두통의 경우 가족력이 중요하며 특히 어머니 쪽의 두통이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두통 증상이 있으면서 힘이 빠지는 편마비편두통 환자의 유전자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는 긴장형 두통은 중·고등학생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주로 공부나 친구관계에 대한 고민, 수면부족, 안정되지 않은 가족상황 등을 원인으로 한다.

성인두통과 달리 복통, 구토 등도 함께 나타나

유소아 두통은 정작 두통은 심하지 않으면서 주기적인 복통, 구토,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감별이 쉽지 않다. 즉 소아 두통환자는 성인과 다르게 비전형적인 증상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끈기있는 문진과 진찰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사소한 두통이라 할지라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편두통의 경우에는 머리의 혈관이 변화가 일어나면서 주변에 있는 신경에 통증이 전달되면 이 통증신호가 뇌줄기를 자극하게 되고 이에 따라 뇌줄기의 여러 부분이 자극되면서 구역, 구토 증상이 동반되는가 하면, 감각에 예민해져서 빛 공포나 소리공포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스트레스성 두통에는 없는 특징이다. 그러므로 심하게 두통이 생기면서 일반인들이 말하는 ‘체해서

갑작스럽게 두통이 발생하거나 점차적으로 심해지는 두통, 후두통 등은 좋지 않은 증상으로, 특히 경련이나 신경계 이상을 동반하면 반드시 뇌방사선 검사를 해서 뇌질환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좋다.

환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치료제

이차 두통은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두통증상도 호전된다.
일차 두통의 경우에는 급성기의 통증을 완화해주는 치료가 주가 되며, 자주 발생하는 두통은 예방적인 치료를 함께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는 대개 2~3주 정도면 호전을 보이고 심한 경우 3~6개월간 치료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편두통 등은 완치가 되는 것이 아니고 병을 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병에 대한 이해와 생활습관, 약물 치료 방법을 알면 쉽게 병을 이길 수 있다.

전문의들은 우선 규칙적인 생활을 권장한다.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하루 세 번 식사를 반드시 하는 것이 좋으며,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콜릿, 카페인이 든 음료, 유통기한이 다 된 햄 등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조용한 음악(물소리 등)을 들으면서 20~30분간 하루의 일을 회상해보는 방법도 있고, 긴장된 근육을 푸는 가벼운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이건희 교수는 “대부분의 일차 두통은 갑자기 아프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멀쩡해져서 흔히 ‘꾀병’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환아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무엇보다 좋은 치료제이며, 특히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형 두통의 경우 사춘기 아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이 교수는 “그러나 결석이나 조퇴를 한달에 2회 이상 하게 되면 의존성이 생겨서 좋지 않으므로 가능한 등교하도록 도와줄 것”을 조언한다.

간단한 해열제 등은 진통효과가 같이 있기 때문에 복용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자주 약을 찾을 정도의 두통은 병원에서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강남성심병원 소아과 이건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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