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외신보도에 따르면, 올해 110세가 된 사우디아라비아 노인이 50세의 여인과 백년가약(?)을 맺어 화제가 되었다. 이미 자녀와 손자가 70여 명이나 되는 이 노인은 결혼전 건강검진을 실시했더니 결혼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을만큼 건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신바람이 난 그는 '50대 여성이 배우자로 가장 적격'이라면서 '신부를 맞을 생각에 가슴이 쿵쾅거린다'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아마 이 보도를 접한 세계의 모든 남성들은 저마다 그의 '노익장'에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정력적으로 평생 살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타고난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가치있는 일에는 노력과 끈기, 그리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섹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미국 여자들이 사랑에 빠지고픈 남자 1순위가 바로 프랑스 남자라고 한다. 잘 생긴 미남이기 때문이 아니라 침실 매너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는 데 그 이유가 있다.

즉, 삽입 전에 로맨틱한 전희를 충분히 즐김으로써 남성만 아우토반을 내질러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손을 잡고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서 산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남성들은 이런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지 시동을 걸자마자 급출발, 급제동을 하기 일쑤. 한국 여성들에게 유난히 불감증이 많다는 사실은 이렇게 난폭운전(?)을 일삼는 남성들의 성향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단순히 섹스를 말초신경의 흥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한없이 치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섹스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이 끼여들게 마련. 히로뽕과 코카인은 물론, 최근에는 희한한 독버섯이 흥분작용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까지 실로 흉흉하다.

이는 모두 중추신경 흥분제의 일종으로 뇌세포들이 연결되어 있는 틈새에서 신경 전달 물질의 양을 순간적으로 늘리는 역할을 한다. 즉 평상시에 느끼지 못하던 짜릿한 흥분과 도취감에 빠지게 되고, 이런 상태에서 섹스를 하면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섹스의 오르가슴 상태란 것도 해부학적으로 이와 비슷한 원리다.그러나 사람의 뇌세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약물로이를 고갈시키면 결국 결핍상태가 되어 약물에 의존하는 중독상태에 빠지기 쉽다. 이는 곧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지름길.

또 해묵은 속설인 술과 정력의 관계를 살펴보더라도 그 해악은 마약 못지 않다. 일단 술을 마시면 이성을 다스리는 고위 중추를 마비시켜 억눌린 감정이 분출한다. 특히 억제되어 있던 성적 욕망도 거리낌 없이 발산된다.

실제 조루증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알코올을 음용하면 자극에 둔감해져 섹스를 오래 즐길 수 있게 되고, 정상적인 사람들도 보통 때는 어색하고 수치스러워 못하던 자세와 방법으로 섹스의 감도를 높일 수 있다며 술 예찬론을 펴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술의 양이 늘어나면 고위 중추를 지나 하위 중추까지 마비되고 나아가 신경 조직에까지 손상을 주게 된다. 즉 감각이 점점 둔해지다 못해 나중에는 발기도 되지 않고 성적으로 반응이 없는 발기부전이 되는 것이다.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친밀한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다. 설령 약물의 도움으로 몇 번 근사하게 치러냈다 하더라도 결국 둘만의 강력한 소속감이 아니고서는 채워지는 느낌을 받기는 어렵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전에 따뜻한 물로 함께 목욕을 하고 와인이나 맥주 몇 잔 마시는 정도는 분위기를 돋우는 데 좋다. 매끄러운 크림을 이용해 서로의 몸을 마사지하면서 성감대를 탐색하는 것도 세련된 커플들의 특권이다. 이런 행위는 억지로 약물의 힘을 빌리는 짓 따위와는 격이 다른 것이다.

[선릉탑비뇨기과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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