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대고 코 푼다’ 는 속담이 있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 관련, 제약관련 기업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잠시 이런 생각이 뇌리에 머문다.

식약청 발표에 따르면 6일 현재 AI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합성과 생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16곳.

<타미플루 합성기술 경연대회?>

이 중 4곳을 제외한 12곳이 관련 약물의 샘플(시제품)과 제조공정도를 식약청에 제출했다. 나머지 4곳도 추가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

제약사들은 식약청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대부분 자사의 연구개발 능력 또는 약물 제조능력을 은근히 과시했다.

마치, 타미플루 합성 경연대회를 방불케 하고 있다.

제일 먼저 포문을 연 곳은 한미약품과 일양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일 AI 치료제 타미플루의 생산 프로세스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일양약품도 지난 22일 기존 16단계인 제조공정을 대폭 줄인 신규 합성법으로 타미플루 생산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일양측은 한 술 더 떠 타미플루의 주성분인 ‘스타아니스’를 식품으로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 이 식품이 조류독감치료와 연관이 있는 듯한 인상을 갖게 했다.

<복잡한 과정 통과 의문>

이후, 10여개 상당의 기업들이 앞다퉈 타미플루 제조 및 생산기술을 확보했다며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정말 이들 제약사들이 타미플루 카피약을 생산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식약청이 생산가능업체를 선정한다해도 원 제조사인 로슈사의 2차 검증을 받아야하고 그 과정에서 개별협상도 벌여야한다.

샘플에 대한 약효 동등성 검증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통과한다 해도 비상시 강제실시권을 발동하지 않으면 관련 약물은 생산할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어느 제약사가 로슈사의 느낌(?)을 유인해 ‘낙점의 영광’ 을 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마치 금방이라도 타미플루를 생산할 것처럼 요란한 호들갑을 떨고 있다.

계획적인 듯한 언론 플레이도 잇따랐다.

<대다수 기업 탈락 불가피>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분명한 것은 이들 기업 중 1~2곳만이 타미플루 생산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기술과 시설 등 생산능력을 확보했다고 해도 한때의 ‘즐거운 비명’ 쯤으로 만족해야한다.

“이번 샘플 제출은 타미플루 생산능력을 갖춤으로써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한 식약청 관계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이번 타미플루 생산 열풍으로 국민들은 무엇을 얻었을까.

결론적부터 말하면 아무것도 돌아간 게 없다.

<앞에서 바람잡고 뒤로 챙기고>

조류독감 바람으로 배를 불린 쪽은 제약기업들이다.

실제로 ‘타미플루 생산기술 확보’ 라는 발표가 있을 때마다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주가 띄우기 깜짝쇼' 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기업들은 앞에서 바람잡고 뒤로 챙기는 재주를 부렸다.

덩달아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외국인 투자가들도 단단히 한 몫을 챙겼다.

“에이고! 에이고! 이를 어쩌나~”

해당기업과 외국인 투자가들이 실속을 차리는 사이 뒤늦게 주식 매입에 뛰어든 개미투자가들은 한숨을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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