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선 나라 티베트 문학을 소개하는 ‘단편소설선집’ <떠도는 혼>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다른우리)

이 책은 티베트라는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독특한 문체와 구성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티베트 땅에서 발아하고, 성장해온 티베트 문학의 진수를 담고 있는 것이다.

티베트 작가들은 중국의 지배 아래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티베트 불교문화를 그리고 있으며, 중국 작가들은 그러한 위기에 놓인 티베트 문화를 서구의 이성주의와 물질주의에 짓밟힌 중국 문화의 정신적 대안으로 그리고 있다.

<티베트 문학작품의 특징>

작가 마 위안의 <떠도는 혼>은 '치미'라고 불리는 티베트 거지 이야기로 시작한다. 치미는 자신의 웃옷에서 옛날 은화 스물일곱 닢을 꺼내 화자에게 보여주면서 그 은화가 바로 10년 전 자신의 저택을 팔고 받은 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중에 만난, 현재 그 저택에 살고 있는 젊은 여자는 자기 남편이 그 집에서 태어났으며 남편의 조상들이 200여 년에 걸쳐 대대로 그 집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역설로 가득하다. 타시 다와의 <풍마의 영광>의 우겐은 자기 아버지를 죽인 남자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마침내 살인자의 아들을 찾아내 칼로 찔러 죽이고, 경찰에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살인죄로 총살형을 당한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친구의 천막에서 깨어나 전화선 없는 전화에서 자기가 죽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티베트 출신 작가인 타시 다와는 작품에서 사용한 마술적 사실주의를 고대 티베트의 연대기 문체, 즉 환타지가 섞인 사실주의적 서술방식에 비유한다.

주인공의 칼에 찔려 죽은 살인자의 아들은 죽지 않았고 살인죄로 처형당한 주인공 자신도 죽지 않았으며, 결국 모든 것은 환상일 뿐이다.

이야기 속의 시간은 원을 그리며 순환할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티베트 불교에서 말하는 시간관이다.

중국인 작가 마 위안도 마찬가지로 티베트의 순환적인 시간관을 빌어 <떠도는 혼>의 마지막 제목을 '시작 또는 끝'이라고 붙였다.

소설의 마지막을 보면 화자가 마지막으로 마니꼬르를 돌리고 있는 티베트 거지 치미를 보았을 때 치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화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티베트인들의 일상을 풍부하게 그려내고 있다. 라마승, 마니꼬르, 룽따, 부적, 짬빠, 보리맥주 등은 티베트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이 책의 중국인 작가들은 야만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티베트 문화를 자세히 소개함으로써 서구의 엄격한 이성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티베트라는 배경이 조상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종교적 세계관으로 회귀하는 길이 되는 셈이다. 또한 현대에 어울리는 문학 형식을 통해 티베트 불교의 영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티베트 작가들은 티베트를 신비한 땅으로 묘사하고, 중국 작가들은 티베트를 문화의 격변기에 놓인 중국을 위한 대안 모델로 설정한다.

문화혁명 이후 중국의 전통문화는 세계 자본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가치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중국 작가들이 티베트 작가들에게서 티베트 고유의 소재를 빌려오고, 동양의 영성이 살아 숨쉬는 티베트로 탐험을 떠나는 주인공들을 묘사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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