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흰 눈을 헤치며 쏜살같이 내려오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과 낭만을 느끼게 한다.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스키, 그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었다. 지난해에 비해 보름정도 빠른 지난 16일 용평 리조트와 보광 휘닉스파크를 시작으로 주요 스키장들이 잇따라 개장했다.

우리나라는 겨울 스포츠 인구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이번 시즌도 500만명 이상이 스키장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되어 진다. 따라서 약 0.5%의 부상을 보인 과거의 통계로 볼 때 올해도 약 2만5천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키는 온갖 부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빠른 속도로 눈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오기에 부딪치거나 넘어지면서 크게 다치거나 사망할 수도 있는 격렬한 운동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키부츠와 바인딩 기술의 발달로 팔다리골절 발생빈도는 줄었으나 부츠가 딱딱해지면서 발목은 보호되는 반면 무릎인대 손상은 늘어나고 있고, 날씨가 추워 관절이 굳어 있어 조그마한 충돌에도 쉽게 다치기 쉽다. 또한

◆스키부상의 유형
낙상.충돌 등 물리적 충격으로 관절 부위를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고 추운 날씨로 관절이 굳어 있어 작은 충돌로도 부상이 커지기 쉽다. 스키로 인한 손상은 팔 20%, 다리 72%, 복부 3.6%, 머리 3.1%순으로 신체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이 다치는 다리 손상 중에는 무릎 46%, 정강이 30%, 발과 발목 16%, 대퇴부 8%로 무릎부상 빈도가 매우 높다. 과거 스키화가 좋지않았던 때는 발목부상이 가장 많았던 반면 요즘엔 무릎 부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 부분 하체는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간 상태로 넘어져 무릎 관절의 연골이나 인대가 손상되는 케이스다.

무릎 관절은 해부학적으로 구조가 불안전해 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에 싸여 안정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손상 부위를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적 무릎 관절염으로 발전하여 치유하기가 힘들어 진다. 보통 4-5일 지나면 통증이 사라지므로 부상자 본인은 나은 줄 알고 있다가, 나중에 문제가 커져서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 따라서 스키 도중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부종과 통증이 가라앉은 후에도 무릎에 흔들리는 느낌이나 안에서 걸리는 느낌이 드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스키 중 발생하는 경골 골절(정강이)은 바인딩의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고거 이탈식 바인딩이 대중화되면서 경골 골절이 90% 이상 감소했던 것처럼 바인딩 수치 조정 등 장비만 잘 관리한다면 대부분의 경골 골절은 막을 수 있다. 경골 골절의 예방을 위해서는 바인딩의 창에 표시되어 있는 ‘DIN'이라고 불리는 이탈계수를 신체 조건에 맞추어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

이 밖에도 눈 때문에 자외선 반사량이 많으므로 피부노화와 색소침착을 막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가 도움이 되고, 스키장에서 손과 발, 코끝 등 동상에 걸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 둘 만하다.

◆스키장비 관련 부상
발목을 고정하는 스키 부츠와 스키, 이를 연결하는 바인딩과 스키폴을 갖춘 채미끄러운 경사면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특수성 때문에 장비에 의한 특정 부의 손상이 많다.
부츠는 무릎손상, 특히 내측 전십자인대 손상을 불러온다. 또 바인딩이 풀어지는 경우 팔 손상이 32%, 다리 손상이 56%인 반면, 바인딩이 풀리지 않았을 경우 팔 손상12%, 다리 손상 80%로 전혀 다른 결과가 빚어진다. 손상 순간 바인딩의 상태를 살펴보면 양쪽 모두 풀리지 않은 경우가 48%, 둘 다 풀린 경우가 35%, 한쪽만 풀린 경우가 17%이다.
그 외 스키폴을 잡은 상태로 넘어질 때 스키폴에 의해서 손가락 골절 및 인대파열 등의 부상이 올 수 있다.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스노보드를 즐기면서 관련 부상이 급증하고 있다. 스노보드의 경우 200번 타면 한번은 부상을 입을 정도로 부상 빈도가 잦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노보드의 경우에는 특성상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타기 때문에 왼쪽 다리 손상이 오른쪽보다 두배나 많다.

◆시간대별 스키부상
주말에는 부상환자가 평일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주중에는 경력자가 많지만, 주말에는 아마추어 스키어들이 급증하여 충돌사고 위험성이 그 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루 중에는 오전 10-11시에 외상빈도가 가장 낮다. 오후로 갈수록 부상이 많아져 오후 2시-4시 부상사고가 제일 많이 발생한다. 가장 피로도가 높은 시간대인 데다가 기온상승으로 눈이 서서히 녹아 스키의 회전력이 감소하고 멈춤 등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시간대별로 나누어 보면 오전 32%, 오후 68%, 오후 3-5시가 36%로 가장 높다, 그러나 토요일 야간 스키는 5.5%라는 비교적 낮은 부상

◆스키부상 응급처치
부상 부위를 함부로 만지거나 흔들면 안 된다. 작은 부상이라고 지레 짐작하여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해서도 안 된다. 상처 부위는 절대 건드리지 말고, 환자를 안정시킨 후 부목이나 보조도구를 이용하여 현 상태 그대로 고정한 뒤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스키부상 안전수칙
스키부상을 방지하는 최선책은 예방법을 숙지하고 철저히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상 중 가장 많은 무릎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스키판과 신발을 고정하는 바인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바인딩의 힘은 경골의 굴곡 등 생역학적인 실험을 바탕으로 조절돼 있지만 이는 경골의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지 무릎인대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반드시 재정이 필요하다. 또

스키장비는 부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항상 구입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스키 장비는 장비 점검 및 수리능력이 있는 스키 기술자가 일하는 스키 전문점에서 구입하고, 스키판은 자신의 실력 및 스킹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또한 고글, 선그라스, 모자, 장갑 등의 보호장구를 착용하며 헬멧을 쓸 경우에는 머리에 잘 맞고 시야 및 청각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골라야 한다.

무엇보다 충분한 체력을 유지하며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에서 스키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며, 스킹 전 슬로프의 난이도, 주행경로, 눈 상태, 위험물 등을 숙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스키 시작 전후에는 워밍업 운동 및 스트레칭을 충분히 실시하고 1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피로하면 즉시 스키를 중단해야 한다. 피로가 누적되면 판단력이 흐려져 부상을 부를 수 있다. 평소 하체 및 허리의 근력강화운동을 해두는 것이 부상예방에 도움이 되고, 슬로프 중간에 갑자기 서거나 오래 서있지 않는 것도 부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더욱이 음주상태에선 스키를 타지 말아야 한다. 야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중 맥주 등을 마시고 스키를 타다가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스키도중 위험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다 더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다. 넘어질 때 다음과 같은 방법이 부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넘어질 때 무릎을 펴지 말고 구부린 상태로 두도록 한다. ▶미끄러져 정지할 때까지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 ▶넘어질 때 손을 뒤로 짚지 않도록 한다.

<건양대병원 정형외과 전택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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