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나눔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기대하며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야당의 중견 국회의원 한분이 참 가슴에 와 닿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으면 부채로 기록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면 수입으로 기록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이 그 국회의원께서 직접 만든 것인지 다른 분으로부터 듣고 하신 말씀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오래 남는 좋은 말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각박한 현실에 대한 많은 피곤하고 힘 빠지는 뉴스들을 보면 우리 모두가 이웃을 돌볼 시간도 여유도 없는 세상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나눔과 더 많은 이웃에 대한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과 시민이 돈과 시간을 나누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의 크기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액수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교해서 오히려 많은 편이라는 점입니다.

최근 몇 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한 기업의 기부가 몇 배나 증가하여 대기업의 사회공헌은 세전 수익의 2%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은 약 1%로, 우리 기업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나눔을 통한 사회개선에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기업들의 나눔 방식도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형태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그룹의 CEO들과 전 직원이 참여하는 그룹차원 자원봉사활동은 이웃을 위해 그들의 시간과 능력을 나누어 실천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손쉽게 돈을 얼마 기부하고 마는 것보다는 나눔의 의미를 더욱 잘 구현한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기업의 기부도 사회적 투자형태로 바뀌고 있습니다. 종래에는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지원을 위해 기업이 일정액을 기부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습니다만 최근 SK그룹은 저소득층이 참여할 수 있는 도시락 업체를 지원함으로써 도시락이 필요한 사람뿐 만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까지도 지원하는 형태로 사회공헌의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나눔도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공동체의식과 더불어 특히 시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공익단체들과 언론사의 혁신적 프로그램들에 크게 기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004원씩 모금하는 천사프로그램, 아름다운 재단의 아름다운 가게, 월급의 부스러기를 모금하는 부스러기 나눔 같은 프로그램들은 시민들이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의미있게 나눔의

정부의 복지예산은 해마다 급속히 늘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고령화에 따른 보건과 복지 수요 증가, 가정의 형태 변화와 이에 따른 보육·간병의 지원,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 같은 피할 수 없는 요인들 때문입니다. 아울러 한명 한명이 더욱 귀중해진 아동에 대한 투자확대와 건강에 대한 사전예방적 투자확대 등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재정확대는 필요한 곳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

우리 모두 쓸모가 적어진 물건하나, 동전하나로 나눔을 통한 사랑의 실천에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이러한 실천에 참여하는 기업과 이웃을 적극적으로 칭찬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간판이 화려한 기업보다 장애인을 한명 더 고용한 기업을 더 멋진 기업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한 번의 사랑 나눔의 실천이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 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장부에 나눔의 실천을 통한 '수입'이 차곡차곡 쌓여서 우리나라를 따뜻하고 살기좋은 공동체로 만들게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2006. 9. 20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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