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강수 암 완치자 자원봉사단장

'암에 걸리면 죽는다.'

의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에도 암은 여전히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공포스런 질병이다.

완치될 수 있는 암은 초기에 발견돼 수술이 가능한 경우. 때문에 암으로 인해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던 사람이 완치됐다고 하면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기적을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암 완치자 자원봉사단'의 배강수 단장(66세․대한암환우협회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9년전 폐암으로 인해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아직 세상에서 할 일도 많은데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지요."

빌딩 종합관리 용역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배 단장은 1997년 7월, 폐암진단을 받았을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폐암 진단을 받은 이후 8월12일 오른쪽 폐 3분의 1을 절단하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수술부위를 다시 절개하는 2차 수술 끝에 8월29일 퇴원했다.

하지만, 암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부작용인 고열과 오한, 구토 증세가 그를 괴롭혔다. 그러던 도중 날벼락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주치의로부터 2~3개월밖에 살수 없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에는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매일같이 고통을 잊기 위해 모르핀주사를 맞아가면서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이미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영안실을 예약하고 묘 자리도 물색해 놓은 상태였다"고 회고했다.

아직 명이 다하지 않은 덕분일까.

그는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아내의 친구가 소개해 준 K 한방병원의 최원철 박사(현 동서신의학병원 암센터장)를 찾았다.

“암을 극복하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50%는 되는 것 같아요”

그는 병원을 찾은 이후 최 박사의 지시대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며 매우 절제된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유기농 야채와 생선 위주의 식사를 하는 등 금욕에 가까운 생활은 그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서서히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배 단장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위축되면 정말 희망을 잃게 된다”며 “정상인처럼 가벼운 운동도 하고 사회생활도 유지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부터 경희대 동서신학병원 통합암센터에서 발족한 '암 완치자 자원봉사단'의 단장직을 맡고 있다. 이 단체는 암에서 해방돼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봉사단체다.

"죽음 앞에서 새롭게 얻은 제2의 인생입니다. 내가 겪었던 고통을 지금도 겪고 있을 많은 암환자들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암환자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주문하는 그의 얼굴엔 살구빛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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